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결성 KCC, ‘빛과 소금’ 정창영도 잊으면 안된다
전주 KCC 토종 ‘빅4’에 대한 농구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KCC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FA시장에서 'KBL 아이돌' 허웅(30‧185cm)과 '두목 호랑이' 이승현(31‧197cm)을 동시에 영입하면서 남다른 관심을 끌었다. 허웅, 이승현 둘다 한팀의 간판급 스타들이었던지라 아무리 큰손이라도 이들을 한꺼번에 데려온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농구에 진심인 팀 KCC는 그 어려운 것을 해냈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성적은 나오지않았다. 얇은 선수층, 포지션별 밸런스, 외국인선수 문제 등 아직 채워지지않은 약점들이 많은 상태에서 둘이 가지고있는 힘을 온전히 사용하기는 쉽지않았기 때문이다. KCC 역시 이를 모르지않았다. KCC는 허웅, 이승현을 데려오는 시점부터 시선을 멀리뒀다.
당장 우승에 욕심내기보다는 군복무중인 프랜차이즈 스타 '전주 황태자' 송교창(27‧201.3cm)이 돌아오는 이후에 승부를 걸기로 한 것이다. 허웅, 송교창, 이승현 조합이면 충분히 우승을 노릴만한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역대급 FA 시장이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비시즌간 각팀들의 전력보강이 어느 때보다도 활발했던 가운데 KT, LG 등 다수의 우승후보가 생겨났다.
특히 이번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팀 SK는 기존 김선형, 허일영, 최부경, 자밀 워니 라인업에 안영준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더욱 전력이 업그레이드 됐다. SK의 보강은 거기서 그치지않았다. 우승을 놓고 격돌했던 KGC의 간판스타이자 국내 최고 토종빅맨 오세근까지 데려오며 이른바 '슈퍼팀'을 탄생시켰다.
KCC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가드진에 힘을 실어줄 이호현(30‧182cm) 영입에 그치지않고 최대어중 한명인 '준 드래곤' 최준용(29‧200.2cm)까지 데려오는 파격 행보를 보여줬다. 샐러리캡, 사치세 등 고액연봉자 영입시 걸림돌이 되는 문제들은 아예 신경도 쓰지않는 모습이었다. 왜 KCC가 리그 최고의 큰 손인지를 제대로 입증했다는 평가다. 팬들은 KCC와 SK에 대해 ‘KBL판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다’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뜨거운 시선을 거두지않고 있다.
최준용 영입 이후 KCC 토종 라인업은 송교창, 허웅, 이승현 등과 묶여 빅4로 불리고있는 모습이다. 그만큼 4인이 주는 무게감이 상당한 모습인데 그런 가운데 잊지말아야할 선수가 있으니 다름아닌 팬들 사이에서 ‘KCC의 빛과 소금’으로 불리는 전천후 블루워커 정창영(35‧193cm)이다.
정창영은 추승균, 강병현을 잇는 이지스함의 살림꾼으로 불린다. 변수가 많았던 KCC에서 최근 몇시즌간 꾸준하게 상수로 꼽혔던 선수다. 정창영의 최대 장점은 어떤 포지션에서 어떤 역할을 맡겨도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준다는 점이다. 본인에게 가장 잘맞는 포지션은 2번이지만 특유의 다재다능함을 앞세워 1~3번 등을 오가며 전천후로 뛰며 구멍을 메워왔다.
리딩, 패스, 득점에 더해 리바운드, 허슬까지 모든 부분에서 평균 이상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전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않다가 막상 시즌이 시작되면 '정창영 없이 어떻게 시즌을 치를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방위로 활약을 가져간다. 적지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뛰고 파이팅이 넘쳐흐르는지라 팀의 에너지레벨을 높혀주는 선수로 인정받고 있다.
이정현, 송교창 등이 버티고있던 시절에도 정창영은 팀원들 사이에서 ‘실에’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실제 에이스’의 줄임말로 팀원들이 인정하는 최고 선수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이정현 역시 KCC에서 뛸 당시 수시로 엄지손가락을 내밀며 입이 닿도록 정창영을 칭찬했다. 그도 그럴 것이 득점력 좋은 기술자에게 가장 잘맞는 파트너는 궂은 일에 능한 살림꾼인데 정창영이 바로 그러한 유형의 표본과도 같은 선수였기 때문이었다.
2019년 FA 자격을 얻어 KCC에 합류할 때만 해도 정창영이 이정도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전 소속팀에서의 그는 재능이 보이기는 하지만 공수 어느 쪽에서도 두드러지지 않은 어설픈 이미지가 강했다. 잦은 부상도 성장에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KCC에서는 부쩍 늘어난 출장시간 속에서 기복은 커녕 누구보다도 안정적인 경기력을 자랑하는 선수로 거듭났다.
정규리그 장기레이스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위해서는 탄탄한 주전에 더해 벤치멤버의 힘도 중요하다. 부상, 체력 문제 등 여러 가지 변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받쳐줄 백업이 강한 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KCC 역시 마찬가지다. 빅4의 존재감은 대단하지만 경쟁팀들에 맞서 상위권에서 겨루기 위해서는 벤치의 지원사격은 필수다.
그런 점에서 벤치에서 출격할 정창영은 더욱 위력적이 될 수 있다. 다재다능한데다 높은 에너지레벨을 가지고있으며 노련하기까지해서 활용도가 매우 높다. 사실상 주전이나 다름없는 정창영이 벤치에서 버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KCC의 경기력은 달라질 수 있다. 최준용을 데려오는 과정에서 생긴 보상금 및 보상선수 문제가 해결되지않은 상태에서 다음 시즌에도 정창영이 함께 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문복주기자, 윤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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