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혁신” 알뜰폰 시작하는 KB…“생존위협” 속타는 중소 사업자들

최희진 기자 2023. 5. 23.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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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KB국민은행의 가상이동통신망사업(알뜰폰)을 은행의 부수 업무로 인정한 후 기존 알뜰폰 사업자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기존 사업자들은 금융회사의 인지도와 자본력을 고려했을 때, 이동통신 3사의 알뜰폰 자회사보다 더 강력한 규제를 금융회사에 적용해야 알뜰폰 생태계의 공생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반면 KB는 자사 알뜰폰의 시장 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하고, 다양한 사업자가 경쟁할 때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커진다고 본다. KB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과의 상생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KB국민은행
알뜰폰 첫 5G·워치 요금 등 혁신
서비스 경쟁으로 소비자에 혜택
“기존 사업자와 상생안 내놓을 것”

■ 중소 사업자 “KB 더 규제하라”

KB의 알뜰폰 ‘리브모바일’(리브엠)은 2019년 4월 금융위원회에서 혁신금융서비스 1호 사업 중 하나로 선정됐다. 알뜰폰 판매는 은행법이 정하는 은행의 부수·겸영 업무가 아니지만,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은행의 시장 진출이 가능해졌다.

혁신금융 지정 기간(총 4년)이 끝나가자 KB는 금융당국에 규제 개선을 요청했다. 이에 지난달 11일 금융위는 법령을 정비해 알뜰폰 사업을 은행의 부수 업무로 인정하기로 했다. 첫 테이프는 국민은행이 끊었지만, 다른 은행도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은 금융위 결정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중소 사업자들은 생존에 위기감까지 느끼고 있다. 자본력에서 시중은행과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52개 알뜰폰 사업자가 영업 중이다. 이 가운데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자회사의 시장점유율은 2019년 37.1%에서 2021년 50.8%로 증가했다. 중소 사업자로선 이미 생존이 힘겨운 상황인데, 설상가상 KB가 등장한 셈이다. KB 리브모바일 가입 회선은 지난달 말 기준 42만 회선, 시장점유율은 5% 정도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금융회사 알뜰폰을 이통 3사 자회사보다 더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지난달 4일 금융위에 보낸 공문에서 “금융기관은 인지도, 신뢰도, 자금력에서 이미 확보한 영향력이 이통 3사의 자회사보다 월등하다”면서 “최소한 이통 3사의 자회사보다는 더욱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금융회사 알뜰폰이 망 도매 대가 이하의 요금제를 출시하지 못하도록 하고, 금융회사 알뜰폰의 시장점유율을 제한해달라고 요구했다.

알뜰폰 업계에선 ‘KB가 혁신금융을 표방하며 알뜰폰 사업을 시작했지만, 무엇이 혁신인지 모르겠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KB가 다른 알뜰폰보다 우수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알뜰폰 이미지의 개선에 이바지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혁신은 보여주지 못하고 단순히 저렴한 요금으로만 경쟁했다”고 말했다. 또 “KB가 혁신이라 주장한 서비스들은 기존 중소 통신사 등도 손쉽게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기존 사업자들
자본력·인지도 앞세운 금융회사
시장 확대에 원가 이하 요금 우려
“점유율 제한 등 강력 규제 필요”

■ KB “상생 방안 내놓겠다”

KB 측은 ‘혁신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제공하기 어렵거나 개발하기 어려운 것만이 혁신이 아니라, 리브모바일이 도입하기 전까지는 생각하지 못하거나 시도하지 못했던 서비스도 혁신으로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KB는 통신 측면에서 알뜰폰 최초로 5세대(5G) 요금제와 워치 요금제를 출시했고 5G 중용량 요금제, 셀프 가입·개통 프로세스 도입 등 기존 통신사에 없던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며 시장을 선도했다고 설명했다.

금융 측면에서는 ‘청년희망 LTE’ ‘반려행복 LTE’ 등 금융과 통신을 결합한 상품을 출시해 새로운 경제적 혜택을 창출했고,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예방 서비스 도입, 대안 신용평가 모델 개발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는 게 KB의 입장이다.

KB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경쟁 촉진 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서로 경쟁할수록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알뜰폰 시장도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혜택과 가치를 돌려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가 KB의 알뜰폰 사업을 부수 업무로 인정할 것인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쟁점이 됐던 부분은 가격과 시장점유율이었다. 중소 사업자들은 KB가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요금을 원가(도매 대가) 이하로 정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이에 대해 KB는 중소 사업자와 가격 경쟁을 하지 않고 통신·금융의 결합을 앞세운 서비스로 경쟁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소 사업자와의 상생 방안도 내놓을 계획이다. KB의 시장점유율을 제한해야 할 것인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검토하게 된다. 알뜰폰 사업이 은행의 부수 업무로 인정받았지만, 추가적으로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 은행은 아직 없다는 게 금융당국 관계자의 전언이다.

다른 은행들은 일단 KB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당분간 기존 알뜰폰 사업자와의 제휴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기존 알뜰폰 사업자와 제휴해 요금제를 판매하고 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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