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인어공주' 괜찮아요, 아쉬움은 딴데 있다[이 영화]
[파이낸셜뉴스] 디즈니가 다양성의 가치 아래 다인종 배우를 주역 발탁하며 자사의 슈퍼 IP를 진화·발전시키고 있다. '인어공주'도 그 중 하나다.
흑인 인어공주를 발탁해 원작 애니메이션 팬들의 불만을 샀던 실사 버전 ‘인어공주’는 앞서 인종적 다양성을 위해 무조건 흑인을 캐스팅하는 ‘블랙워싱’ 및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PC)을 추구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주인공 에리얼의 조력 캐릭터들이 지나치게 사실적으로 묘사됐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는 전 세계 관객이 백인 위주의 아름다움과 캐스팅에 너무나 길들여진 탓이 클 것이다. 레게머리 스타일을 한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의 아름다움에 익숙해지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그녀는 뛰어난 가창력과 당당한 매력으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인어공주’는 원작의 비극적 결말과 결별하고, 남녀 주인공인 에리얼과 에릭 왕자의 캐릭터 설정을 달리하여 영혼의 단짝을 찾은 청춘의 이야기로 재탄생됐다. 편협한 사고에 갇혀 안정만 추구하는 부모의 뜻을 거스르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모험심 충만한 두 남녀의 러브스토리다.
아쉬운 점이라면 화려한 비주얼과 명곡의 향연에도 불구하고 원작에 충실한 줄거리가 너무 단선적이라는 점이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한 바닷속 세상은 감탄이 날 정도로 아름답지만 한정된 공간을 오가는 이야기는 '알라딘'의 스펙터클과 비교된다.
OST는 이미 검증된 바, 사랑받을 만하다. 특히 OST 12곡을 한국어 버전으로 만나 볼 수 있다. 한국어 버전의 ‘저곳으로’(Part of Your World)는 에리얼이 바다를 벗어나 인간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은 간절한 소망을 담은 곡으로, 에리얼 역에 캐스팅된 뉴진스의 다니엘이 가창한다.
이어 ‘저 바다 밑’(Under the Sea)은 정상훈이 맡아 원곡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여기에 바다 마녀 울슐라가 에리얼에게 위험한 거래를 제안하는 장면을 엿볼 수 있는 ‘불쌍한 영혼’(Poor Unfortunate Souls)은 뮤지컬 배우 정영주의 파워풀한 목소리로 만나볼 수 있다.
원작에 존재하지 않던 3곡의 신곡 역시 한국어 버전으로 감상할 수 있다. 에리얼이 처음 인간 세상에 나와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는 마음을 표현한 곡인 ‘처음으로’(For the First Time), 에릭 왕자의 솔로곡인 ‘거친 미지의 바다’(Wild Uncharted Waters), 흥겨운 랩 스타일의 곡으로 스커틀과 세바스찬이 함께 부르며 신선한 매력을 더할 ‘그 소문’(The Scuttlebutt)까지 한국어 버전으로 만나볼 수 있다.
■ 뮤지컬 장인들이 뭉쳤다
‘인어공주’는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모은 ‘알라딘’과 마찬가지로 동명의 애니메이션 원작을 실사화했다. 제2의 ‘알라딘’을 겨냥한 ‘인어공주’는 뮤지컬 장인들이 뭉쳐 기대감을 높였다.
먼저 뮤지컬 영화 ‘시카고’로 오스카 6관왕을 거머쥔 감독 롭 마샬을 비롯해 ‘언더 더 씨’ ‘어 홀 뉴 월드’ 등 명곡을 작곡한 알란 멘켄 그리고 ‘해밀턴’으로 토니상 11관왕 수상한 린 마누엘 미란다가 곡 작사가로 합류했다.
알란 멘켄은 디즈니 르네상스 작품이라 일컬어지는 ‘알라딘’ ‘미녀와 야수’의 애니메이션 원작과 함께, 디즈니 실사 뮤지컬 영화까지 참여하여 새로운 감동을 선사해왔다. 특히 2019년 개봉한 영화 ‘알라딘’은 알란 멘켄의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함께 화려한 오케스트라를 더한 편곡으로 영화 흥행에 일조했다.
작사가 미란다는 영화 ‘모아나’ ‘엔칸토: 마법의 세계’등의 음악감독으로 활약한 주역이다. 두 작품 모두 여성의 성장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롭 마샬 감독은 앞서 ‘인어공주’에 대해 “지금까지 만들었던 영화 중 가장 도전적인 영화”라고 말했다. ‘인어공주’는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모든 수중 장면을 연출했고, 배우들이 중력 없이 연기하는 환경을 조성해 보다 생생하고 화려한 비주얼을 구현해냈다.
■ 흑인 인어공주 할리 베일리는 누구?
이번 작품에서 주역 인어공주 에리얼을 연기한 베일리는 세 살부터 아역 배우로 활동했다. 언니와 함께 운영한 유튜브 채널에서 비욘세의 노래를 커버한 것으로 유명해졌다. 자매의 이름을 딴 듀오 그룹인 '클로에x할리'로 데뷔한 후 비욘세의 투어에 합류하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 에리얼은 한층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모습의 캐릭터로 재탄생됐다. 앞서 총괄 제작자인 제프리 실버는 “이 영화의 주제는 이 시대에 매우 중요한 우리가 다른 사람과 다른 문화를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한 것, 세상에 존재하는 편견과 선입견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에리얼’이 자신이 속한 세상의 편견을 넘어 더 넓은 인간 세상으로 나아가는 용감한 도전을 감행한다. 그 결과를 떠나서 그는 도전하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다한다. 에릭 왕자 역시 보다 입체적인 캐릭터로 다시 태어났다. 존 드루카는 “에릭 왕자가 에리얼과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는 그만의 스토리를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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