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시찰이 아닌 '사찰'이어야 하고, 처리수가 아닌 '오염수'다
검증 맡은 IAEA, 체르노빌 피해도 보수적으로 판단
주변국 건강권 볼모, 2차대전 당시 日 상기시켜
정부, '시찰단' 이름으로 찬조출연 기가 찰 노릇
하기야 시료 채취도 못 하는 상황에서 무슨 검증이고 점검이겠는가. 더욱이 민간 전문가는 다 빠지고 참여자도 단장(원자력안전위원장) 말고는 깜깜이니 들고 올 결과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다. "안전성 평가의 완결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 민간 전문가의 의견도 들을 것"이라고 했지만 현장에 가 보지도 않고 일본이 만들어 놓은 수조에서 광어나 전복 따위만 구경하고 만들어온 자료를 신뢰해서 의견을 보탤 민간 전문가는 없을 것이다.
현재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일부 핵종을 제거했다는 이유로 '처리수'로 부른다. 얼마 전 우리 정부도 이런 일본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가지고 와 처리수로 바꿔 부르려다가 여론의 뭇매로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어처구니가 없지만 이런 흐름의 연장이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이다. 안타깝지만 2023년 대한민국 정부의 단상이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일본 정부 말처럼 정말 안전하다면 굳이 바다에 방류시설까지 만들어가면서 흘려보낼 이유가 없다. 일본 내에서 사용하면 될 일이다. 중수로 사용하건 식수로 사용하건 국제문제로 키울 일이 아니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다핵종제거설비는 오염수 내 62개의 방사성 핵종을 정화할 수 있다. 저장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는 다핵종제거설비 처리 과정을 거친 상태에서 방류하겠다는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21년 당시 위와 같은 일본의 발표를 두고 "일본 정부의 해양 방출 계획은 기술적으로 실현할 수 있으며 국제 관행에도 부합한다"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었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가 어떤 곳인가. 1957년 만들어진 국제원자력기구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촉진'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다. 그것은 바로 핵발전소 확대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서도 피해 규모를 매우 보수적으로 잡고 영향 또한 가장 적은 수준으로 판단한 곳이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다핵종제거설비를 거쳤어도 다양한 방사성 핵종이 사라지지 않았다. 삼중수소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 문제는 돈이다. 일본은 지금 저장 탱크 1천 개에 나뉘어 보관되고 있는 140만t의 오염수를 자국 내에 보관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소요 비용은 핵발전소 운영에 따른 비용으로 간주하고 값싼 방식인 해양 방류가 아니라 육상 보관을 모색해야 한다.
단지 자국의 핵발전 사고의 흔적을 축소하고, 소요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해양 생태계와 주변국의 건강권을 볼모로 잡겠다는 발상은 마치 전체주의로 무장한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본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저준위 방사능 폐기물을 바다에 버리고 있고 그 영향이 시나브로 쌓여가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끝내는 지불해야 할 핵발전이 내포하고 있는 막대한 비용 중 하나다. 일본은 이런 예를 들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정당화하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가 일어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해당 지역과 인근의 토양 그리고 주변 바다는 오염된 채로 남아있다. 만약 후쿠시마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한다면 이미 오염된 바다에 오염이 더해져 방사성물질이 생물에 농축되는 '생물 농축'이 가속화될 것이다. 그야말로 소설 속 재앙을 현실로 소환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국민의 안전과 바다 생태계를 위한 노력과 맥을 같이 해야 한다. 그런데 '시찰단'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이 마련한 쇼장에 찬조출연으로 축하 메시지를 전한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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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 nocutnew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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