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 진일보 한 21세기의 디즈니 공주, 놀랍도록 황홀하다[리뷰]

이승미 기자 2023. 5. 2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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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에 맴도는 아름다운 목소리와 멜로디. 눈 앞에 펼쳐지는 환상적인 수중세계. 보다 진일보된 이야기까지. 디즈니를 대표하는 프린세스, 인어공주의 마법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24일 개봉하는 영화 ‘인어공주’를 통해서다.

영화는 1989년 개봉한 월트디즈니의 대표적인 28번째 클래식 장편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해 34년 만에 스크린에 다시 그렸다. 모험심 강한 인어공주 엘리얼이 조난당한 육지의 왕자 에릭을 구한 뒤 인간세상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원작의 매력과 감동을 살리면서도 현대 시대상에 맞게 더욱 진일보한 이야기를 펼쳐내며 21세기의 걸 맞는 매력적인 인어공주를 보여준다. 2019년 1279만 관객을 모은 ‘알라딘’에 이어 다시 한번 디즈니 실사 영화 열풍을 일으킬 기세다.

●뛰어난 할리 베일리 환상적인 멜리사 맥카시

에리얼 역의 할리 베일리는 연기력과 표현력, 그리고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이며 할리우드의 블루칩임을 제대로 증명한다. 특히 유려하고 아름다운 수중에서의 움직임은 인어 그 자체인 듯 보인다. 2021년 제63회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R&B 송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일찌감치 증명한 독보적인 음색과 폭발적인 가창력은 말할 것도 없다. 원작과 달리 흑인이라는 이유로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 불거졌던 ‘미스캐스팅’ 논란까지 말끔히 지워버릴 전망이다.

할리 베일리도 할리 베일리이지만, 진짜 돋보이는 배우는 따로 있다. 에리얼을 궁지에 빠뜨리는 빌런이자 바다 마녀 울슐라 역의 멜리사 맥카시다. ‘스파이’, ‘고스트 버스터즈’(리메이크판) 등으로 잘 알려진 코미디 배우 멜리사 맥카시는 시시각각 변하는 입체적인 표정 연기, 카리스마 넘치는 음성으로 등장할 때마다 화면을 완전히 장악하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준다. 또한 그가 그린 울슐라는 무조건 수중왕국을 손에 넣고 싶어 하는 원작 속 1차원적인 빌런과도 다르다. 자신을 추방한 바다의 왕이자 오빠인 트라이튼(하비에르 바르뎀)에 복수하려는 서사를 더해 캐릭터에 입체감을 더했다.

●스스로를 구하는 21세기의 주체적인 인어공주

인어공주를 비롯한 디즈니 공주들은 수 십 년의 세월 동안 전 세계 어린이들의 동심을 지켜왔다. 하지만 1934년 나온 디즈니의 첫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자 첫 공주 시리즈인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를 비롯해 1990년대까지 나온 초창기 공주들은 백마 탄 왕자만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모습으로 인해 ‘현대와 맞지 않다’는 비판을 들었다. 디즈니의 네 번째 공주인 원작 애니메이션 속 에리얼 역시 마찬가지다. 왕자를 만나기 위해 목소리를 포기하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용감한 왕자에 의해 구출된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다르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는 에릭 왕자가 난파선을 이용해서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는 울슐라를 무찔렸지만 영화에서는 에리얼이 스스로 이 모든 걸 해낸다. 완벽한 왕자에 의해 구출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실수를 스스로를 바로잡고 오히려 자신의 힘을 왕자와 수중 왕국 아틸란타카를 구한다. 또한 왕자와의 결혼으로 모든 행복을 얻은 듯 해맑았던 애니메이션의 에리얼과 달리 왕자와 함께 더 큰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21세기의 공주가 보여줘야 할 공주의 덕목을 제대로 보여준다는 이야기다.

●불후의 명곡들부터 새로운 뮤지컬 넘버까지

이번 영화에는 지금까지도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 뮤지컬 넘버들을 탄생시킨 원작 애니메이션의 음악을 담당했던 알란 멜켄이 다시 참여해 원작의 노래들을 업그레이드 시켰다. 바다 위 세상을 꿈꾸는 에리얼의 메인 테마곡인 ‘파트 오브 유어 월드’(Part of your world)는 에리얼을 연기한 할리 베일리의 환상적인 가창력과 만나 관객의 귀를 완벽히 사로잡는다. 린 마누엘 미란다의 새로운 가사로 다시 태어난 ‘키스 더 걸’(Kiss the girl)은 에리얼과 에릭 왕자의 말랑말랑한 선상 데이트를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특히 ‘인어공주’의 대표적인 뮤지컬 넘버인 ‘언더 더 씨’(Under the sea)는 각종 수중 생물의 환상적인 군무가 더해져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이번 영화를 통해 새롭게 추가된 넘버들까지 귀를 즐겁게 한다. 원작에서 따로 노래를 부르지 않았던 에릭 왕자는 솔로 테마곡인 ‘와일드 언차티드 워터스’(Wild Uncahrted Waters)를 추가해 에리얼에게 푹빠진 자신의 마음은 물론 더 큰 세계로 나아가고 싶어 하는 젊은 청춘의 소망까지 담아낸다. 가장 눈길을 끄는 신곡은 단연 갈매기 스커틀과 게 세바스찬이 함께 부르는 ‘더 스커틀버트’(The Scuttlebutte)다. 빠른 템포의 힙합곡으로 다소 클래식한 이야기에 트렌디함을 더한다. 특히 배우이자 실력파 래퍼이기도 한 아콰피나와 다비드 디그스가 각각 스커틀과 세바스찬의 목소리를 맡아 진가를 제대로 보여준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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