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상권·토지분석의 달인… "상식에 기대다 에쿠스 한대 말아먹었죠"

이미연 2023. 5. 2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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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점포개발때 얄팍한 시도로 실패맛봐… "상권분석 호되게 배웠어요"
이론겸비 현장형 강의 트레이드 마크… "공부해야 '오를 땅'이 눈에 보이죠"
김종율아카데미 대표가 토지 투지 강의에 나선 모습. 사진 김종률아카데미
온라인 지도 로드뷰로 현장을 보여주며 사례 설명 중인 김종율 대표. 사진 이미연 기자

'나는 집 대신 땅…' 책 펴낸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

5월의 한 주말 오후, 햇빛 쨍쨍한 토요일이지만 서울 강남역 인근에 마련된 강의실에 사람들로 꽉꽉 들어찼다. 최대 7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빡빡하게 채워진 것. 날씨가 한창 좋은 시기지만, 이들은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찾기위해 강의 시간 내내 강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했다.

김종율(46)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이사 겸 김종율아카데미 대표의 컨디션이 꽤 좋지 않을 때 인터뷰가 잡혔다. 한 두어시간만 쉬면 나아질 것이라며 미팅시간만 조정한 그는 거의(?) 멀쩡한 상태로 시간을 내줬다. 평소 엄청난 발품으로 현장을 다닌 덕에 다져진 체력이 힘을 발휘한 것일까. 인터뷰 내내 김 대표 특유의 유쾌한 어투의 설명이 이어졌다. 우선 따끈한 신간 소식부터 물었다.

"현재까지 4권을 냈는데 총 9만권이 나갔으니 연말에는 10만권 정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책 쓰는 부담이요? 강의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쌓이는 자료와 사례로 책을 엮는터라 되려 준비한 원고를 다 못 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의 최근 신작이자 4번째 저서는 '나는 집 대신 땅에 투자한다'는 제목으로 지난 3월 말에 나왔다. 공인중개사인 임은정 씨와의 공저다. 임씨는 김 대표 강의를 듣는 수강생이기도 해 김 대표는 이번 책이 더욱 뜻깊다고 강조한다.

이번 책에 소개하지 못했다는 사례는 꽤나 극적이었다. 경기도 양주 옥정지구 인근의 농지를 60억원에 사들였던 건인데, 180억원에 되팔아 단순하게 금액으로만 보면 최고 수익 사례로 등극했다. 토지구입비용 외에 개발비용과 건축비용 50억원 정도가 들었기 때문에 투자비용은 110억원이라 수익은 70억원 선이지만 이 케이스는 원래 150억원 선에서 종료될 뻔한 건이었다. 어떤 사연이길래 30억원이라는 차이가 벌어졌던 걸까.

옥정신도시 인근 농지였던 곳을 사들인 토지주는 애초 한쪽에 유명 커피브랜드 DT(Drive Thru) 매장을 유치한 뒤, 남은 부지에 건물을 지어 유명 전자제품 매장 임차를 고민했다. 해당 브랜드 담당자와 여러 번의 회의도 거쳤지만, 토지주는 빠른 엑시트 대신 다른 업종을 기다리겠다는 의외의 선택을 내렸다. 김 대표의 강의를 들으며 토지매매에 대한 지식과 감을 키워왔던 토지주(수강생)는 그 기다림 덕분에 유명 의류브랜드에 30억원 더 높은 가격으로 건물을 매각할 수 있었다.

"아니 이런 (성공) 케이스가 수강생이 아닌 내 사례가 되어야 하는데요"라며 너스레를 떤 김 대표는 "이 건은 전적으로 토지주(수강생)의 인내와 공부가 빛났던 사례"라고 극찬했다. 다만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이 단편적으로 '70억 성공'만을 목표로 삼을 것이 우려돼 결국 이 건은 책에 실리지 못했다.

이렇게 토지매매의 기초부터 토지개발 고수의 경지(?)까지 키워내는 김 대표의 아카데미에는 오프라인 강의 외에도 온라인 강의까지 매월 300여명의 수강생이 등록한다. '상권분석의 신', '토지분석의 제왕'으로 불리는 김 대표의 강의는 경기에 민감한 주택분야가 아니라서 수요가 꾸준하다는 설명이다.

물론 그에게도 흑역사가 있다. 한국미니스톱 편의점 점포개발본부와 법제팀에서 일하는 사회 초년생이자 부동산 개발 업무를 접했던 그 때가 바로 지금의 그를 키운 시작점이자 자양분이다. 상식(?)에 기대어 그저 유동인구가 많아보이고 간판이 화려한 동네에 점포를 론칭했다. 얄팍한 시도에 시장은 '대실패'로 복수했다. 큰 교훈을 얻었다.

"1년만에 에쿠스 한대 말아먹고 상권 분석을 호되게 배웠다. 낙심을 굉장히 심하게 했을 정도"라고 회상한 그는 "절치부심 세게 해서 점포개발 2년차와 4년차, 이직 후에도 사내 우수상을 당당히 받았다. 그 때의 고민이 깊었던 덕분인지 더 이상 그런 실수를 안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점포건설 부문과 GS리테일 편의점 사업부 등을 거치며 실전을 탄탄하게 쌓았다. 그러나 배움에의 목마름은 깊어졌다. 2011년부터 강연을 시작해 2016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아카데미까지 열었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에 그 해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의 문을 두드렸고, 2018년 석사 학위를 따면서 이론까지 탄탄하게 무장할 수 있게 됐다. "업계 다른 전문가들과의 교류가 열린 소중한 기회였다"고 회상한 김 대표는 "이번 책에 저자로 함께 이름을 올린 임씨는 대학원 선배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얄팍한 정보 겉핥기'가 아닌 현장 상태까지 깊숙하게 진단하는 '생생한 현장형 강의'가 트레이드마크인 김 대표는 토지 투자에 접근하려면 "고수에게 묻어가거나 소액투자로 불려나가겠다는 '수익률 미끼'에 현혹되면 안된다"는 조언부터 했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옛말이 정답"이라며 "호재는 있지만 오를 가능성이 없는 싼 곳을 찾다가 실수하게 되고, 적지 않은 목돈이 묶이게 되는 것"이라며 '한탕주의'에 일침부터 놨다.

이 바닥(?)에는 그릇된 컨설팅을 목적으로 강의에 나서는 '사기꾼'이 적지 않으니 이들부터 거르는 눈을 기르려면 적어도 1년 이상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특히 뉴스를 놓치지 않으면서 개발 가능지의 호재를 읽어낼 수 있어야 '싼 땅이 아닌 오를 땅을 살 수 있는' 경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의 경매 시장은 예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옛날엔 권리분석을 깊게 공부했어야 했지만, 최근에는 경매 절차에 따른 법원 집행관의 스탠스와 유치권, 허위임차인 스크리닝 등이 더 중요한 시기"라며 "물건 분석과 호재에 대한 분석이 훨씬 중요하다. 공부는 끊임없이 해야 토지가 '보일 것'"이라고 한번 더 강조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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