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부문 톱10 진입' KBO 역수출품 놀라운 성장, 새 무기 장착했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올해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전반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대표적인 팀으로 볼티모어 오리올스, 텍사스 레인저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꼽힌다.
이 가운데 애리조나는 강팀들이 몰려 있는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제치고 '최강' LA 다저스와 선두 경쟁을 펼치며 주목받고 있다.
2017년을 마지막으로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자취를 감춘 애리조나는 작년까지는 3시즌 연속 승률 5할을 밑돌았다. 올해도 플레이오프 진출이 힘든 팀으로 꼽혔던 터다.
그랬던 애리조나가 23일(이하 한국시각) 현재 28승20패로 다저스에 이어 서부지구 2위, NL 와일드카드 1위를 질주 중이다. 팬그래프스는 애리조나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을 52.5%로 산출했다.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예년에 비하면 가을야구 희망을 부풀려도 무방할 정도로 경기력이 안정적이다.
애리조나 돌풍의 주역 중 선발투수 메릴 켈리가 꼽힌다. KBO가 배출한 대표적인 '역수출 명품'으로 국내 팬들의 주목을 받는 그 투수다. 에이스 잭 갈렌과 함께 애리조나 선발 마운드를 든든히 떠받치고 있다.
켈리는 NL 투수 주요 부문서 모두 '톱10'에 이름을 올려 놓고 있다. 10경기에 선발등판해 57⅓이닝을 던진 켈리 5승1패, 평균자책점 2.98, 59탈삼진을 기록 중이다. NL 다승 공동 4위, 평균자책점 공동 10위, 탈삼진 10위, 투구이닝 공동 7위에 WHIP(1.08) 8위, 피안타율(0.194) 2위, BABIP(0.248) 2위다.
애리조나이기 때문에 2선발일 뿐 웬만한 팀 1선발을 맡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켈리는 SK 와이번스에서 4년을 활약한 뒤 메이저리그 입성했다. 그가 26세에 처음 와이번스에 입단했을 때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었다는 점에서 입지전적(立志傳的)이다. 당시 와이번스의 한 코치는 "메이저리그를 목표로 어린 나이에 왔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확실하다"면서 "안정된 투구폼과 다양한 구종, 빠른 팔 스윙 등 대성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고 평가했었다.
그는 KBO리그 통산 4시즌 동안 119경기에 등판해 729⅔이닝을 던져 48승32패, 평균자책점 3.86, 641탈삼진을 기록했다. 커리어 하이는 2017년으로 30경기에서 190이닝을 투구해 16승7패, 평균자책점 3.60, 189탈삼진을 올렸다.
애리조나 입단 첫 시즌에는 13승14패, 평균자책점 4.42로 연착륙에 성공했다. 2020년 단축시즌을 거쳐 2021년 27경기에서 158이닝을 던진 켈리는 지난해 33경기에서 13승8패, 평균자책점 3.37, 177탈삼진을 올렸다. 특히 200⅓이닝을 투구해 '이닝 이터'의 자질을 과시했고, WHIP 1.14, 피안타율 0.226을 마크하며 정상급 선발투수로 우뚝 섰다. 작년 NL 다승 공동 12위, 평균자책점 15위, 탈삼진 11위, 투구이닝 5위, WHIP 12위, 피안타율 10위였다.
올해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선발투수로 성장하고 있다는 게 기록으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시즌 직전 2년 1800만달러, 2025년 구단 옵션을 조건으로 연장계약을 맺었는데, 작년과 올시즌 활약상에 비하면 '헐값'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팬그래프스는 24일 '메릴 켈리가 새 무기를 장착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팬그래프스는 'WBC 결승전 선발은 축구 월드컵에서 골을 넣는 것보다는 덜 특별하지만, 역대 10명 밖에 하지 못한 대단한 일'이라고 소개한 뒤 켈리의 성공 요인으로 새롭게 장착한 슬라이더를 언급했다.
켈리는 작년까지 거의 던지지 않던 슬라이더를 올해 5.6%의 비중으로 구사하고 있다. 슬라이더 피안타율이 0.182이고 헛스윙 비율은 무려 54.2% 달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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