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들의 준법투쟁에 대한 복지부 입장, 의사들 파업 때와는 너무 다르다 [오늘의 보건 이슈]

송민섭 2023. 5. 23.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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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간호협 제시한 '불법 리스트', 불법으로 단정못해"

이르면 오는 25일 국회에서 간호법 제정안 재의결이 이뤄지는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간호사들의 대리 처방과 봉합, 채혈, 초음파 검사 등이 불법 의료행위가 아닐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간호법 제정 반대 이유로 ‘전문 의료인(직역) 간 신뢰와 협업 저해’를 주장해온 복지부는 간호사단체의 ‘준법 투쟁’에 대해서는 의료공백을 초래할 수 있는 불법행위로 규정할 수 있다는 엄포도 내놨다.

김영경 대한간호협회 회장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간호법 거부권 행사 규탄 총궐기대회에서 대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복지부는 22일 ‘PA((Physician Assistant·진료보조) 문제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대한간호협회가 배포한 24개 진료보조 행위에 대해 일률적으로 불법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간호협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다음날인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의사의 업무 지시를 거부하고 특히 임상병리사 등 다른 보건 의료직능의 업무에 대한 의사의 지시를 거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간협이 언급한 불법 의료행위는 대리처방과 수술, 대리기록, 채혈, 초음파·심전도 검사, 동맥혈 채취, 항암제 조제, 비위관(L-tube)과 기관절개관(T-tube) 교환, 기관 삽관, 봉합, 수술 수가 입력 등이다. 

복지부는 “간호사가 수행가능한 업무의 범위는 개별적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법에 따르면 간호사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지도하에 진료의 보조업무를 할 수 있는데 PA 업무는 크게 △문진과 채혈 등 진단보조행위 △수술 진행 보조 및 혈관로 확보, 관장 등 치료보조행위 △구체적인 지휘·보조하의 조제, 투약 보조 등 약무보조행위로 나뉜다. 

복지부는 ‘고도의 지식과 기술을 요하여 반드시 의사만이 할 수 있는 행위는 간호사에게 위임할 수 없다. 그 행위는 침습성(侵襲性: 염증이나 악성 종양 따위가 번지어 인접한 조직이나 세포에 침입하는 성질) 및 난이도, 환자의 신체에 미칠 위해성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행위마다 개별적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내용의 대법원 판례를 거론했다.

복지부는 또 “(채혈과 봉합 등 간협이 규정한 불법 의료행위가 간호사도 수행할 수 있는 진료보조 행위에 해당하는지는) 행위의 객관적인 특성상의 위험, 부작용 혹은 후유증, 당시 환자의 상태, 간호사의 자질과 숙련도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시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간호법 공포를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간협이 단체행동에 나선 것은 유감스럽다는 입장도 밝혔다.

복지부는 아울러 이번 간호법안이 1만여명으로 추정되는 ‘PA 간호사’ 문제 해결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PA 간호사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의사의 고유 업무인 진료나 시술, 수술 보조, 처방 등을 대신한다. 현행 의료법상 불법이지만 진료의사 부족으로 환자 치료에 차질을 빚는 중·대형 병원에서 공공연하게 간호사에게 PA 업무를 맡기는 경우도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2일 세종시 소재 세종충남대학교병원을 방문해 신현대 병원장 및 필수병동 근무 간호사들과 간담회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복지부는 “이번 간호법안의 간호사 업무 범위는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며, ‘PA’ 문제와의 관련성은 전혀 없다”며 “간호법안이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PA’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PA 간호사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체를 꾸려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문가들과 현장 종사자, 관련 단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6월부터 구성해 병원의 인력구조와 보건의료인 간 업무범위 등 ‘PA 문제’와 관련된 전반적 논의를 통해 개선방안을 도출하겠다는 내용이다.

복지부는 간협의 이번 준법 투쟁에 대해서는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 정한 필수유지업무를 들어 현장 복귀를 주문했다. 앞서 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 등이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압박하기 위해 벌인 1,2차 부분파업에 대해서는 의료법 등을 이유로 “실질적인 내용 변화 없이 의료현장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비판의 화살을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돌린 바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직결되는 응급의료, 중환자치료, 수술, 분만, 투석 등을 필수유지업무로 정한 취지를 고려해, 의료기관과 의료인들은 이들 분야에서 의료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송민섭 선임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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