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대선 3위 후보, 에르도안 지지 선언
튀르키예 대선 1차 투표에서 5%대를 득표한 3위 후보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난 오안 승리당 대표는 23일 앙카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결선투표에서 에르도안 후보를 지지한다. 나의 지지자들에게 그를 지지하길 요청한다”고 밝혔다고 AP·타스통신 등이 보도했다.
지난 14일 실시된 튀르키예 대선 1차 투표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49.52%의 득표율을 얻어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44.88%) 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으나,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서 오는 28일 두 후보 간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극우 반이민 성향인 승리당 소속 오안 대표는 1차 투표에서 5.17%라는 ‘깜짝’ 득표로 3위를 차지하면서 이번 대선의 ‘킹메이커’로 떠올랐다.
오안 대표는 지난 19일 에르도안 대통령과 이스탄불에서 1시간가량 회동했지만, 당시에는 별다른 발표가 없었다. 오안 대표는 회동 전 쿠르드족 분리독립 투쟁에 대한 무관용과 난민 송환을 요구했으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CNN인터내셔널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런 식으로 협상하는 사람이 아니다. 국민이 킹메이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서 친쿠르드 정당인 인민민주당(HDP)의 지지를 얻은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뒤늦게 쿠르드족과의 평화협상을 배제하는 한편 난민 송환을 공약하며 민족주의 세력에 구애했으나 오안 대표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이번 지지 선언으로 오안 대표의 지지층을 에르도안 대통령이 흡수할 경우 28일 결선 투표의 승기를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차 투표와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이 주도하는 인민동맹이 전체 600석 중 323석이라는 과반 의석을 확보한 것도 여소야대 정국을 원치 않는 유권자들이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오안 대표의 표가 실제로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향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AP통신은 지난 1차 투표에서 오안 대표가 예상을 뛰어넘는 득표를 한 것은 오안 대표의 실제 지지세를 반영한 것이 아니라, 에르도안 대통령과 클르츠다로을루 대표 모두 거부한 무당층 표가 쏠린 결과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이들 유권자가 결선투표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하는 대신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를 지지할 수도 있고 아예 투표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안 대표의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 선언과 별개로 그가 속한 승리당이 아직까지 지지 후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 것도 변수라고 AP는 전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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