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G7 끝나고 미·중 분쟁 어디로
미·중 갈등 더 커지는 듯하나
한편으론 대화 시그널 보내
견제와 협력 동시에 취하는
고단수 외교 시간 돌아와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가 끝났다. 중국에 대해 선진국 그룹이 공동전선을 형성했다는 것이 중요한 의미다. 공동선언문의 한 파트를 중국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채우고, 경제안보와 무역에 대한 파트 역시 전체가 중국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중국은 이 선언문이 발표되자마자 G7이 "뻔뻔한 내정 간섭"을 하고, 경제적 관계를 "정치화하고 무기화한다"고 반발했다. 미·중 분쟁이 G7 회의를 계기로 더 판을 키우고 공고해지는 것처럼 보인다.
G7 정상회의 한 달 전부터 미국은 바쁘게 움직였다. 4월 20일, 부채한도 협상에 바빴을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기어코 짬을 내서 미국의 중국 정책에 대해 강연했다. 4월 28일에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인 제이크 설리번이 다시 안보가 아니라, 미국의 대외경제 정책에 대해 강연했다. 여기서 실컷 중국을 때리던 설리번은 5월 12일 오스트리아로 날아가 왕이 중국 공산당 외교업무위원회 주임과 1박2일 동안 미·중 현안과 협력을 논의했다. 모두 G7을 앞둔 정지작업이자 이른바 뉴 워싱턴 컨센서스를 공식화하는 과정이었다.
옐런과 설리번은 이른바 디커플링 논의에 선을 그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중국과의 경제적 단절이 아니라 미국과 동맹국의 첨단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가 거꾸로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을 막고(de-risking), 중국이 배터리 공급망을 완전히 장악하지 않도록 다변화(diversifying)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수출 통제든 기술 차단이든 그 범위는 군사적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 분야로 한정될 것이라고도 했다. 모호했던 황색 점멸등을 녹색과 적색이 분명한 신호등으로 바꿔준 셈이니 당장 미국 기업들부터 다시 중국 시장을 두드릴 것이다.
미국의 노동자와 중산층을 위해 앞으로 당당하고 노골적으로(unapologetically) 미국의 제조업을 부흥시키는 산업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여기에 다른 나라도 동참하라고 했다. 이제 모두가 대놓고 자국 우선주의적 산업정책을 추구할 핑계가 생긴 셈이다.
설리번은 신자유주의, 낙수효과, 자유무역, 자유무역협정(FTA)과도 선을 그었다. 전통적인 경제학적 사고방식과 모델은 더 이상 미국과 세계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는 단지 무역을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촉진하고, 법인세 감세 경쟁을 막고, 노동자와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선언했다. 세계무역기구(WTO)도 중국과 같은 비시장경제국가의 행동을 억제할 수 있는 구조로 개혁돼야 한다고 했다.
동시에 G7 정상회의 성과를 등에 업고 중국과의 대화를 본격화하겠다는 속내도 드러냈다. 우선 G7 공동성명에서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재확인했다. 앞에 언급한 설리번-왕이 회담뿐 아니라, 옐런 재무장관도 방중의사를 표명했다. 대화를 위해 리상푸 국방장관에게 내렸던 제재도 풀 것이라고 한다. 나아가 옐런은 "세계는 미·중 모두를 수용할 만큼 충분히 크다"는 표현을 연설에서 사용했다. 2017년에 시진핑 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건넸던 말이다. 확실한 대화 시그널인 셈이다.
구슬이 끼워졌으면 목에 걸어야 한다. 대국들은 한편으로는 모여서 중국을 견제할 동맹을 만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남보다 먼저 그 동맹을 자신의 레버리지로 활용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중국을 찾고 있다. 독일, 유럽연합, 프랑스, 스페인이 그랬고 일본과 호주도 시점을 잡고 있다. 미국은 언제든지 움직일 준비를 끝냈다. 기울면 차는 이치는 어디나 같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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