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인의 `樂樂한 콘텐츠`] `넷플릭스 킹덤`에 무너진 토종기업들… 유료방송 성장률 0%

김나인 2023. 5. 2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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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입자 수 0.67%… 증가율 1% 미만
OTT 공짜소비 물결에 '코드커팅' 가속화
IPTV 업계, 인구감소·각종 규제에 이중고
"韓, 방송제도 개선… 성장·경쟁력 키워야"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 사장이 KT그룹 미디어·콘텐츠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KT 제공
넷플릭스 제공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방송과 비방송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는데, 정작 국내 IPTV(인터넷TV)는 칸막이 규제로 경계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내 방송·미디어 분야 한 관계자의 얘기다.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방송 콘텐츠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상황에서 IPTV를 비롯한 유료방송 정체가 현실화하고 있다. IPTV는 본업인 통신의 성장이 제한된 통신사들의 성장산업으로 자리 잡으며 SO(종합유선방송)를 제치고 '골든 크로스'를 이뤘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시장 판도를 바꾸면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 유료방송 가입자 증가율 첫 0%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최근 유료방송 가입자 수와 시장점유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상반기 대비 24만명 늘어나 0.67% 증가율을 보였다. 직전 반기 대비 가입자 수 증가율이 1% 미만대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료방송 업계의 신규 가입자 유치가 어려워진 현실이 수치로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1년 전인 2021년 하반기 증가 폭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IPTV 가입자는 36만명 늘어 점유율 56.8%를 기록한 반면 SO와 위성방송 가입자는 감소했다. 각각 9만5000명, 2만4000여명 줄었다. SO·위성방송과 달리 IPTV는 아직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유료방송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가파르게 증가한 OTT 성장세, 인구 감소, 유료방송 칸막이 규제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콘텐츠 이용시간이 늘면서 생각보다 빨리 가입자가 OTT로 옮겨갔다"며 "허가 사업자가 아닌 OTT는 시장에 유연한 요금제 등을 내고 심의도 받지 않아 유리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유료방송은 특성상 사람들이 TV 앞에 앉아야 하지만 OTT나 유튜브는 어디든 이동하면서 볼 수 있다는 이동성의 강점이 있다. 가정에서조차 TV를 통해 유료방송이 아니라 OTT나 유튜브를 보는 이들도 늘고 있다.

◇OTT도 위기지만 인구감소도 무섭다

IPTV 성장 수치는 인구 수보다는 가구 수를 비교해 실질적인 성장 규모를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SO나 위성방송과 달리 IPTV는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는 인구 감소로 인한 생활 방식의 변화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국현 KT커스터머부문장(사장)은 "한국도 유료방송 시장이 어렵지만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전체 시장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나마 잘 견디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산업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인구 감소를 꼽았다.

OTT가 개인화 디바이스를 활용한다면, IPTV는 거실이나 안방, 가족 단위로 즐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들이 있는 가정이나 중장년층 위주 시장은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는 전통 유료방송을 끊는 '코드커팅'과, 유료방송을 저렴한 서비스로 갈아타는 '코드셰이빙'이 현실화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결혼이나 출산, 이사 등 대소사들이 일어나야 약정 있는 상품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같은 변화가 줄다 보니 자연스레 IPTV 결합상품 가입도 줄어드는 것. 가족형 매체라는 IPTV 특성상 가구 세대원이 늘어나는 결혼과 출산 등과 자연스레 연계될 수밖에 없다.

IPTV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AI(인공지능)와 IoT(사물인터넷)를 활용해 세분화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IPTV 3사 모두 키즈 콘텐츠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도 가족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키즈 브랜드 '잼(ZEM)'과 관련한 IPTV 콘텐츠를 늘리고 맞춤형 UI(사용자환경)를 제공해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KT는 영유아동 전용 IPTV 서비스 '지니TV 키즈랜드', LG유플러스는 '아이들나라'로 키즈 콘텐츠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시니어 전용 서비스 또한 같은 맥락에서 강화하고 있다. 땅이 넓은 미국에서 성공한 맞춤형 광고 사업 '어드레서블 TV 광고'도 테스트베드 차원에서 시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유료방송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 융합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OTT와 보완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 방송 경계 무너지는데…韓 유료방송 여전히 '칸막이 규제'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시장 경계가 무너지고 있지만 그 벽을 넘지 못하는 유료방송 업계는 과거의 공식에 머물러 있는 제도로 인해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한다.

방송법상 사전 규제가 많아 시장 변화를 빠르게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 업계 공통의 전언이다. 이를 타개하려면 전통 유료방송도 OTT 수준으로 정책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최근 SK브로드밴드가 출시한 'B tv 팝' 상품은 규제 완화로 빛을 볼 수 있었다. 지난해 5월 기술중립성을 허용한 방송법 개정으로 케이블TV도 IPTV와 동일하게 IP(인터넷프로토콜) 방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기점으로 IP 기반 케이블TV 출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OTT의 경우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VOD(주문형비디오)라는 점에서 방송 규제나 심의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이에 규제를 덕 적용받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은 급속하게 성장했지만, 울타리 안에 갇힌 유료방송 시장은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상황이다.

신흥 미디어 플랫폼들은 최근에는 광고시장까지 먹어치우며 유료방송 시장의 광고 수익까지도 노리고 있다.

방송·미디어 업계 한 관계자는 "케이블TV의 기술중립성 허용 사례와 같이 방송과 비방송의 경계가 허물어진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사전 규제를 받는 사업자의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며 "방송의 영향력에 따라 행위나 내용은 세밀하게 사후 규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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