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와 10년 동행 마무리..암흑기에 전성기 바친 헌터 도저[슬로우볼]

안형준 2023. 5.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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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도저와 캔자스시티의 동행이 결국 끝났다.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5월 23일(한국시간) 헌터 도저를 DFA(Designated for assignment, 지명할당)했다. 부상자 명단에 있던 내야수 니키 로페즈를 로스터로 복귀시키며 자리 마련을 위해 도저의 이름을 지웠다.

도저를 DFA한 캔자스시티는 공식 SNS를 통해 "그간의 노고에 감사한다. 앞으로 도저와 그 가족에게 좋은 일이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작별을 고한 것이다. 도저와 캔자스시티의 동행은 약 10년만에 끝나게 됐다. 지난 2021시즌을 앞두고 맺은 4년 2,500만 달러 보장 계약이 아직 1년 이상 남아있지만 캔자스시티는 도저의 잔여 연봉을 '매몰 비용'으로 삼기로 결정했다.

1991년생 우투우타 내야수 도저는 캔자스시티가 201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지명한 선수다. 텍사스 출신의 대학 신인이었던 도저는 드래프트 참가 선수들 중 46순위 평가를 받았지만 캔자스시티는 훨씬 앞선 순번에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도저는 2013년 대학리그에서 55경기 .396/.482/.755 17홈런 52타점 12도루의 엄청난 성적을 썼고 캔자스시티는 이를 높이 평가했다.

마이너리그 시절에는 구단의 기대에 어느정도 부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본격적인 빅리거가 된 것은 지명 5년 후인 2018년이지만 이는 2017년 당한 사근 부상의 여파였다. 도저는 2014-2015년 더블A에서 부침을 겪었지만 2016년 급격한 성장을 이루며 트리플A를 거쳐 빅리그 데뷔까지 이뤘다.

2018년부터 주전 야수로 자리잡은 도저는 올해 전력에서 제외될 때까지 팀 타선의 한 축을 이뤘다. 4-6번 타순에서 가장 많은 타석에 들어서며 팀 타선의 중심을 이뤘지만 팀의 필요에 따라 상하위 타선으로도 나섰다. 수비에서는 주 포지션인 3루를 포함해 1루와 좌우익수까지 핫코너와 코너 외야를 두루 소화하며 팀에 라인업 운영의 유동성을 제공했다.

물론 공격도 수비도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도저는 캔자스시티에서 7시즌 통산 595경기에 출전해 .238/.305/.420 73홈런 235타점 19도루를 기록했다. 풀타임 2년차 시즌이던 2019년 139경기에서 .279/.348/.522 26홈런 84타점 2도루를 기록한 것이 커리어하이 성적. 그리고 2019시즌은 도저가 리그 평균 이상의 타격 생산성을 보인 사실상 유일한 시즌이었다. 2019시즌을 제외하면 한 번도 시즌 OPS 0.740 이상을 기록하지 못했고 타율 0.240을 넘기지도 못했다.

수비에서도 4개 포지션을 소화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해당 포지션으로 출전한 것에 불과했다. 3루수로서 수비는 최악 수준이었고 1루에서도 잘해야 리그 평균 수준의 수비력에 그쳤다. 코너 외야의 수비력 역시 부족했다. 수비에서 팀에 도움이 된 포지션은 사실상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대학 출신 1라운더 기대주였지만 부상 탓에 풀타임 빅리거 데뷔가 늦었고 공수 양면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도 못했다. 계약 규모가 작기는 했지만 한 푼이 아쉬운 스몰마켓 캔자스시티가 빠르게 그를 포기한 것은 충분히 이유가 있었다.

다만 그저 실패한 의미없는 선수는 아니었다. 도저는 캔자스시티가 선택한 '암흑기'를 견뎌준 선수였다. 지난 2015년 30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캔자스시티는 우승 후 빠르게 전력 재정비를 선택했다. 팀의 우승을 이끈 주축 멤버들을 연이어 떠나보냈고 2018시즌부터는 사실상 기다림의 시간에 들어섰다.

팀이 터널에 들어선 시즌에 본격적으로 빅리거 생활을 시작한 도저는 에릭 호스머와 마이크 무스타커스가 맡았던 역할을 홀로 떠안았다. 버버 스탈링, 라이언 오헌이 빅리그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며 도저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우승에 도전하던 시기처럼 안정적인 선수 층이 유지됐다면 굳이 여러 포지션을 옮겨다닐 이유도 없었다. 내외야를 오가며 궂은 일을 맡았고 이런 도저의 공로를 인정했기에 캔자스시티도 떠나는 선수에게 덕담까지 남긴 것이다.

오는 8월 32세가 되는 도저는 이제까지의 성적을 감안하면 크게 매력적인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2024시즌까지 최저연봉으로 기용할 수 있는 만큼 그에게 손을 내미는 팀이 나타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도저는 여전히 리그 평균보다 강한 타구를 날리는 비율이 높은 타자다.

전성기를 캔자스시티의 '암흑기'와 함께 흘려보낸 도저는 이제 곧 자유의 몸이 된다. 과연 도저의 거취가 어떻게 결정될지 주목된다.(자료사진=헌터 도저)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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