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 l 보이콧 머쓱하게 한 8가지 매력 탐구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 이 기사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인어공주', 우려와 달리 원작과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이 있었다.
'인어공주'는 덴마크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 1989년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뮤지컬 영화다. 늘 바다 너머의 세상을 꿈꾸던 모험심 가득한 인어공주 에리얼(할리 베일리)이 조난당한 에릭 왕자(조나 하우어 킹)를 구해주며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따라 금지된 인간 세상으로 나아가는 모험을 그린다.
국적을 초월하고 어린이는 물론, '어른이'들이 더 애정 하는 캐릭터 '인어공주'. 21세기 새롭게 태어난 '인어공주'는 어떨까. 충분히 사랑스럽고 한층 진취적인 면모로 원작을 보기 좋게 비틀었다. 다시 '인어공주'의 시대를 열 흥미로운 여덟 가지 매력을 탐구해 봤다.
1. 흑인 '인어공주' 할리 베일리, '나의 에리얼 아니다?'
그렇다. 나의 에리얼이 아니다. '모두의 에리얼'이었다. 할리 베일리는 원작의 빨간 머리 백인이 아닌 흑인 '인어공주'라는 이유로 온라인상에서 '#나의 에리얼이 아니다(Not my ariel)'라는 보이콧을 당했던 바.
그는 그간의 캐스팅 논란을 비웃듯 에리얼 그 자체로서, 스크린을 뚫고 극장의 분위기를 삽시간에 압도해버렸다. '백인, 흑인 뭣이 증헌디?'. 할리 베일리는 결국 연기로 답했다. 오디션에서 '인어공주' 대표곡 '파트 오브 유어 월드(Part of Your World)를 부르는 자신의 모습에 감동 눈물을 흘렸다는 롭 마셜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할리 베일리는 "이게 바로 에리얼인가요?"라는 감독의 확신과 신뢰를 발판 삼아 스크린을 자유롭게 헤엄쳤다.
할리 베일리는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과 성숙한 강인함, 초현실적인 자질과 목소리의 아름다운 조합을 갖고 있다"라는 감독의 극찬대로 에리얼 캐릭터에 더욱 입체적인 숨결을 불어넣었다. 지적이 일었던 레게머리 스타일은 에리얼의 자유분방한 매력을 배가했고, 무엇보다 신인의 호기로운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묻어나 생동감을 살렸다. 단순히 왕자의 사랑에 목매는 공주에서 나아가 삶을 주체적으로 개척해나가는 달라진 '인어공주'에 부합하는 통쾌한 활약을 보여줬다.
"어릴 때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를 보고 제 세상이 바뀌었다"던 할리 베일리. 이제는 그가 전세계 어린이들의 세상을 바꿀 전망이다.
2. 바다 마녀 울슐라, 알고 보니 '에리얼 고모'?
'인어공주' 호평을 이끈 또 다른 일등공신, 다름 아닌 빌런 울슐라(멜리사 맥카시)다. 원작에 없던 서사가 부여되어 83분에서 135분으로 늘어난 긴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채운 것. 실사판에서 울슐라는 아틀란티카 바다의 왕 트라이튼(하비에르 바르뎀)의 동생이라는 설정이다. 그러니까, 에리얼의 고모가 된다. 이처럼 확실한 정체성이 주어지며 울슐라가 에리얼에 그토록 집착하고 바다를 지배하려는 야망에도 당위성이 생겼고, 극에 쫄깃한 긴장감을 더했다.
여기에 원작에서 튀어나온 듯 완벽한 비주얼 구현으로 몰입감을 높였다. 울슐라는 절반은 인간, 절반은 문어 모습을 한 캐릭터. 할리우드 배우 멜리사 매카시의 범접 불가 포스와 어우러져 보다 강렬하고 매력적인 빌런이 탄생할 수 있었다. 영화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스파이' '고스트버스터즈'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증명한 탁월한 연기력을 물 만난 듯 펼치며 '인어공주'의 중심을 든든하게 잡았다. 멜리사 매카시가 아니라면 상상할 수 없는 싱크로율 100% 열연에 등장마다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3. 에릭 왕자, '출생의 비밀' 있었다?
제작진은 울슐라뿐만 아니라 에릭 왕자(조나 하우어 킹)한테도 원작에 없던 깊이 있는 서사를 심어놨다. 어머니로 흑인 셀리나 여왕(노마 드메즈웨니) 캐릭터를 새롭게 투입, 에릭 왕자가 '입양아' 출신이라는 파격적인 설정을 전개한 것이다.
파격적이지만 다행히 자극적인 에릭 왕자로 탈바꿈한 건 아니다. 오히려 시종일관 공주만 애타게 찾던 원작과 달리, 실사 버전에선 에리얼과 마찬가지로 능동적인 성격을 띠며 '인어공주'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힘을 실었다. 편견과 선입견에 맞서 투쟁하고 꿈과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에리얼과 에릭 왕자. 응원하고 싶게 만드는 커플 케미를 발산했다.
4. 붉은 게·새·물고기, 어떻게 구현됐나?
에리얼의 여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세바스찬·스커틀·플라운더. 실사판에서도 환상의 콤비 플레이를 그리며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실사화된 비주얼은 어떨까. 세바스찬은 원작 그대로 붉은 게로 표현됐다. 반면 스커틀은 수컷 갈매기에서 바닷새인 암컷 북부 가넷으로 바뀌었다. 수중 장면 등장에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종을 변경한 것이다. 플라운더는 화사한 로열 엔젤피시에서 해포리고기로 바뀌며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다만 찰떡같은 목소리 연기가 덧입혀져 아쉬움을 달랬다. 세바스찬은 다비드 딕스, 스커틀은 아콰피나, 플라운더는 제이콥 트렘블레이가 연기했다. 특히 한국계 미국인 배우 아콰피나는 '인어공주' 월드 프리미어 시사회 이후 외신 및 평론가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5. 명품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 표 '바다의 왕'은?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은 아틀란티카 바다의 왕 트라이튼으로 분해 무게감 있는 카리스마로 '인어공주'의 여백을 빈틈 없이 메웠다. 트라이튼에게도 인간의 만행으로 아내를 잃었다는 서사가 부여됐는데, 하비에르 바르뎀의 명연기에 왕국을 지키기 위해 고뇌하는 왕의 모습과 막내딸 에리얼을 향한 부성애까지 진득하게 전해졌다.
특히 하비에르 바르뎀의 연륜에서 나오는 감성에 에리얼과의 부녀 호흡의 뭉클한 감동을 끌어올렸다. 극 말미 막내딸을 바라보는 그의 절절한 눈빛에서 진정성이 고스란히 묻어나며 여운을 안겼다.
6. 바닷속 세상, 스케일 어떻길래?
바닷속 비주얼은 '인어공주'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겠다. IMAX, 4DX, 돌비 시네마 등 각종 특별관 상영에 최적화된 황홀한 볼거리를 자랑하기 때문. 섬세한 기술력으로 구현해낸 애니메이션 속 바닷속 세계를 생동감 넘치게 펼쳐내며 전율을 선사한다.
제작진의 각고의 노력 끝에 환상적인 블록버스터가 탄생한 것. 디즈니와 롭 마셜 감독은 장장 4년 반 동안 공을 들였다. 롭 마셜 감독은 "우리는 안주하지 않았다. 물의 그러데이션까지 매우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모든 순간이 다 논의되었다. 모든 거품, 머리카락 한 올까지.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는 것과 같은 작업이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7. 바네사 役, 미녀는 누구?
바네사는 마녀 울슐라가 마법을 부려서 변신한 인간이다. 이는 영국 배우 제시카 알렉산더가 소화했다. 그는 짧은 분량 등장했음에도 뛰어난 미모로 전 세계 영화 팬들을 단숨에 매료시켰다.
제시카 알렉산더는 1999년 6월생으로, 2020년 넷플릭스 시리즈이자 영국 하이틴 스릴러물 '겟 이븐'을 통해 얼굴을 알렸다. 이후 영화 '인투 더 딥' '글래스하우스' '어 뱅큇' 등에 출연했다. 모델로도 활동 중이다.
8. OST, 가사 바뀌었다?
제작진은 인종과 스토리를 바꿨을 뿐만 아니라, 일부 OST 가사 역시 시대의 흐름에 맞도록 과감히 변경하며 '인어공주'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졌다.
문제가 된 가사는 울슐라의 '불쌍한 영혼'(Poor Unfortunate Souls)에서 '땅 위에선 말 없는 여자가 인기가 좋아 / 신사들은 그런 걸 싫어하지 / 반대로 얌전하고 말 없는 여자가 인기가 많아 / 말이 없는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를 얻지'다.
또한 세바스찬의 '키스 더 걸'(Kiss the girl)에선 '말은 필요 없어 / 공주에게 키스해요 / 망설이지 말고 빨리해요 / 아무 말도 필요 없어 / 어서 입을 맞춰' 구절이 문제가 됐다.
음악 작업에 참여한 알란 멘켄 작곡가는 "어린 소녀들로 하여금 자신의 의견과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숨기게 만들어선 안 된다", "여성의 동의를 얻지 않고 키스를 하라는 내용이 강요로 해석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매우 민감해졌다"라고 수정 이유를 밝혔다.
또한 새로운 OST 세 곡을 넣어 '인어공주'의 세계관을 넓혔다. 에릭 왕자가 에리얼에게 구조된 두 열창한 솔로곡 '와일드 언차티드 워터스'(Wild Uncharted Waters), 에리얼이 마침내 두 다리로 육지에 섰을 때 부른 '포 더 퍼스트 타임'(For the First Time), 세바스찬과 스커틀의 티키타카 랩 '더 스커틀벗'(The Scuttlebutt) 등이 추가되었다.
알란 멘켄은 '알라딘' '미녀와 야수' 애니메이션 원작부터 디즈니 실사 뮤지컬 영화까지 참여한 디즈니의 전설적인 작곡가다. 그와 함께 '모아나' '엔칸토: 마법의 세계' 등 음악감독으로 활약한 린 마누엘 미란다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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