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라는 기업 있었지”…한때 41개 계열사, 지금은 4곳만 간판 유지
한화그룹에 인수된 대우조선해양이 이날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한화오션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경영진도 바뀌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입성했다. 김 부회장은 “정도경영과 인재육성을 통해 한화오션을 글로벌 해양·에너지 선도 기업으로 키워나가자”고 독려했다.
아울러 권혁웅 ㈜한화 지원부문 부회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권 부회장 취임사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이 쌓아온 영광의 역사를 힘차게 이어가겠다”며 “글로벌 조선 1위에 빛났던 신화를 한화오션 이름으로 재현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날 본지가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대우 사명을 유지하며 공시 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은 대우건설, 타타대우상용차, 대우산업개발, 대우로지스틱스 4곳으로 집계됐다. 다만 타타대우는 대우자동차의 상용차 부문, 대우산업개발은 대우자동차판매의 건설사업부문, 대우로지스틱스는 ㈜대우 물류사업부문이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의 소규모 회사들이라, 한때 재계를 호령했던 대우그룹의 진정한 적자로 보긴 힘들다.
전성기 시절 대우그룹 주력 사업부문은 가전, 자동차, 조선, 중장비, 무역, 건설, 증권 등이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과 대우건설 2곳이 그룹 해체 이후에도 대우 DNA를 보유한 채 생존해 온 기업으로 꼽혔다. 이중 대우조선해양이 대우 간판을 내렸다는 사실은 한국 기업사에 한 획을 그은 대우그룹이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임시 주총 하루 전인 지난 22일 퇴임사에서 “산업계에 한 획을 그은 대우의 명성이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며 “남달랐던 대우맨들의 개척 정신과 애사심을 잊지 마시고, 세계 초일류 기업의 꿈을 실현시켜 달라”고 말했다.
1999년 대우그룹은 해체됐지만 대우인터내셔널,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대우증권, 대우자동차 등 주력 계열사들은 간판을 유지하며 대표기업으로 활발히 사업을 벌여왔다. 특히 중동·동남아·동유럽 등지에서 브랜드 파워는 여전히 유효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대우 간판을 떼어내는 기업들이 속속 생겼다. 제너럴모터스(GM)에 인수돼 GM대우로 사명이 바뀌었던 대우자동차는 2011년 한국GM으로 기업명이 교체됐다. ㈜대우 무역부문으로 세계경영의 첨병 역할을 했던 대우인터내셔널은 2010년 포스코그룹으로 인수된 이후 포스코대우로 대우 간판을 유지하다가 2019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됐다.
다만 해외에선 가전 브랜드로서 인지도가 상당하다. 공교롭게도 위니아전자가 대우를 떼어낸 2020년 적자 전환한 것을 두고 재계에선 ‘대우’ 간판을 떼어낸 영향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또한 브랜드는 찾아보기 힘들게 됐지만, 대우맨 활약은 여전하다.
한화그룹에 대우조선해양 경영권을 매각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대우경제연구소 출신이다. 한화그룹 대우조선해양 인수팀에 참여한 정인섭 전 한화에너지 대표도 대우 출신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대우자동차판매에서 최연소 임원에 올랐었고,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은 1980년대 초반 ㈜대우에 입사해 전세계를 누볐던 상사맨이다.
증권업계에서도 대우증권 출신 인사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사가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다. 정 사장은 1988년 대우증권에 입사한 뒤 투자금융(IB) 업계에서 맹활약하며 주요 인수·합병(M&A)에서 실력을 발휘했다. 김 대표도 영업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대우 출신 정치인도 여럿이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학 졸업 후 ㈜대우에 입사해 2년간 근무한 인연이 있다. 홍성국 민주당 의원은 대우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 사장까지 지내다 민주당에 영입된 경우다. 정치권에 투신한 금융권 출신 인사들이 겉돌다가 정치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데 홍 의원은 최근 원내대변인을 맡으며 당 중심부에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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