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곤충의 습격
작은 곤충들이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느낀 것은 펄 벅의 소설 '대지'를 읽었을 때였다. 메뚜기 떼의 농경지 습격에 대한 묘사는 이랬다. "세상이 밤처럼 캄캄해지고 메뚜기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그들이 내려앉은 곳은 졸지에 황무지로 돌변했다."
농민들이 밭에 불을 지르고 장대를 휘두르는 등 곡식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사투를 벌였지만 모두 허사였다. '메뚜기 폭풍'은 논밭을 초토화했다. 최근 케냐, 에티오피아 등도 메뚜기 떼 급습으로 농작물 피해가 속출하며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다. 이는 이상기후로 사막에 비가 잦아지면서 메뚜기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형성된 탓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도 '곤충의 습격'이 잦아졌다. 모기도 지난해보다 20여 일 일찍 등장했고, 서울 강남에서 '목조 건물 킬러'라고 불리는 외래종 흰개미가 발견돼 비상이 걸렸다. 아열대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외래종은 국내 흰개미와 달리 바짝 마른 나무까지 갉아먹는다. 집까지 무너뜨리는 위험한 곤충인데 언제, 어떤 경로로 유입됐는지 오리무중이다. 이미 다른 개체가 퍼져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팅커벨'이라고 불리는 동양하루살이 떼도 출몰해 불쾌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야간에 조명을 밝게 켜야 하는 야구장은 동양하루살이 습격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최근 개체수가 급증한 '매미나방'은 산림에, '꽃매미'는 과수원에 피해를 준다.
때 이른 곤충의 출현과 집단 창궐은 기후 변화와 기온 상승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동양하루살이도 '5월 더위'로 물속 유충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창궐했다. 지구온난화가 심화될수록 벌레의 공습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해충을 박멸하기 위해서는 살충제를 뿌리거나 천적을 이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하지만 바퀴벌레만 해도 살충제에 대한 내성이 강해져 좀처럼 박멸이 어렵다. 일각에선 영화 '설국열차'의 '단백질 바'처럼 곤충의 식량화를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곤충 식용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하다. '해충과의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싸움이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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