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지하 100m에 새로운 핵시설 건설”
벙커버스터의 파괴 깊이 넘어 ‘핵협상 난항’ 미국 고민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 속 ‘핵으로 활로 모색’ 분석
이란이 미국의 최첨단 폭탄으로도 뚫을 수 없는 깊은 지하에 핵시설을 건설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숙적 사우디아라비아 주도로 우군이었던 시리아가 아랍연맹(AL)에 복귀하며 외교 보폭이 좁아진 이란이 핵을 앞세워 활로를 찾으려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AP통신은 22일(현지시간) 미국 민간 위성사진 서비스 업체인 ‘플래닛 랩스’가 이란 중부 나탄즈 핵시설 일대를 촬영한 영상을 분석한 결과, 지하 80~100m 깊이에 새로운 핵시설이 들어서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핵시설은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140마일(약 225㎞) 떨어진 자그로스산맥 고원에 조성되고 있으며, 앞서 이란이 60% 농축 우라늄을 생산한다고 밝힌 기존 나탄즈 핵시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고 전했다.
건설 중인 핵시설 주변엔 동쪽과 서쪽에서 각각 두 개의 출입구가 관측됐다. 출입구는 높이 26피트(8m), 너비 20피트(6m) 크기로 추정된다. 핵시설 부지 면적은 2.7㎢로 조사됐고, 그 주변엔 이란 혁명수비대 방공 미사일이 다수 배치됐다. AP통신은 “나탄즈는 20년 전 그 존재가 외부에 알려지면서 국제사회의 관심 대상이 됐던 지역”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핵시설에 대형 원심분리기가 배치될 가능성이 크고, 이란의 우라늄 농축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핵시설이 들어선 깊이다. AP통신은 영상에 찍힌 터널 크기와 흙더미 등을 봤을 때 지하 80~100m 깊이에 핵시설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일명 ‘벙커버스터’로 불리는 공대지 유도폭탄인 GBU-57의 파괴 범위를 벗어나는 깊이다. GBU-57은 땅 밑 60m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이번 분석에 참여한 스티브 데라 푸엔테 미국 국제과학안보연구소(ISIS) 연구원은 “핵시설이 자리한 깊이까진 기존 재래식 무기로 파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비영리단체 과학·국제안보연구소는 “터널의 깊이가 더 깊어질 조짐도 보인다”고 밝혔다. 익명의 미 당국 관리는 AP통신에 “GBU-57을 연속으로 두 발을 투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최근 국제무대에서 운신의 폭이 점점 더 좁아지고 있는 이란은 시리아의 아랍연맹 재가입을 반기면서도 내심 불안해하는 분위기다. 끈끈한 관계를 이어온 범시아파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손을 잡고 귀환한 모습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재건 사업을 돕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스라엘 매체 유대뉴스연합(JNS)은 “이란과 사우디가 화해했다고 해서 이란의 핵 위협이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핵은 여전히 미국과 아랍권을 견제할 이란의 강력한 카드”라고 평가했다.
이란과의 핵 협상에 난항을 겪는 미국은 고민에 빠졌다. 미 백악관은 이날 AP통신의 관련 질의에 “외교가 목표를 달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는다”면서도 “우리는 테이블에서 어떤 선택권도 제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해 군사 행동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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