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연고 ‘찐팬 문화’ 등장…K리그 ‘구름 관중’ 몰린다
수준 높은 경기 늘어 관중들 매료
팀마다 개성 있는 스토리도 한몫
10년 만에 200만 관중 돌파 기대
프로축구장에 팬들이 몰린다. 관중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많이 늘었다. 올해 14라운드(84경기)까지 1부리그 관중 수는 86만3439명이다. 2019시즌 14라운드까지 관중 수는 69만7424명. 올해 관중 수가 코로나19 직전 시즌 대비 24%나 증가한 것이다.
관중 수 1위 구단은 FC서울이다. 서울 홈 평균 관중은 2만6504명이다. 지난 4월8일 트로트 가수 임영웅을 초대해 4만5000여 관중을 흡입했고 어린이날 3만7000여 관중을 모았다. 시즌 초반 다소 적었던 관중 수가 많이 채워졌다. 관중 2위는 ‘디펜딩 챔피언’ 울산 현대다. 울산은 현재까지 1만7000명에 육박하는 평균 관중을 모았다.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역시 우승 효과다. 관중 수 3위는 올해 1부로 승격한 대전 하나시티즌으로 평균 1만3000여명이다. 4위는 부진하게 출발했지만 점차 회복세에 있는 전북 현대로 1만508명이다.
올 시즌 관중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관중에 대한 정확한 개인 데이터가 없어 프로축구연맹, 구단 관계자 의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일단, 카타르 월드컵 효과가 컸다. 한국이 16강에 진출한 뒤 2개월 만에 프로축구 새 시즌이 시작됐고 조규성, 백승호, 송민규(이상 전북), 나상호(서울), 김영권, 조현우(이상 울산) 등 월드컵 멤버가 K리그에서 꾸준한 기량을 선보였다. 제주 유나이티드 김현희 단장은 “무엇보다 어린이 중심 가족, 여성 팬이 크게 늘었다”며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실제 서포터스가 돼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상당 수준 올라온 경기력도 팬심을 이끌었다. 기술 축구로 우승한 울산이 좋은 경기력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전국구 인기팀이 됐다. 광주FC, 대전하나 등 1부리그로 올라온 새내기가 두려움 없는 공격축구로 기존 팀을 위협했다. 서울은 경기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고 골도 많이 넣고 있다. 여기에 막판 극장골이 많이 터지면서 팬들의 인지도와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의견도 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14라운드 종료 기준 전반 15분 이내 득점이 30골로 승강제 실시(2013년) 이래 가장 많다”며 “후반 30분과 45분 사이 터진 골도 48골로 2017시즌(49골)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고 말했다.
각 팀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스토리도 대중적인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울산은 연승을 이어가며 선두를 지키고 있고 서울도 우승을 목표로 매진하고 있다. 전북과 수원이 시즌 초반 부진한 끝에 감독 경질, 교체라는 강수를 둔 끝에 최근 회복세를 보인다. 하위권이 예상된 광주, 대전이 겁 없고 신선한 공격축구로 작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울산을 제외한 거의 모든 팀들의 물고 물리는 접전이 이어지는 것도 흥미를 자아낸다. 상위권부터 하위권까지 나름대로 화제가 있고 그 스토리들이 전국으로 회자하는 분위기다. 울산, 제주, 대전, 인천 등이 관중 모으기에 열심인 구단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프로축구는 오랜 기간 쉽게 늘지 않은 관중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프로축구계는 “한국에는 역시 야구가 국민스포츠”라는 말에 낙심도 많이 했다. 다양한 유럽축구 콘텐츠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K리그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비관적인 해석도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좋아하는 축구팀이 어디냐는 질문에 K리그 구단을 꼽으면 변변치 못하다는 반응까지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축구계는 지금 K리그 관중 증대를 신선하고 희망적으로 본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유럽축구처럼 지역팀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응원하는 문화가 한국에서도 형성됐다”며 “외국 유명 팀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국내 팀, 지역팀을 사랑하고 응원하는 게 ‘찐팬’이라는 의식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한 프로구단 관계자는 “가능한 한 오랫동안 팬들이 원하는 공격축구를 이어가야 한다”며 “불상사가 없이 흥미진진하고 긴장감 넘치는 플레이가 계속된다면 팬들은 경기장을 계속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 같은 관중 수가 시즌 끝까지 유지된다면, 관중 수는 234만3620명에 이른다. 가장 최근 200만 관중을 넘어선 것은 2013년(203만50516명)이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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