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호소인께 사과”… 민주당이 만든 말, 기아 노조도 답습

고성민 기자 2023. 5. 2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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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노조가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한 게시글에 대해 "피해 호소인께 사과드린다"는 성명을 냈다.

해괴한 용어라는 비판이 곧장 나왔고, 박 전 시장 피해자는 '나는 피해 호소인이 아닙니다'라는 책을 출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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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노조가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한 게시글에 대해 “피해 호소인께 사과드린다”는 성명을 냈다. ‘피해 호소인’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향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쓴 표현이다. 해괴한 용어라는 비판이 곧장 나왔고, 박 전 시장 피해자는 ‘나는 피해 호소인이 아닙니다’라는 책을 출간한 바 있다.

2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이 사건이 발단이 된 것은 현대그린푸드의 한 직원이 블라인드에 게시한 글이었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로, 현대차와 기아의 국내 공장 구내식당을 운영한다.

기아 오토랜드 화성. /기아 제공

해당 직원 A씨는 ‘고객사 기아차의 갑질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에서 “고객사(기아) 복지·총무팀 회식에 영양사들이 강제 참여했다”며 “회식에서 ‘나는 여자가 따라주는 술 아니면 안 먹는다’며 영양사를 접대부 취급하며 술을 따르게 했다”고 적었다. 이 글의 댓글에는 “화살이 총무팀으로 향하는 것 같다. 노동조합에서 벌인 행동으로, 총무팀에서 식당 담당하시는 분들은 겪어본 고객사 중 제일 현장을 배려해 주고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후 현대그린푸드 직원들 사이에선 비슷한 성토글이 나왔다. 직원 B씨는 “소하리(오토랜드 광명)는 사무실이 고객사(기아)와 인접해 있다. 수시로 술자리를 만들며 영양사들과의 접촉 시도, 커피 심부름, 사무실 회식 호출 등 온갖 부조리가 있었던 것은 모든 근무자들이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C씨도 다른 글에서 “그 많은 협력업체 중 제일 만만한 영양사들에게 술자리 강요, 식재 도둑질, 부끄럽지 않나”라고 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기아 화성공장(오토랜드 화성) 노조는 성명을 통해 “내용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면서 “1차 사실관계 확인 결과 금전 및 접대 등 어떤 부정행위는 없었음이 확인됐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관계를 떠나 피해 호소인께 정중히 사과드린다. 피해 호소인께서 느꼈을 감정을 헤아리지 못한 점 사과드리며 이후 좀 더 성숙하고 낮은 자세로 업무에 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쓴 ‘피해 호소인’ 단어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현대그린푸드 직원 D씨는 블라인드에 “화성 노조는 잘못이 없다고 대자보를 써서 올렸는데, 당한 당사자가 한둘이 아닌데 양심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동료 영양사와 조리사들은 터질 게 터졌고 블라인드에 글로 표현 못 할 심한 것도 많다며 피해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는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기아 노조(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의 대응도 공분을 샀다. 기아 노조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위한 진상 파악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어떤 사실도 확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노동조합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대그린푸드의 독과점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 대폭적인 식당 이원화를 위해 심도 있는 고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그린푸드 외 다른 기업이 구내식당을 함께 운영하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현대그린푸드 직원 사이에선 “식당 이원화와 갑질이 무슨 상관이냐”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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