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임창정, 엔터 사업도 빨간불?…파주 사옥 직접 가보니
'사건 연루' 임창정, 본업 잘 돌아가나…예스아이엠 본사 가보니
임금 체불에 사업 백지화?…관계자 "말도 안돼"
[더팩트ㅣ파주=이한림 기자]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건에서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한 가수 겸 배우 임창정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 수사는 이 사건 '몸통'으로 지목된 라덕연 H투자자문업체 대표의 구속으로 급물살을 탄 가운데, 라 대표 등에게 돈을 투자했던 임창정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임창정이 여러 의혹에 휘말리다 보니 본인이 설립해 운영해 온 예스아이엠엔터테인먼트(이하 예스아이엠)를 둘러싼 분위기가 을씨년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스아이엠 사옥이 위치한 파주 출판도시로 출근하는 직장인들과 현지 주민 등에 따르면 최근 예스아이엠 사옥에서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거나, 건물 불이 꺼졌고 입구가 폐쇄돼 조용히 사업을 정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제보도 이어졌다.
급기야 임창정의 개인 투자 피해가 막심해 소속사 직원들 월급도 주지 못하는 상황이며, 사건 이후 무기한 연기된 글로벌 오디션처럼 걸그룹 미미로즈의 컴백 등 향후 사업들이 백지화됐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에 <더팩트> 취재진은 20년 넘게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임창정이 자신의 히트곡 저작권까지 판매하면서 애지중지 키워나가던 회사 예스아이엠을 직접 찾아 사실 확인에 나섰다.
√FACT체크1= 유리창 깨지고 건물 폐쇄? 파주 사옥 주변 떠도는 소문
<더팩트> 취재진이 16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소재 출판도시에 위치한 예스아이엠 본사를 찾았을 때 건물 정문에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고 적힌 문구가 인쇄된 종이가 붙어 있었고, 창문 안으로 보이는 로비 내부에는 불이 꺼져 있었다.
예스아이엠 사옥이 있는 파주 출판도시는 창비, 교보문고, 웅진씽크빅, 문학동네, 김영사 등 국내 주요 출판사들의 본사 및 물류창고가 있고 출판과 관련된 중소업체들이 상주한 곳이다. 출판도시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최근 예스아이엠 사옥을 둘러싼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지 않을까.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예스아이엠 사옥 근처에서 만난 한 출판사 직원 A씨는 "(예스아이엠 사옥이 파주로 들어선 2019년 당시)초창기에는 임창정 씨를 몇 번 본 적이 있다. 워낙 유명하신 분 아닌가. 그래서 이번에 뉴스 보고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다른 출판사 직원 B씨는 최근 예스아이엠 사옥에서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부터 임금 체불설까지 들었다고 거들었다. B씨는 "여기가 보시다시피 이국적이고 조용한 곳이다. 그런데 저기(예스아이엠 사옥)는 최근 더 조용한 것 같다. 평소에는 연습생들도 왔다 갔다 하면서 와글와글했는데 그 사건 이후 유리 깨지는 소리가 크게 들려서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사람들이 가끔 드나들긴 하는 것 같던데 건물 입구도 보면 불이 꺼져 있고, 아무래도 (임창정)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직원들 월급도 못 준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귀띔했다.
그러던 중 예스아이엠 건물 뒤편에서 건물 밖으로 나온 직원 C씨를 만났고, 그와 몇 차례 대화 끝에 전후 사정을 알고 있는 예스아이엠 고위 관계자 D씨를 만나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다.
D씨에 따르면 소문은 사실이 아니었다. D씨는 "그건(유리창 파손) 4월 초쯤에 한 배달 기사가 유리가 없는 줄 알고 착각해 오토바이를 타고 들어오다가 창에 부딪혀서 그런 것이다. 아시다시피 저희가 대형 오디션을 하다가 중단됐지 않았나. 오디션 하기 전에 다 수리했다. 왜냐면 참가자들이 저희 사옥으로 와서 오디션을 보는데 정문 유리창이 깨진 상황에서 들어오게 할 순 없지 않나. 사건과 전혀 무관하고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평소에도 건물 정문에 '관계자 외 출입금지'를 붙여뒀고, 특별한 행사가 없을 때는 안내데스크를 활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FACT체크2= 임창정, 투자 피해로 직원 월급도 못 준다?
당초 예스아이엠 직원들은 취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아무래도 회사 대표인 임창정이 주가 폭락 사건 가담 여부를 떠나 거액을 투자했다는 이유로 대중에게 질타받고 있기 때문에 혹여나 잘못된 정보가 새어 나가면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한 예스아이엠 관계자는 <더팩트> 취재진이 사옥을 찾기 전 통화에서도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만 반복한 채 답변을 피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D씨 역시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큰 것도 사실"이라며 거듭 양해를 구했다. 또 D씨는 예스아이엠 파주 사옥은 순수하게 매니지먼트 쪽만 담당하는 곳이기 때문에 그 외 임창정 개인적으로 하는 다른 사업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D씨에 따르면 예스아이엠 파주 사옥에서는 영상 제작팀, 편집팀, 마케팅팀, 신흥 개발팀, 현장에 나가 있는 매니저들을 제외한 매니지먼트팀 등 직원 20여 명이 상시 출근해 업무를 본다. 이날 예스아이엠 직원들 또한 건물 안쪽에 위치한 사무실과 회의실 등에 모여 일을 하고 있었다.
임금 체불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D씨에게 세간에 나온 예스아이엠 직원 임금 체불설을 건네자 "말도 안 된다"면서 펄쩍 뛰었다. 그는 "어디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임창정은)자신보다 더 식구들을 챙기려고 하는 사람이다. 저희 모두 월급 잘 나오고 있다. 불편함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임창정)상황과 무관하게 기존에 하려고 했던 사업들을 그대로 진행하고 있다. 직원들은 정상적으로 매일 출근하고 있으며 우리 할 일 열심히 하자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D씨는 임창정이 직원들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에 살을 더했다. 임창정은 사건 직후 파주 사옥을 찾아 직원들에게 먼저 미안한 심정을 전하고 격려했다는 게 그의 증언이다. 그는 "그 사건 이후 (임창정이)맨 먼저 걱정하셨던 게 직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였다. 사건 이후 사옥에 오셔서 말씀도 하셨지만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직원들한테 피해가 갈까 봐 너무 가슴 아파했고, 너무나도 미안해하셨다"고 회상했다.
D씨는 최종 승인 권한이 있는 회사 대표의 부재로 걸그룹 미미로즈 컴백 등 향후 예스아이엠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백지화된 게 아니냐는 소문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D씨에 따르면 미미로즈는 향후 컴백할 앨범의 콘셉과 곡이 모두 나왔다. 안무는 담당자 섭외 완료 후 1차 시안을 받았고, 수정을 통해 2차까지 나왔으며 뮤직비디오 감독 역시 섭외가 완료돼 미팅 후 콘셉트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눈 상황이다.
특히 D씨는 최근 아이돌 트렌드에 걸맞은 챌린지, 트레일러, 콘셉 필름 등 다양한 영상 제작을 통한 마케팅 부분에 주력하고자 최근 영상 제작팀 인력을 더 채용해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D씨는 "(임창정은)아마 댁에 계시지 않을까. 저희도 그런 부분까진 알지 못한다. 저는 직원들 동요 없이 사업들을 잘 진행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저도 그것만 고민하는 상황이다"며 "무슨 말을 해도 좋은 소리가 나오기 어렵지 않나. 뉴스를 보면 솔직히 억울한 부분도 있지만 저희가 함부로 말할 것도 아니어서 조심하고 있다. 저희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할 일을 하는 것뿐이다"고 말했다.
한편 임창정은 라덕연 대표를 비롯한 주가조작 일당에게 30억 원을 투자했으나 60억 원에 달하는 빚이 생겼다며 지난달 25일 JTBC '뉴스룸'을 통해 자신이 피해자임을 호소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임창정이 지난해 12월 라 대표가 주최한 고액 투자자 VIP 파티에 참석해 참가자들에게 투자를 독려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그가 주가 조작 일당에 가담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임창정 법률 대리인 법무법인 대환은 공식 입장을 통해 "(임창정이)해당 파티에 참석하게 된 것은 당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로 논의 중이었던 라덕연으로부터 송년행사 모임에 초청을 받아서 게스트의 자격으로 참석했던 것이지, 주최 측의 일원으로 참석했던 것이 아니다. 당시 주식투자에 관한 협의도 진행되지 않던 상황이었고, 임창정 씨 명의로 주식계좌도 개설되지 않았다"고 부인한 바 있다.
임창정 본인은 지난달 27일 SNS를 통해 결백을 주장한 후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소주 한 잔' '임창정 세겹살' '임창정 막걸리' 등 임창정의 브랜드를 내건 유통업계에서는 그의 사건 가담 사실 여부를 떠나 재고 소진 후 유통을 중단하거나 상호명을 교체하는 등 흔적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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