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사무총장 "다자무역체제는 한국기업에 기회...지지해 달라"

이재윤 기자 2023. 5. 23.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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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WTO사무총장, 대한상의서 강연…한국 기업인들과 토론회 가져
응고지 오콘조-이웰라(Ngozi Okonjo-Iweala)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2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강연을 하고있다./사진=대한상공횡의소


"한국 기업에게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상품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국가도 있습니다. 예를들면 페루와 콜롬비아, 중남미 국가들과 아프리카 국가들과 한국은 FTA(자유무역협정)를 맺지 못했습니다. 비전통적인 기업과 투자 파트너를 찾아보세요. 지금이야 말로 새로운 기회를 찾을 때입니다. 다자무역체제를 지지해주시기 바랍니다."

응고지 오콘조-이웰라(Ngozi Okonjo-Iweala)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23일 한국 기업인들과 만나 다자무역체제를 통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응고지 사무총장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서울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세계화의 재정의: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한국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응고지 사무총장은 강연에서 다자무역체제의 부활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미·중 기술패권 다툼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COVID-19) 영향에 따른 보호무역주의에 대해 "공급망 쇼크(충격)에 취약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부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은 불가피 하지만 더 심화되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WTO에 따르면 다자무역체제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가 지금보다 5%넘게 떨어질 수 있다는 조사결과도 강연에서 언급됐다. 응고지 사무총장은 "세계경제가 2개의 무역 블록으로 파편화가 된다면 많은 국가들이 소득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세계경제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만큼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응고지 사무총장은 또 한국과 국내 기업인들에게 다자무역체제를 통한 신사업 기회를 모색해 줄 것을 촉구했다. 개발도상국들을 세계 무역 질서에 적극 편입시켜 공급망을 다변화 시키고, 사업기회로 삼자는 취지다. 그는 인도네시아와 인도를 비롯해 방글라데시, 모로코, 나이지리아 등을 언급하며 "소외됐던 국가들을 세계 무역질서에 편입시키면 무역의 무기화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왼쪽 네번째)과 응고지 오콘조-이웰라(Ngozi Okonjo-Iweala)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사무총장(왼쪽 다섯번째)이 참석자들과 기념촬여을 하고 있다./사진=대한상공회의소


그는 과거 한국과의 인연도 소개하며 수출로 경제성장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세계은행(WB)에 근무하면서 한국을 담당했고 '금모으기 운동' 등을 인상 깊게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인들은 근면 성실하게 열심히 노력했고 이 성공을 위해 많은 희생을 치뤘다. 무역으로 성장하면서 위기로부터 급격하게 회복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강연 후 진행된 토론회는 정해진 시간보다 30분 넘게 이어졌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을 좌장으로 진행된 토론회에는 응고지 사무총장과 김정일 SK스퀘어 부사장과 김경한 포스코 부사장 등 기업인들과 이재민 서울대학교 교수,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이 교수는 "미·중 갈등으로 발생한 관세 조치나 기술경쟁 등 보호무역주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반도체 지원법 등 산업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WTO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응고지 사무총장은 "국가는 안보를 위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서도 "WTO에서 합의된 규칙을 위반해선 안된다"고 답했다.

기업인들은 WTO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김정일 부사장은 "최근 지정학적 이슈로 추가비용이 증가하고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으므로 WTO에서 자유무역과 비즈니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응고지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지정학적인 긴장관계가 불확실성으로 이어지는 건 사실"이라며 "기업과 정부, WTO가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2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에 머물고 있는 응고지 사무총장은 한덕수 국무총리를 예방했고, 대표 IT(정보통신) 기업인 네이버 등을 방문했다. 대한상의에서 진행된 강연에는 청중 200여명이 모였다. 현직 WTO 사무총장이 한국을 찾은건 2014년 5월 호베르투 아제베도 전 사무총장 이후 10년 만이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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