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릴 돈 느는데…전문가 부족한 국민연금
152조까지 늘어난 자산
담당 인력은 96명 불과
1인당 운용규모 해외의 3배
"고수익만큼 인재확보 중요"
국민연금이 대체투자 비중을 높이는 것은 전 세계 연기금 트렌드와 일맥상통한다. 대체투자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대규모 자금을 장기간에 걸쳐 투자해야 한다. 대규모 자금을 동원할 수 있고 또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는 연기금에 적합한 투자라 전 세계 연기금이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의 경우 대체투자 비중이 59%, 네덜란드공적연금(ABP) 역시 33%에 이른다.
23일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해외 주요 연기금과 비교해 대체투자 비중이 낮은 점을 고려하면 수익률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대체투자 확대를 통해 장기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체투자 분야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전문가 확보다. 해외 연기금과 비교할 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1인당 대체투자 운용 규모가 크게 높아 투자 과정에서 부실 검증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투자 결정을 내리기까지 품이 많이 드는 대체투자 성격상 인적 인프라스트럭처 확충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02년 처음으로 벤처투자조합에 대한 간접투자를 통해 대체투자 시장에 뛰어든 국민연금은 2007년 기준 대체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기금자산의 2.2%인 4조8000억원에 그쳤다. 15년 사이 대체투자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지면서 올해 2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자산은 152조2000억원(비중 16.2%)까지 확대됐다.
현재 국민연금의 대체투자는 사모벤처투자실, 부동산투자실, 인프라투자실을 각각 최형돈·오은정·황미옥 실장이 맡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사모투자가 59조8000억원으로 전체 대체투자의 40.9%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높았다. 부동산(46조4000억원), 인프라(38조5000억원) 순으로 투자 금액 규모가 컸다.
외형적인 성장 속도는 빨라졌지만 운용인력은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과 각국 연기금에 따르면 CPPIB의 경우 약 285조6000억원의 대체자산을 운용하고 있는데 운용인력만 502명에 이른다. 1인당 운용 규모는 5700억원이다. 운용인력을 충원하고 전문성을 강화한 결과 CPPIB는 지난해 -5.0%로 수익률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국민연금 대체투자 부문 운용인력 정원은 114명이지만 실제 운용인력은 사모벤처·부동산·인프라 자산을 운용하는 '대체투자 3실'을 다 합쳐도 96명에 불과하다. 정원에 비해 20명 가까이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5년간 퇴사한 인원만 36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대체투자 규모 146조2000억원을 고려하면 실제 운용인력(96명)당 운용 규모가 1조5200억원으로 캐나다의 3배 수준이다.
국민연금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대체투자 운용역들이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자산운용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마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체투자는 자금 회수(엑시트)까지 길게는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리는 만큼 오랫동안 전문성을 갖고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력은 줄었지만 국민연금 대체투자 약정금액은 2021년 말 기준 전년 대비 50조원 이상 늘면서 200조원을 넘어섰다.
인적 네트워크를 토대로 철저히 비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자 발굴이 이뤄지는 대체투자는 인력 양성이 더 중요하다. 국민연금이 대체투자 목표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인력 확보가 절실하지만 처우 문제 등이 얽히면서 현실은 오히려 인력 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해외 사무소 인력 충원 등을 통해 현지 대체투자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처럼 기금운용본부 차원의 인력 유출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상황에서 대체투자가 활성화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해외 주요 연기금과 양질의 대체투자 자산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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