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15] 정치인의 내면에도 부처가 있다고 하는데
죄인도 언젠가는 열반에 이를 것이고 붓다가 될 것이네. 그런데 이 ‘언젠가는’이란 것은 한낱 미망이요, 비유에 불과한 것일세. 죄인은 부처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네. 죄인은 발전 과정 속에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일세. 죄인의 내면에는 오늘 이미 미래의 부처가 있네. 죄인의 미래는 이미 죄인 안에 깃들어 있는 것이지. 그러니 자네는 죄인 속에서, 자네 속에서, 모든 사람들 속에서 형성되어 가고 있는 부처를, 숨어 있는 부처를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되네. -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중에서
2018년, 국가 비상사태를 대비한 군의 계엄령 실행 계획을 군 인권 단체가 폭로했다. 전 정권은 군사기밀 문서가 어떻게 민간 단체에 유출되었는지는 문제 삼지 않았다. 대신 내란을 음모한 쿠데타 세력으로 몰아 국군기무사령부를 해체했다. 지난해 가을, 여당은 2018년 당시 국방부 장관과 기무사령관, 군인권센터 소장을 군사기밀 누설 혐의로 고발했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인터넷 뉴스 창엔 하루도 빠짐없이 세상의 소란과 혼란이 보도된다.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는 정치계의 부정부패가 매일 쏟아진다. 수많은 실정을 벌인 전 정권의 퇴임 공직자는 기무사 해체와 관련해서도 직권남용으로 고발당했다. 하지만 영화도 찍고 달력도 팔고 책방도 열고, 봉하 마을과 광주에 다니며 하루가 멀다 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 싯다르타는 무엇 하나 부러울 것 없는 집을 떠나 수행자가 된다. 그러나 가르침을 통해 진리를 얻을 수 없음을 깨달은 그는 세속으로 돌아와 인생의 희로애락을 두루 경험한다. 마침내 모든 집착을 내려놓고 뱃사공이 된 그는 강을 건너는 수많은 사람과 끝없이 흘러가는 강물을 스승 삼아 궁극의 깨달음을 얻는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지난 주말엔 연등 축제가 열렸다. 대규모 모임이 허락되지 않아 지난 3년간 볼 수 없던 장관이었다. 코로나를 핑계로 많은 것이 금지된 시절이었다. 소설 속 깨달음에 따르면 세상 모든 사람이 이미 부처다. 나라의 기강을 무너뜨리고 북한과 권력에만 머리 조아린 전 정권의 주역들도 나의 스승이고 미래의 부처다. 과연 범부에게 부처의 길은 멀고, 부처님의 자비는 바다보다 크고 넓고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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