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슬픈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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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려는 사람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 '거지방'.
최근 취재를 위해 1000명가량 접속해있는 거지방에 들어가 며칠간 이들의 대화를 살펴봤다.
누군가 사회초년생을 노린 전세사기 관련 기사 링크를 거지방에 공유하자 분노와 슬픔, 위로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거지방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가진 이 방은 사실, 공감과 위로로 채워진 피난처 같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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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려는 사람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 '거지방'. 최근 취재를 위해 1000명가량 접속해있는 거지방에 들어가 며칠간 이들의 대화를 살펴봤다.
알려진 대로 '절약'이 최우선인 이들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꿀팁을 제공했다. 치솟을 대로 치솟은 외식물가에 대응하고자 편의점 간편식 이용을 적극 추천했고, 통신사 할인 이벤트, 각종 쿠폰사용법 등 유익한 정보를 공유했다. 전기·가스요금이 오르자 "손빨래 해라", "에어컨은 은행 가서" 등 웃음을 자아내는 팁도 제시됐다.
당근과 채찍이 오가기도 했다. 매일 마시던 스타벅스 커피를 끊고 직장 내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는 한 이용자에겐 박수가 쏟아진 반면, 유료 이모티콘을 구매한 이용자에겐 따끔한 지적이 이어졌다. 웹툰이 보고싶어 쿠키(인터넷 캐시)를 충전했다는 이용자를 향해선 "아직도 정신 못차렸다"는 식의 꾸중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게 다는 아니었다. 누군가 사회초년생을 노린 전세사기 관련 기사 링크를 거지방에 공유하자 분노와 슬픔, 위로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만만한 게 사회초년생이냐며 화를 내거나, 안 그래도 힘든데 서로 사기는 치지 말아야 한다며 다독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실제 전세사기를 당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이용자에게는 그래도 힘내야 한다는 위로가 전해지기도 했다.
거지방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가진 이 방은 사실, 공감과 위로로 채워진 피난처 같은 곳이었다. 누군가 장난으로 시작했을 거지방이 어느새 서로 힘든 점을 공유하며 위로받고 고민을 해결하는 상담소가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온라인상에서의 일상 공유·인증 문화가 익숙해진 젊은세대의 놀이'라고 설명했다. 본인이 절약하는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남들에게 보여주며 만족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 만족감이 경제적 부담이 촉발한 두려움보다 클까 의문이 든다. 어쩌면 거지방은 젊은세대의 놀이가 아닌 경제적 위기에 봉착한 우리 현실을 보여주는 슬픈 자화상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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