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85세 건강상태 예전 70세 같아졌다
가정의 달 5월에 가장 많이 애용한 단어는 '건강'이고 선물 1순위 역시 '건강검진'이었을 것이다. 건강검진은 현재 내 몸 상태와 함께 미래의 숨은 질병을 보여주는 '건강성적표'다. 검진 결과는 수검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주로 '정상A' '정상B(경계)' '일반 질환 의심' '고혈압 또는 당뇨병 질환 의심' '유질환자' 등으로 나뉜다. 대다수 수검자들은 '병이 있는지 없는지' '종합 소견(판정)이 어떤지'만 보고 건진표를 치워버린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자신의 건강 상태에 문제가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지만, 단순히 좋은지 나쁜지가 아니라 '수치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추세를 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며 "그동안 어느 장기의 기능이 떨어지고 손상됐는지 체크해보고 그런 상태가 지속되지 않도록 개선책을 찾는 게 건강검진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몸은 일단 나빠지면 아무리 의료의 도움을 받아도 좀처럼 원래대로 되돌리기 어렵다. 올바른 생활습관과 함께 질병 예방이 중요한 이유다.
요즘 '100세인'이 해마다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 연령별 인구현황을 보면 우리나라는 4월 말 현재 100세 이상 인구가 7089명이다. 이웃 나라 일본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9만526명이 100세인이다. 전년보다 4016명이나 늘었다. 노구치 미도리 일본 오사카대 대학원 특임교수가 닛케이 굿데이에 기고한 '건강검진 결과를 잘 활용하는 법'과 함께 인생 100세 시대를 맞아 '수명을 연장한 것으로 확인된 8가지 좋은 생활습관'을 소개한다.
나이 들면 신장·뇌·심장 기능 하락
최근 들어 수명이 늘어나면서 건강 상태는 좋아지고 있다. 일본 사례를 보면 현재 85세의 건강 상태는 1950년 70세와 같다. 도쿄의학저널(Tokkyo Journal of medical Sciences)에 따르면 1950년에 조사한 결과를 보면 남성은 60세가 지나면 집단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70세가 되면 절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2015년 조사 결과는 60대에 집단 인구가 거의 줄지 않고 75세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80대 중반에 절반으로 줄었다. 이는 현재 85세의 건강 상태가 1950년의 약 70세라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요즘 신체 나이는 호적의 물리적 나이에 0.8을 곱해야 한다는 주장이 사실인 셈이다.
노화에 따라 신체 기능이 얼마나 떨어지는지를 조사한 해외 연구(Q Rev Biol)도 있다. 1959년 시점에서 70세의 생리 기능이 30세에 비해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당시의 70세이기 때문에 지금의 85세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먼저 뜨거운 것을 만지고 뜨겁다고 느낄 수 있는 '신경의 전달속도'는 10%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기초대사는 약간 떨어지지만 30세의 85% 정도로 유지된다. 기초대사량은 생명 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양으로 체온 유지, 호흡, 소화, 심장박동, 혈액순환 등을 위해 사용된다. 특별한 활동이나 운동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소모되는 에너지를 말한다.
크게 떨어지는 것은 '폐활량'으로 약 60%까지 떨어진다. 특히 신장혈류량은 폐활량보다 크고 절반 가까이 내려간다. 혈류량이 떨어지기 때문에 신장 기능을 나타내는 GFR(사구체 여과량·신장이 혈액을 여과하는 능력)도 하락한다. 신장은 혈관 덩어리라고 해도 좋을 만큼 혈관이 많아 뇌나 심장의 관상동맥과 비슷하다.
혈관은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손상을 입어도 아프거나 가렵지 않다. 이 때문에 변화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러나 혈관은 노화와 크게 관련이 있는 장기로, 혈관을 어떻게 지키느냐가 수명에 큰 영향을 미친다. 노구치 교수는 "어떤 생활습관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혈관 상태를 변화, 즉 동맥경화를 가속화시키거나 완만하게 할 수 있다"면서 "그 힌트를 주는 것은 바로 '건강검진표'"라고 강조했다.
혈압·혈당·고지혈증 예방이 중요
건강검진을 받으면 중장년층은 혈압, 혈당(당뇨), 고지혈증 등이 단골 메뉴로 지적받는다. 혈압이 높으면 가능한 한 빨리 혈압을 낮춰 혈관에 대한 손상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혈당이 높은 상태라면 혈관벽에 염증이 생기기 때문에 방치하면 동맥경화가 진행돼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이 발병한다. 정상 혈압은 수축기 혈압 120㎜Hg 미만이면서 확장기 혈압 80㎜Hg 미만이며, 수축기 혈압 140㎜Hg 이상 또는 확장기 혈압 90㎜Hg 이상이라면 고혈압으로 진단된다. 10시간 이상 식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잰 공복 혈당치의 기준치는 110㎎/㎗ 미만이며, 그 이상은 고혈당으로 분류한다. 126㎎/㎗ 이상은 당뇨병일 가능성이 높다.
나쁜 콜레스테롤이라는 LDL콜레스테롤 역시 수치가 높아져도 혈압이나 혈당과 마찬가지로 자각 증상이 전혀 없지만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LDL콜레스테롤이 높은 상태로 방치하면 혈액 속에서 활성산소 등에 의해 '산화 LDL'이 된다. 이것은 노폐물이어서 혈액 속에서 증가하면 그곳에 모인 대식세포(macrophage)라는 면역세포에 흡수돼 혈관벽으로 파고들어 플라크(plaque)가 생기게 된다. 이 혈관벽에 쌓인 콜레스테롤은 제거할 수 없다. 즉 일단 생긴 혈관의 플라크는 사라지지 않고, 어느 틈새에서 찢어지면 혈관벽으로부터 출혈을 멈추려고 혈액 응고 기능이 작용하고, 혈관 내에 혈전(핏덩어리)이 생겨 결과적으로 혈관을 막아 심근경색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플라크가 찢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액 속의 LDL콜레스테롤이 줄어들면 플라크가 딱딱해져 찢어지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LDL콜레스테롤이 높은 사람은 스타틴과 같은 약물로 수치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스타틴 약물로 심근경색을 확실하게 예방할 수 없기 때문에 LDL콜레스테롤을 올리지 않는 생활습관, 즉 콜레스테롤이나 포화지방산이 많은 식품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50·60대 운동 습관 길러야 노후가 건강
나이가 들면 가장 두려운 질환이 치매(알츠하이머병)다. 암이나 중증질환은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할 수 있지만, 치매는 아직 완치약이 없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일명 뇌 노폐물)이 20년 이상 걸려 뇌에 쌓여 생긴다. 즉 70·80대 치매 원인이 되는 뇌의 쓰레기는 50·60대부터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치매의 싹은 50대부터 나쁜 생활습관에 의해 싹튼다는 얘기다. 베타아밀로이드는 혈관을 통해서 배설된다. 그러나 동맥경화가 진행되면 뇌의 쓰레기가 원활하게 배설되지 않아 쌓이기 쉬워지고 나아가 기억과 학습에 악영향을 미친다.
뇌 쓰레기의 원활한 배출에는 숙면과 함께 운동이 가장 중요하다. 운동은 체지방을 태워 체중을 줄이는 효과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온몸에 혈액 순환을 돕는 효과가 크다. 흐름이 좋아지면 세포 구석구석까지 필요한 영양과 산소를 전달할 수 있고 불필요한 쓰레기도 배설된다. 노구치 교수는 일본 군마현 나카노조초의 65세 이상 주민 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를 인용해 당뇨병 예방은 하루 5000보 이상, 치매 예방은 하루 8000보 이상 걸으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현역 세대인 50·60대의 운동 습관이 20년 후의 건강을 결정한다고 강조한다. 나이를 먹으면 운동하려고 해도 근육량이 줄거나 허리와 무릎관절에 통증이 있으면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려면 식생활 중요
혈관질환을 예방하고 진행을 막으려면 식생활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LDL콜레스테롤만 높은 사람은 콜레스테롤이나 포화지방산이 많은 음식을 자제해야 한다. 허리둘레나 BMI(체질량지수)가 높은 데다 혈압이나 혈당치가 각각 조금씩 높고 간기능 수치도 다소 높아 지방간일 가능성이 있다면 "올해는 체중을 5% 줄이자"는 목표를 세우는 게 좋다. 대사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체중을 5% 줄이면 모든 수치가 개선된다. 여러 가지를 동시에 실천하기보다 한두 가지만 실행에 옮기는 게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식이섬유 섭취는 구체적으로 '녹황색 채소, 버섯, 해조류'를 매일 꼭 먹는 것이다. 식이섬유를 제대로 섭취하게 되면 혈당 수치나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개선되고 대장암 위험이 낮아진다.
노구치 교수는 수명 연장을 위해 효과가 확인된 '8가지 좋은 생활습관'으로 △과일 먹기 △생선 먹기 △우유 마시기 △운동하기 △적절한 수면시간 갖기 △담배를 피우지 않기 △술을 너무 많이 마시지 않기 △살찌지 않기 등을 제시했다. 일본에서 약 4만7000명의 40~70대 건강검진 데이터를 모아 분석한 결과 8개 중 7개 이상 실행하고 있는 사람의 40세 시점 평균 여명은 남성 46.8년, 여성 51.3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남성은 87세, 여성은 91세까지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7개 이상 실천하고 있는 사람은 2개 이하밖에 하지 않은 사람과 비교하면 여명이 약 5년이나 더 길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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