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송중기보다 이선균, 배우·아빠 인생 정점 찍은 '칸의 남자' [TEN피플]
[텐아시아=최지예 기자]
이번 칸 영화제에서 단연 주목할 만한 인물은 배우 이선균이다. 이선균은 칸에 초청된 우리 배우 중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기생충' 이후 약 4년 만에 밟은 칸 레드카펫이다.
이선균은 지난 21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칸에서 열리고 있는 제76회 칸 영화제에서 총 두 편의 영화로 세계 영화인들을 만났다. 낮에는 '잠'(감독 유재선)으로, 같은날 자정에는 영화 '탈출: PROJECT SILENCE'(감독 김태곤, 이하 '탈출')가 상영됐다. 칸 영화제에서 한 배우가 같은 날 두 편의 영화로 관객을 만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낮에 공개된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 분)와 수진(정유미 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 영화에서 이선균은 극심한 수면 장애로 아내 수진을 공포에 빠트리는 남편 현수를 연기했다.
유재선 감독의 첫 장편인 이 영화는 극대화된 공포 속 예기치 못하게 숨겨진 코믹적 요소 등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결을 같이 한다. 유 감독은 봉 감독의 조감독 시절을 오래 겪었던 만큼 공유된 정서가 엿보인다.
깊은 밤 자정에 상영된 '탈출'은 한 치 앞도 구분할 수 없는 짙은 안개 속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고립된 사람들이 예기치 못한 연쇄 재난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렸다.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 정원 역을 맡은 이선균은 위험에 빠진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탈출'은 상영 직후 5분 가까이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고. 새벽 2시 30분 야심한 시각에도 관객들은 이 영화에 열띤 박수갈채로 작품성에 환호를 보냈다.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새벽 두시 반까지 관객들이 흥미롭게 영화를 본다는 게 무척 고무됐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이례적인 두 편의 영화 초청은 물론이고, 이선균은 이번 칸 영화제에 아내인 배우 전혜진과 두 아들 이룩-이룬 군을 동반, 영광의 축제를 만끽했다. 전혜진과 두 아들은 이선균과 함께 레드카펫을 밟으며 기쁨을 함께 했다. 이선균은 평소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전혜진과 두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아끼지 않으며 남다른 가족애를 보였던 만큼, 두 아들에게 배우로서 자랑스러운 아빠의 모습을 톡톡히 보여줬을 터. 배우 부모를 둔 두 아들에게도 이번 칸 영화제 참석이 잊지 못할 추억과 좋은 학습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선균은 '탈출' 상영 이후 진행된 시사회에서 "아이들이 졸지 않고 영화를 끝까지 몰입감 있게, 너무 재미있게 봤다고 해 안심이 됐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선균은 이번 칸 영화제를 통해 세계가 주목하는 배우로, 두 아들에게 존경받는 아빠로 우뚝 서며 인생의 정점을 찍었다. 글로벌 팬덤을 지닌 블랙핑크 제니의 레드카펫 드레스가 아무리 우아했다고 해도, 배우 송중기의 네 번째 손가락에 아내 케이티와의 결혼반지가 반짝였다고 해도, 이번 칸 영화제에서 가장 행복한 배우는 이선균이 아닐까 싶다.
한편, 올해 칸 영화제의 초청을 받은 우리 영화는 총 7편이다. '주목할만한 시선'에 '화란'(감독 김창훈), 비경쟁 부문 비경쟁에 '거미집'(감독 김지운),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탈출: PROJECT SILENCE', 비평가 주간에 '잠', 감독 주간 폐막작에 '우리의 하루'(감독 홍상수)가 올랐다. 라 시네프(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이씨 가문의 형제들'(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서정미), '홀'(한국영화아카데미 황혜인)이 선정됐다.
지난 16일 개막했으며, 오는 27일까지 열린다. 개막작은 '잔 뒤 바리'(감독 마이웬), 폐막작은 '엘리멘탈'(감독 피터 손)이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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