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주인공 아니어도 괜찮아” 작품 위해 한발자국 양보한 원조 한류스타 송승헌 [SS인터뷰]

조은별 2023. 5. 2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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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승헌. 제공|넷플릭스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꼭 제가 주인공만 해야 했다면 ‘택배기사’ 참여를 주저했겠죠. 하지만 조의석 감독에 대한 믿음이 가장 컸어요. 어떤 캐릭터든 좋으니 같이 해보자고 했죠.”

지난 14일 글로벌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에서 강렬한 악역 연기로 시선을 모은 인물이 있다. 바로 천명그룹 후계자 류석을 연기한 한류스타 송승헌이다.

그는 혜성 충돌로 산소가 희박해진 서울에 산소와 생필품 등을 공급하며 사회를 장악한 거대 기업 천명그룹의 후계자 류석을 연기했다. 류석은 자신의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해 무고한 시민들을 납치해 생체 실험하고, 무차별 학살도 서슴지 않는 잔악한 인물이다.

1995년 모델로 데뷔 이래 MBC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1996), 한류열풍을 일으킨 KBS2 ‘가을동화’(2000), 첫 연기대상을 수상한 MBC ‘에덴의 동쪽’(2008) 등 출연작에서 늘 바르고 반듯한 주인공만 연기했던 그다. 주인공을 압박하는 악역은 영화 ‘대장 김창수’(2017)의 교도소장 강형식을 제외하면 그의 27년 연기 인생에서 드문 경험이다.

송승헌을 움직이게 한 건 오랜 친구인 조의석 감독에 대한 믿음이다. 두 사람은 영화 ‘일단 뛰어’(2002)에서 감독과 연기자로 만나 21년째 친구로 연을 이어오고 있다. 26세에 최연소 장편영화 감독 데뷔로 주목받은 조 감독은 ‘감시자들’(2013) ‘마스터’(2016) 의 잇단 성공으로 흥행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파릇파릇한 청춘이던 20대, 신인배우와 갓 데뷔하는 감독으로 만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그때 빨리 다음 작품에서 만나자고 한 게 20년이나 시간이 흐른 거죠. 첫 촬영을 앞두고 얼굴을 마주하니 기분이 묘했어요. 이제 저도 신인배우가 아니고, 조의석 감독도 신인감독이 아니다보니 첫 미팅 전날엔 설레고 잠도 못 잤죠.(웃음) 마지막 촬영 마친 뒤 ‘수고했다’ 얘기하는데, 겉으로 표현 안 했지만 마음 한 구석이 짠했어요. 두 사람이 오랜만에 의기투합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던 현장이었죠.”


넷플릭스 ‘택배기사’ 의 한장면. 제공|넷플릭스


다만 송승헌은 극중 류석 캐릭터의 전사가 불분명해 원작 웹툰과 달리 매력적으로 그려지지 않았다는 일부 웹툰 팬들의 지적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기획 단계에서는 류석의 아버지인 류 회장 때 한 행성으로 인해 지구가 멸망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작품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다보니 한정된 6편의 시리즈에 모든 세계관을 담을 수 없었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OTT 시리즈물에서 SF 장르에 출연한 것도 송승헌에게는 낯선 경험이다. 특히 ‘택배기사’는 황폐해진 대한민국이라는 설정 때문에 배우들이 대부분의 촬영을 ‘블루 스크린’(추후 컴퓨터 그래픽 합성을 위해 푸른 스크린 앞에서 배우들이 촬영하는 과정)에서 진행했다.

송승헌은 “배우가 연기에 빠져들 수 있는 영감을 주는 배경 없이 촬영하다 보니 낯설었다. 감독님이 추후 CG를 입혀서 배경이 구현될 거라고 설명하면 그 설명에 맞춰 상상하며 연기를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배우가 촬영할 때 동선이나 촬영 시간에 제약이 없는 점은 블루 스크린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예전에는 카메라에 걸리는 게 있으면 뒷배경을 싹 정리하고 촬영하느라 시간이 걸리곤 했는데 요즘에는 웬만해선 후반 작업으로 처리가 가능하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인데 ‘세상 좋아졌다’고 느꼈다”고 웃었다.

배우 송승헌. 제공|넷플릭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대세가 된 OTT 시리즈물에 대해서는 “속도감이 남다르다. 영화, 16부작 드라마, 6부작 OTT 등 각 플랫폼의 성격에 따라 장단점이 다르다”고 평했다. 그는 “어쨌든 ‘택배기사’가 공개 사흘만에 글로벌 1위를 해 기쁘다”고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송승헌이 세월의 흐름을 느낀 건 이 뿐만이 아니다. 그는 최근 오랜 팬의 결혼식에 깜짝 참석해 화제를 모았다.

송승헌은 “학창시절 교복을 입고 찾아왔던, 내 팬클럽 회장을 했던 친구가 결혼을 한다고 해서 참석했는데 그 친구가 눈물을 글썽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려고 했다”라며 “20년 전 교복입은 꼬맹이가 나이 들어 결혼한다고 하니 마치 여동생을 결혼시키는 오빠가 된 느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데뷔 때부터 아무 것도 몰랐던 배우를 여전히 응원해주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당시에는 제가 그런 걸 몰랐어요. 하지만 해외에서, 또 직접 현장을 찾아주는 오랜 팬 분들을 볼 때마다 제 자신을 반성하게 돼요. 그분들이 제가 여전히 연기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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