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대에…대만, 세계보건총회 참가 또 무산

이종섭 기자 2023. 5. 2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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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WHA에 초청 않기로
대만 언론의 취재마저 제한
지난 2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계보건기구(WHO) 연례총회인 세계보건총회(WHA)가 열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만의 세계보건총회(WHA) 참가가 올해도 무산됐다. 대만은 세계보건기구(WHO)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WHA에 옵서버 참가를 희망해 왔지만 중국의 반대로 7년째 회의에 초대받지 못하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올해 WHA에서는 중국의 압력으로 대만 언론의 취재마저 제한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WHO는 오는 30일까지 열리는 제76차 WHA에 대만을 초청하지 않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올해 WHA에서 12개 WHO 회원국이 대만을 옵서버로 초청하는 방안을 토론에 붙일 것을 요구했지만 WHO 운영위원회에서 합의가 도출되지 않아 아예 관련 의제를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대만의 WHA 옵서버 참가가 좌절된 것은 올해로 7년째다. 1971년 중국의 유엔 가입으로 유엔과 WHO를 비롯한 모든 유엔 산하기구에서 퇴출된 대만은 중국과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안정됐던 2009∼2016년에는 WHA에 옵서버로 참가했었다. 그러나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이 집권한 2017년 이후에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는 중국의 반대로 WHA에 초청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성명을 통해 공개적으로 대만의 옵서버 초청을 촉구하는 등 국제사회의 지원이 있었지만 결국 중국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대만 정부는 WHO 결정에 유감을 표명했다. 대만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만을 옵서버로 초청하자는 우방의 제안을 의제로 상정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깊은 유감과 불만을 표시한다”며 “중국의 정치적 압력으로 대만을 문밖으로 밀어내는 것은 불공정한 것이며 세계 건강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이 지속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리의 국제기구 참여를 방해해 대만 국민의 건강과 인권을 억압하려는 횡포를 부리고 터무니 없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방역 체계가 단일 국가의 정치적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WHA가 대만의 제안을 수년째 거부하는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이 국제사회가 지향하는 대세이며 어떠한 도전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준다”고 맞받았다. 중국 외교부는 언론 질의에 답하는 형식을 빌어 낸 입장문에서 “100여개국이 WHO에 보낸 특별 서한과 성명을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대만의 WHA 참석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대만 집권 민진당을 향해 “민의는 거스를 수 없고 불장난을 하다가는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임을 재차 충고한다”며 “개별 국가에도 보건 문제 정치화와 대만 문제를 빌미로 한 내정 간섭 중단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대만의 WHA 참여가 무산된 날 대만 중앙통신사는 중국의 압력으로 자사가 WHA 취재를 거부당했다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사 유럽 특파원들이 사전에 취재 허가를 받았지만 WHA 회의가 열리는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당일에 취재증 발급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현장 직원들은 이와 관련해 “며칠 전 중국으로부터 대만 기자들의 (회의장) 출입을 허가하지 말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중앙통신사는 전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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