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제2의 보아 영영 없다…'이승기법' 개정안, 진짜 현장의 목소리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이른바 '이승기법'이라 불리는 대중문화예술산업법 개정안을 두고 현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는 4월 21일 대중문화예술산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이승기와 전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의 미정산 분쟁에서 시작됐다. 불투명한 회계 처리로 연예인과 소속사 간 갈등이 불거지지 않도록 수익 정산 내역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런데 개정안 통과를 놓고 현장에서는 환영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먼저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볼멘 소리가 나오는 곳은 아동,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조항이다.
이 조항을 통해 학교 결석 및 조퇴 등 학습권 침해행위, 과도한 외모 관리 강요, 폭언·폭행 등 구체적 금지 행위 항목이 신설됐다. 기존 15세 미만은 주 35시간, 15세 이상은 주 40시간이었던 청소년 연예인의 노동시간 상한 규정은 12세 미만이 주25시간 및 일 6시간, 12세부터 15세까지는 주 30시간 및 일 7시간, 15세 이상은 주 35시간 및 일 7시간 등으로 세분화되고 강화됐다.
현장에서는 개정안의 이러한 조항이 업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매니지먼트연합, 사단법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 사단법인 한국음반산업협회, 사단법인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사단법인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나다순)는 성명을 내고 업계와 충분한 논의 없는 개정안 통과에 대한 유감을 표했다.
이들은 "소속사가 연 1회 이상 정기적으로 회계 내역 및 보수에 대한 내역을 공개하는 조항 신설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이승기법'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개정안 내용이 불공정한 이슈를 올바르게 바로잡고 있다는 인식을 주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라며 "청소년 보호 강화를 명목으로 업계와 충분한 논의 없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대중문화예술인의 역량을 더욱 발전시키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제약이 될 수 있으며 자율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개정안 통과는) 우리나라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이것은 우리나라 음악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3, 4세대 아이돌 그룹의 활약을 필두로 가요계는 음반 판매량 400만 장 시대에 접어들었다. K팝 가수들이 빌보드의 '핫 100', '빌보드 200', 영국의 오피셜 차트 등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더는 생소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신드롬'이라는 말도 부족할 만큼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이끌고 있는 K팝 아이돌의 다수는 미성년자다. 실제로 이 개정안이 적용된다면 현재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아이돌그룹 중 다수가 활동에 제약을 가지게 된다.
노동시간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에 적용할지도 문제다. 트레이닝, 헤어와 메이크업 등 준비 시간, 숙소 생활, 이동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연예 활동에 필요한 준비 과정 중 어디서부터를 노동시간으로 봐야할지 규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개정안이 업계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이들의 '탁상공론'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개정안이 불투명한 정산 등 업계의 문제점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은 환영하지만, 자칫 본인들의 확실한 꿈과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K팝 아이돌 멤버들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 관계자는 "아이돌 멤버들의 활동은 비단 '노동'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꿈을 현실로 이뤄나가는 시간이다. 이러한 무형의 가치에 획일화된 잣대를 내세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오히려 그들을 보호하겠다고 그들의 선택과 의지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문체위의 자신들의 활동에 제약이 있는 것 아니냐 걱정하는 아이돌 멤버들도 존재한다. 단체들은 "제2의 보아, 제2의 정동원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것이 자명하고, 이것이야말로 이들에겐 역차별이고 불평등"이라며 "국회나 정부는 다양한 산업의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산업의 현황을 면밀히 파악해야 하고, 이해당사자인 산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완성도 높은 정책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공원소녀로 활동한 일본인 멤버 미야는 22일 공개된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공원소녀) 멤버와 전화로 얘기할 때 농담으로 '우리 감옥에 있었지'라고 말했다"라며 "연습하러 가면 매니저 앞에서 체중을 달아야만 했다. 기본적으로 하루 동안 입에 뭔가를 넣는 타이밍은 두 번 뿐이었다. 미칠 것 같았다"라고 학대에 가까운 생활을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고등학생이었던 어린 멤버도 있었는데 우리는 (초절식으로 인해) 음식 얘기밖에 하지 않았다. 돈을 가지고 있는 것도 금지였다"라며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고 있을 때는 다른 멤버들이 촬영할 때 먹을 것을 어딘가에 숨겨 모두가 몰래 먹기도 했다"라고 억압된 생활을 폭로했다.
미야의 주장처럼 스타를 키우기 위한 연예 기획사들의 지나친 가혹 행위는 사라져야 하는 것이 맞다. 특히 충분한 수면권, 학습권 등이 보장돼야 하는 미성년자 멤버들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규정 후통보 형식의 개정안보다는 논의를 거친 실효성 있는 대안찾기가 급선무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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