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마흔에 150㎞를 찢다니… 오승환 이후 처음, 이런 선수 또 있을까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노경은(39‧SSG)은 팀이 리드를 잡고 나갈 상황이 그려지자 자리를 털고 일어나 불펜으로 향했다. 불펜에서 힘껏 공을 몇 개 던진 노경은은 2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경기에서 선발 커크 맥카티에 이어 6회 2사 상황에서 등판했다.
2사지만 팀이 추격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여전히 주자가 깔려 있는 상황에서 상대는 펀치력이 있는 유강남이었다. 하지만 경험이 풍부한 노경은은 사직구장을 가득 메운 만원 관중들의 응원에도 전혀 굴하지 않았다. 유강남을 3구만에 투수 땅볼로 정리하고 팀의 4-2로 리드를 지켰다.
더 놀라운 광경은 팀의 4-2로 앞선 7회 벌어졌다. 노경은은 몸이 제대로 풀린 듯 선두 고승민을 상대로 강속구를 던지기 시작했다. 힘이 있는 생생한 20대 초반 고승민을 상대로 우리 나이 마흔 살의 베테랑 투수가 힘 대결을 벌였던 것이다. 결국 5구째 포심패스트볼에 고승민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이어 박승욱과 김민석을 나란히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고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이날 집계에 따르면 노경은은 두 차례나 시속 150㎞의 강속구를 던졌다. 마지막 타자인 김민석에게 던진 2구, 그리고 4구가 나란히 딱 150.0㎞를 기록했다. 두 번 모두 김민석이 방망이를 냈지만 힘에서 밀리며 인플레이가 되지 못하고 파울이 됐다. 두 번이나 150㎞를 기록했고, 어처구니없는 볼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노경은의 150㎞ 투구는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노경은은 이날 포심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이 148.7㎞에 이를 정도로 빠른 공을 던졌다. 올 시즌 트랙맨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 시즌 들어 개인 최고 구속 및 최고 평균 구속을 이날 모두 기록했다. 심지어 20일 경기에 나섰던 노경은은 이날이 연투였다. 그런데도 전혀 미동 없이 강력한 공을 던졌다.
노경은이 지난해 초반 선발로 던졌던 점도 있지만, 어쨌든 트랙맨 레이더에 시속 150㎞가 찍힌 공은 없었다. 149㎞ 이상의 공은 몇 차례 던진 적이 있으나 노경은도 150㎞이라는 한계는 분명한 것 같았다. 보통의 베테랑 투수들은 갈수록 구속이 떨어져야 정상. 그런데 노경은은 이 법칙까지 그냥 무시하며 150㎞의 벽에 터치했다.
KBO리그 역사상 나이 마흔에 150㎞를 던진 투수는 오승환(41‧삼성) 정도다. ‘트랙맨’ 데이터에 따르면 오승환은 지난해 9월 3일 잠실 두산전에서 노경은과 마찬가지로 150.0㎞를 기록한 적이 있다. 다만 오승환도 지난해 그 외의 경기에서는 150㎞를 돌파한 적이 없다. 2021년까지만 해도 150㎞가 그래도 간혹 찍혔는데 이 돌부처도 세월의 무게를 피해가지는 못한 셈이다. 노경은의 150㎞는 그래서 더 상징적인 부분이 있다.
노경은은 철저한 자기 관리로 유명하다. 후배들에 비해 운동량이 전혀 밀리지 않는다. 자신의 컨디션을 조절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노경은은 많은 훈련량으로 스스로를 단련하는 스타일에 가깝다. 그렇게 축적된 몸의 에너지는 마흔이 된 이 베테랑이 여전히 마운드에서 후배들과 힘 대결을 벌일 수 있는 원동력이다.
올해 활약은 SSG의 선두 질주에 결정적인 원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시즌 22경기에서 23이닝을 던지며 2승1패2세이브11홀드 평균자책점 1.96의 대활약이다. 홀드 상황이 상대적으로 자주 만들어지다 보니 많은 등판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21일 사직에서의 150㎞가 상징하듯 힘이 떨어진 느낌이 없다.
마무리 서진용이 시즌 초반 어마어마한 활약을 하기는 했지만 사실 노경은의 공헌도도 이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노경은은 7회든, 8회든, 6회든 언제든지 상대의 가장 중요한 타순을 요격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주자가 없을 때 나서는 서진용보다 이른바 ‘하이 레버리지’ 상황에서 나서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노경은의 팀 내 가치는 더 환히 빛난다. 적절한 관리로 이 생생함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즌 홀드왕 도전의 여정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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