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검찰, 증권범죄 비상대응체계 가동…“조작세력 엄단”

금융당국, 시장 교란 세력과 전쟁 선포
주가조작 범죄 경제제재 강화…연내 입법 목표

금융당국과 검찰이 불공정거래 척결을 위해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한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조작 사태를 계기로 형사처벌과 경제 제재를 강화해 한탕주의식 증권범죄를 예방한다는 방침이다.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 세번째)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 두번째),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오른쪽), 양석조 남부지검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양석조 남부지검장이 참석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협업 의지를 다졌다.

김 위원장은 “주가조작 세력들이 장기간 대범하게 우리 자본시장을 교란한 것은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매우 뼈아픈 일”이라며 “검찰, 금융위, 금감원, 거래소 네 기관이 함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뿌리 뽑기 위해 나서겠다”고 말했다.

먼저 금융당국은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처벌 강화에 나선다. 분기별로 운영되는 조사·심리기관 협의회를 다음 주부터 비상 회의체로 전환한다. 월 2~3회 불공정거래 대응체계 전반을 살펴본다. 회의체에는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와 검찰이 참여한다. 주요 사건에 대해선 패스트트랙(신속수사전환)으로 금융위·금감원이 함께 조사에 착수하고, 조사 개시 사실 등 조사내용을 체계적으로 공유할 예정이다.

불공정거래에 대한 과징금 부과 등 경제 제재도 확대한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불공정거래의 유인에 비해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문제가 있었다”며 “부당이득의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해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을 완전히 박탈하고, 부당이득 산정으로 형량을 높이면 ‘주가조작꾼’들에 대한 엄벌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장 10년간 자본시장 거래를 제한하고 상장사 임원 선임을 막아 사실상 제도권에서 퇴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도 추진한다. 또 주가조작 혐의 계좌에 대한 동결 조치 도입도 연내 법안 발의를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재 주가조작 수사 중인 사건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토론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어떻게 할지 모르지만, 현재 수사 중인 사건에도 적용이 돼 처벌할 수 있도록 법 조항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시장감시 시스템 개선에 집중한다. 특히 제보 등에 의존하던 수동적 방식에서 신종 불공정거래에 관한 동향 정보를 먼저 수집해 다른 여러 정보와 결합해 분석하는 능동적 방식으로 사전 예방 감시 기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주가 조작 세력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 원장은 “시장 교란 세력들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다고 보면 된다”며 “과하게 말하자면 거취를 걸다시피 한 책임감을 갖고 올해 중점 정책 사항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작세력에 대한 엄단은 금전적 이익 환수뿐만 아니라 형사처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차액결제거래(CFD)사건 해결과 시장감시 시스템 개편을 통해 초동 대응 기관의 역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CFD 특별점검단을 만들어 이번 주가급락 사태와 관련된 약 4000개의 CFD계좌 전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손병두 이사장은 “이번 주가급락 사건은 시장 감시망을 회피하기 위해 시세조종 기간을 길게 가져갔다는 것”이라며 “중장기에 걸친 주가조작 시도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이상거래 적출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매매패턴 분석 방법도 다듬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을 통해 불공정거래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과 불법수익을 추적하고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양석조 남부지검장은 “오늘은 금융증권범죄합수단이 정식직제화되는 날로 신속하고 긴밀한 소통과 협업을 통해 자본시장범죄 대응 ‘골든타임’을 지켜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