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종신집권 성큼…리라화 '날개없는 추락'
1차 투표 3위 후보 공개지지
에르도안 장기집권 청신호
경제 망친 정책 되풀이 우려
튀르키예 증시 다시 하락세
리라화값 사상 최저치 수준
지난 14일(현지시간) 치러진 튀르키예 대통령선거 1차 투표에서 3위를 기록한 후보가 1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는 등 지원 사격에 나서면서 교착 상태에 빠졌던 튀르키예 대선 판도가 바뀌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기 집권 전망이 다시 탄력을 받자 그가 추진했던 비정상적 통화 정책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금융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22일 미국 CNN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 대선 1차 투표에서 3위를 기록한 시난 오안 승리당 대표가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해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이날 앙카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안 대표는 "28일로 예정된 결선투표를 앞두고 에르도안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며 "심사숙고한 끝에 에르도안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이 나라와 우리 국민을 위하는 옳은 길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불리할 것이라는 대다수 예상과 달리 1차 투표에서 2위 후보와 박빙의 경쟁이 벌어지면서 진짜 승부는 오는 28일 결선투표에서 판가름 나게 됐다. 1차 투표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49.52% 득표율을 기록하며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2위 후보였던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가 득표율 44.88%로 맹추격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과반 득표에 제동을 걸었다. 튀르키예 대선에서는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당선된다. 그러나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1·2위 후보를 대상으로 하는 결선투표가 28일에 치러질 예정이다. 3위 오안 대표의 득표율은 5.17%에 그쳤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안 대표의 공개 지지를 등에 업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집권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1·2위가 큰 격차를 보이지 않으면서 결선투표를 앞둔 28일까지 2주간 '혼돈의 시간'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지만, 3위 후보가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2위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를 무난히 따돌릴 수 있을 거라는 분석이다. 올해 초에 발생한 '튀르키예 대지진' 피해 역시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 생명에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저임금 55% 인상 등 주요 공약을 앞세워 중도층을 자신의 지지 세력으로 확실히 끌어들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그가 추진한 '역주행' 경제 정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등 세계 주요 경제국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거듭 인상하는 상황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높은 금리가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며 홀로 금리를 인하하는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까지 4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도 금리를 추가로 내리면서 당초 14%였던 튀르키예 금리를 8.5%까지 낮췄다. 아울러 금리 인하에 반대하는 중앙은행 총재 3명을 갈아 치웠다. 그 결과 튀르키예 물가는 폭등했고 리라화 가치는 하락했다.
에르도안 대통령 재선에 대한 불안감은 금융 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 소식에 튀르키예 은행 주가 지수들이 최대 3.7%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1차 투표 이후 6% 넘게 하락했던 보르사 이스탄불 증시는 지난 17~18일 소폭 반등했지만 결선투표를 약 일주일 앞둔 22일에는 다시 15일과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갔다. 스티븐 쇼언펠드 마켓벡터 최고경영자(CEO)는 "튀르키예 증시는 올해에만 벌써 15%가량 하락했다"며 "지난해 90%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CNBC에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임하면 이미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면서 통화 가치를 한층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주에 달러당 19.67달러로 사상 최저치에 근접한 리라화 가치가 당분간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골드만삭스 등은 통화 가치가 올해 말 달러당 25리라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미국 금융 기업 웰스파고의 브랜든 맥케나 이코노미스트는 "1차 투표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보여준 강세는 튀르키예 경제와 리라화 가치에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28일 결선투표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최종 승리하면 최장 2033년까지 장기 집권할 수 있다. 현재 그의 나이가 69세인 만큼 사실상 종신 집권도 가능한 셈이다. 2003~2014년 총리로 재직하고 같은 해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2017년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거쳐 자신이 최대 2033년까지 재임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박민기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사격 훈련 중 숨진 20대, 무릎쏴→서서쏴 자세 바꾸다 오발 추정” - 매일경제
- 소개영상 하나 올렸을 뿐인데 10만 구독…11일만에 ‘실버버튼’ 조민 - 매일경제
- “강남이 아니었어”…한 채에 81억, 올해 최고가 아파트 나온 이곳 - 매일경제
- “겨울에 찜했던 옷인데” 5월에 ‘구스 패딩’ 불티나게 팔린다 - 매일경제
- “집주인이 월세 준다고 하네요”...심각해진 전세시장, 무슨 일이 - 매일경제
- 로또 1등 당첨됐는데 “돈 없어 세금 못내”...고액체납자 집 털어보니 - 매일경제
- “떠나긴 어딜 떠나”...백종원, 예산 국밥거리 다시 돕는다 - 매일경제
- 첩보요원 지원하면서 근무조건 ‘재택’…황당한 청년 지망생 - 매일경제
- 가뜩이나 전세값 떨어지는데…주택 입주 물량 쏟아지는 이 지역 - 매일경제
- 유빈, 테니스 선수 권순우와 열애 중…9살 연상연하 커플 탄생(공식입장)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