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1만여가구 입주 … 전세 급락 '빨간불'

이석희 기자(khthae@mk.co.kr) 2023. 5. 2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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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전국 4만여가구 입주
月단위 19개월 만에 최대
서울 상계·청량리 대단지
대치·잠원 등 강남도 입주
"인천 등 역전세 심화될 듯"
7월까지 한양, 롯데 등 2800여 가구가 입주하는 청량리역 일대 주상복합 단지 전경. 매경DB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 위치한 약 2400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 래미안크레시티. 2년 전 이맘때쯤만 해도 이른바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의 전세가격은 8억원 중반대였다. 그러나 최근엔 30%가량 떨어진 5억원 중·후반대에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고금리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전세가격 역시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음달엔 인근에 1152가구 규모의 초고층 주상복합단지인 '청량리역 한양수자인그라시엘'의 입주가 예정돼 전세 매물이 넘쳐나고 있다. 인근 중개사들에 따르면 한양수자인그라시엘의 전·월세 매물은 현재 300건 이상이다. 이어 7월엔 1425가구 규모 '청량리역 롯데캐슬스카이L65'의 입주장도 열려 추가적인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

23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다음달 입주를 앞둔 아파트는 전국 총 4만2870가구로 집계됐다. 월별 입주 물량을 기준으로 4만7404가구가 입주했던 2021년 11월 이후 1년7개월 만에 최대치다. 이달 물량과 비교하면 1만6337가구, 약 62% 늘어날 예정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세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입주 물량까지 대거 증가하면서 전세 약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만기가 돌아오는 전세 계약에서 집주인이 기존 가격에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역전세난' 현상도 심화될 전망이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 그중에서도 서울과 인천의 입주 물량이 많은 편이다. 전체 4만2870가구 중 수도권 물량이 절반 이상(58%)인 2만4872가구, 지방은 1만7998가구다. 수도권에서도 인천의 입주 물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총 1만2330가구가 집들이를 할 예정으로 수도권 물량의 절반 가까이가 인천에 몰려 있다.

다음달 입주를 앞둔 인천 서구 '검암역 로열파크씨티푸르지오'는 1, 2단지를 합쳐 총 4805가구에 달하는 매머드급 단지다. 인근 중개사들에 따르면 수분양자 중 실제 입주를 계획 중인 이들이 많아 전세 물량이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단지 규모 자체가 워낙 커 인근 전세 시세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용 84㎡의 전세가격은 층수, 동 위치 등에 따라 2억8000만~3억3000만원을 형성하고 있다. 2017년 입주한 인근 단지 검단SK뷰의 동일 면적 시세도 2억8000만~3억원대인데 2년 전엔 최고 4억원에도 계약이 된 바 있다. 집주인 입장에선 가격을 1억원 가까이 낮춰야 하는 것이다.

서울은 이달 입주 단지가 단 한 곳도 없었지만 다음달엔 5118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이 중 1000가구 이상 대단지는 청량리역 한양수자인그라시엘과 더불어 노원구 '노원 롯데캐슬시그니처'가 있다. 노원 롯데캐슬시그니처는 현재 전용 59㎡ 전세가격이 3억5000만원대인데 인근 단지인 노원 센트럴푸르지오 동일 면적의 2년 전 전세가격보다 2억원 가까이 저렴하다.

은평구 수색동에선 다음달 672가구 규모 'DMC 아트포레자이'가 입주를 앞두고 있는데 7월에 'DMC 파인시티자이'(1223가구), 'DMC SK뷰아이파크포레'(1446가구)가 추가로 입주할 예정이어서 역시 전세가격 하락이 예상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해 5월 둘째 주 이후 53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최근 들어 가격 하락폭이 작아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입주 물량 증가에 따라 낙폭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입주 물량이 증가하면서 일시적으로 전세 하락폭이 다시 커질 수 있다"며 "특히 지방의 경우 연간 단위로 놓고 봐도 입주 물량이 최근 몇 년 새 평균보다도 많은 지역이 여럿 있기 때문에 하락세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은 국지적인 영향은 있겠지만 여전히 입주 물량이 많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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