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파리 올림픽 도전, 만약 한국 원정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이번에도 포기?
(베스트 일레븐)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 임했던 한국 축구계에 주어진 커다란 변수 중 하나가 있다면 바로 북한과 대결이었다. 갖은 악조건 속에서 평양으로 원정을 떠났지만, 북한이 서울 원정을 거부하면서 파행이 빚어졌다. 그렇다면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예선은 어떠할까? 만약 2024 AFC 카타르 U-23 아시안컵 지역 예선에서 만나게 된다면 북한이 한국에 원정을 올까?
AFC가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파리 올림픽 본선행 티켓이 걸린 2024 AFC 카타르 U-23 아시안컵의 지역 예선 조 추첨을 공지했다. 조 추첨식은 오는 25일 저녁 5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AFC 하우스에서 열린다.
아시안컵 지역 예선에는 AFC에 가맹된 총 43개 협회 대표팀이 출전하며, 11개 그룹으로 나뉘어 16개 팀이 출전하는 아시안컵 본선행 티켓을 결정하게 된다. 한국은 지역 예선 개최국 11개 나라 중 하나에 포함되어 있다. 즉,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축구 국가대표팀은 홈팀으로서 지역 예선을 치르게 된다.
그런데 지역 예선 출전 의사를 밝힌 43개 팀 중 시선을 모으는 팀이 있다. 바로 북한이다. AFC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아시안컵 지역 예선 대진 추첨과 관련해 한국과 북한의 지역 예선 분리 배정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
UEFA의 경우 조 추첨 전에 정치외교적 이유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같은 조에 배정되지 않도록 하는 특례 규정을 적용하고 있는데, AFC는 아직 이런 계산은 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황선홍호가 지역 예선에서 북한과 대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 예선이 한국에서 열리게 되는 만큼, 북한이 한국 그룹에 들어오게 되면 방남해서 경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남북 관계가 현재 굉장히 경색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미 북한이 한국 원정을 거부해 파행을 빚은 적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때 그랬다. 당시 한국은 손흥민 등 주축 선수들을 대거 앞세워 북한 원정을 다녀왔었다. 무관중 경기,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승부를 치러야 했다. 득점 없이 비겨서 돌아온 이 경기를 두고 손흥민은 "안 다치고 돌아온 것만 해도 다행"이라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그리고 북한은 이후 예정되어 있던 한국 원정을 포함한 모든 경기를 출전하지 않기로 했다. 무작정 월드컵 예선판을 떠났던 북한은 이런 이유 때문에 2026 FIFA 월드컵 유나이티드 아시아 예선 참가 자격을 박탈당했다.
북한의 한국 원정 포기는 비단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예선뿐만이 아니었다. 2019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여자축구 풋볼 챔피언십이 한국 부산에서 벌어졌을 때,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북한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이 거리낌없이 출전을 포기한 적도 있다. 최근 수년 간 북한 축구는 한국 땅을 밟는 걸 극도로 꺼렸다.
하지만 최근 북한은 파리 올림픽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에 욕심을 내고 있다. 월드컵 판에서는 한동안 퇴출됐지만, 이 대회 출전에는 문제가 없다. 이 결정 때문에 한국 원정 가능성도 다시 부상하고 있다. 열한 개 그룹으로 갈리게 될 지역 예선 조 추첨식 확률상 극히 적은 가능성의 이야기이지만 말이다.
황선홍 감독은 최근 파주 NFC에서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 본선에서 북한과 만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피력한 바 있다. 정치외교적인 문제도 그렇지만, 북한의 거친 경기 매너 때문에 만났다 하면 출혈이 불가피한 혈투를 벌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리 올림픽으로 가는 길에도 북한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황 감독에게는 또 다른 골칫거리다.
북한도 한국을 만나는 게 머리 아플 것이다. 다른 국가면 모를까 한국 그룹에 속하게 된다면 또 다시 예선 출전 포기를 고려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월드컵 판에서 한동안 쫓겨난 상태인 북한이 올림픽까지 포기한다면 나설 수 있는 국제 무대가 없어진다는 점에서 그들 처지에서도 쉽게 내릴 결정은 아닐 것이다. 과연 한국과 북한이 한국에서 열릴 아시안컵 지역 예선에서 만날까? 그 시나리오가 성사된다면 북한은 과연 한국 원정길에 오를까?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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