“강북 ‘알짜 부지’ 장위11의4구역 잡아라”… 한신공영과 경쟁PPT 끝에 이긴 금호건설

채민석 기자 2023. 5.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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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건설, ‘모아타운’ 통합 대단지 전략
한신공영, ‘안전 최우선’으로 승부수
공사비 ‘가격경쟁력’ 갖춘 금호건설勝

“모아타운을 통해 대단지 프리미엄을 제공하겠습니다.”(금호건설)

“안전은 시대와 트렌드를 초월한 최우선의 가치입니다.” (한신공영)

지난 21일 서울 노원구 화랑로 석계역 인근의 한 웨딩홀에서 장위11의4구역 정기총회가 열리고 있다. /채민석 기자

지난 21일 오후 2시40분, 서울 노원구 석계역 인근의 한 웨딩홀. 장위11의4구역 정기총회가 열리는 이 곳은 주말인데도 100여 명의 조합원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조합원들은 저마다 손에 투표용지를 쥐고 입찰에 나선 시공사들의 홍보영상에 집중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뒤편에 놓인 ‘선거관리위원회’ 투표함은 마치 국회의원 선거 투표장을 보는 듯 했다.

강북 ‘알짜 부지’로 손꼽히는 장위11의4구역을 놓고 금호건설과 한신공영이 치열한 경쟁을 펼친 가운데 금호건설이 최종 승기를 잡았다. 최근 건설 경기가 얼어붙으며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들은 ‘시공사 모시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이 곳처럼 ‘노른자 구역’은 분위기가 달랐다. 양사는 최종 투표가 진행되기 직전까지 준비한 영상을 틀고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한 조합원은 “금호건설과 한신공영이 각각 입주민들에게 발송한 책자를 봤는데 각 사의 강점과 매력이 너무 달라서 막판까지도 고르기 힘들 것 같다”면서 “결국 보다 적극적이고 열의를 가진 곳에 투표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서울시 성북구 장위동 66-146번지 일대에 위치한 장위11의4구역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통해 아파트 약 200가구 규모로 개발될 예정이다. 해당 구역은 6호선 돌곶이역과 가장 가까워 교통 접근성이 좋다. 또한 각종 초·중·고등학교와 한국예술종합대학교, 동덕여대 등이 가까워 학군도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호 1번인 금호건설은 이날 ‘어울림 더프레스티’ 브랜드를 제안했다. 금호건설의 주요 전략은 장위11의4구역과 인근 다른 구역을 통합해 모아타운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1000가구 이상급 대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모아타운으로 지정되면 180~200%의 용적율이 250%수준으로 올라간다. 사업기간도 최대 5년으로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한신 더휴’ 브랜드를 제안한 기호 2번 한신공영은 이날 ‘안전’을 강조했다. 최근 발생한 대형 건설사의 부실시공 사태 등을 언급하며 한신공영이 ‘2년 연속 국토교통부 안전관리수준평가 우수 등급 이상’을 받았다는 점을 피력했다. ‘안전하고 빠른 시공’을 목표로 총 공사 기간 30개월을 약속하는 등 사업추진 일정까지 세부적으로 제시했다.

포트폴리오 경쟁도 이어졌다. 금호건설은 자사가 시공한 고급 아파트 ‘한남 더힐’과 주상복합인 ‘여의도 리첸시아’, ‘중동 리첸시아’ 등을 예시로 들며 “장위11의4구역을 강북권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경쟁률 2099대 1을 기록한 ‘세종 리첸시아 파밀리에’를 비롯해 ‘DMC리첸시아’, ‘세종더하이스트어울림10단지’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신공영은 단일단지 최대규모인 신반포 한신타운 등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 개발사업을 언급하며 ‘신도시 개발 1등 주자’임을 내세웠다. 강남, 분당, 세종, 일광 신도시까지 다양한 신도시 개발사업을 진행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장위11의4구역을 ‘강북의 아이콘’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신속한 사업 추진, 일반분양가, 로얄층·평형 조합원 우선배정, 분양가 특별할인, 입주 전후 품질관리 등의 내용은 비슷했다. 발코니 확장, 시스템 에어컨 배치, 거실 우물 천장, 거실 아트월, 양문형 냉장고, 드럼세탁기, 의류건조기, 붙박이장, 터치 스크린 월패드 등 특별제공 품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장위11의4구역에 금호건설의 수주 감사인사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채민석 기자

결국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금호건설이 장위11의4구역에 깃발을 꽂았다. ‘가격 경쟁력’이 승부를 갈랐다. 최근 물가상승 여파로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분담금에 부담감을 느끼던 조합원들이 더 저렴한 확정 공사비를 제시한 금호건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금호건설이 제시한 평당 공사비는 700만원 초반 수준으로, 한신공영이 제시한 금액보다 20만원 가량 낮았다. 한신공영도 시공사를 이미 선정한 장위동의 다른 구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사비를 책정했다. 그러나 금호건설이 ‘11의5구역과 모아타운을 진행하면 공사비를 600만원 후반대로 더 감축이 가능하다’고 강조한 것이 주효했다.

도급순위도 조합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7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 공시’에 따르면 금호건설의 도급순위는 15위로, 지난 2021년 대비 7계단 올랐다. 반면 한신공영은 지난해 도급순위 25위를 기록하며 지난 2021년 대비 5계단 떨어졌다.

조합 관계자는 “양사가 제시한 부가옵션 조건 등은 비슷해 변별력이 없었지만, 확정 공사비 항목에서 무게추가 기울었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평당 20만원 차이는 상당히 크게 느껴진다”며 “도급순위에서 차이가 나는 만큼 브랜드 인지도 역시 금호건설의 ‘어울림’이 조합원들에게 더 익숙하지 않았나 싶다. 홍보도 금호건설이 보다 적극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금호건설은 인근 구역을 통합해 ‘어울림 대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모아타운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공모 신청 대상지 내에 조합 또는 사업시행 예정지가 최소 3개소 이상이어야 한다. 또한 대상지 전체 면적 합계는 5만㎡ 이상, 사업예정지 면적합계 3만㎡ 이상일 경우에 공모 신청을 할 수 있다.

향후 통합 대상 지역으로는 조합설립단계에 있는 장위 11의5구역과, 이제 막 재개발이 논의되고 있는 장위 11의6·7구역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장위11의5·6·7구역은 아직 조합 설립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모아타운으로 개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기회가 온다면 입찰에 참여해 대단지 조성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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