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큰손들 10년만의 귀환… 데이터·물류센터까지 쇼핑

신수지 기자 2023. 5. 2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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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때 철수한 글로벌 투자 기관들, 한국 부동산 투자 늘려

운용 자산 규모 세계 3위인 사모펀드 EQT파트너스가 최근 서울사무소를 열었다. 스웨덴계인 EQT는 운용 자산 규모(AUM)만 1130억유로(약 161조원)인데, 신설한 서울사무소에 부동산 투자 전담 조직부터 만들었다. 향후 물류센터와 데이터센터 등을 중심으로 한국 부동산 투자 비중을 늘리기 위해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올해 초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동산 투자를 이끄는 해미시 맥도널드 매니징 디렉터가 방한해 한국 부동산 투자 확대 방안 마련을 주도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 초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던 주요 외국 투자 기관은 물론, 그동안 한국 부동산에 관심이 없었던 새로운 해외 기관까지 한국에 사무실을 열고 투자 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일러스트=김현국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사이 외국계 기관 투자자들이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C&W) 지소림 이사는 “올해 초 거의 모든 아시아 투자 펀드의 고위 관계자들이 한국을 방문해 부동산 시장을 살폈고, 블랙스톤과 JP모건, 골드만삭스도 그동안 축소했던 한국 부동산 부문을 확장하거나 활동을 재개했다”며 “더욱이 원화 가치가 떨어진 상황은 한국 부동산을 한층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무 시설은 기본, 물류·데이터센터까지 쓸어담는다

미국 휴스턴 기반의 글로벌 자산운용사 ‘하인즈’는 지난 2월 부산시로부터 해운대 센텀시티의 마지막 남은 알짜 부지로 꼽히는 벡스코 부대 시설 부지를 인수해 대규모 복합업무시설인 ‘글로벌 퀀텀 콤플렉스’를 개발한다고 밝혔다. 총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프로젝트다. 한국 최초로 양자 컴퓨터 관련 연구·개발(R&D) 시설을 유치하고, 글로벌 및 국내 기업 입주자를 위한 연구 시설을 지을 예정이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싱가포르투자청)는 올해 초 미국 사모펀드 KKR 등과 함께 창원 진해구 두동지구 물류센터를 1090억원에 인수했다. GIC는 미국 데이터센터 임대·위탁운영업체 에퀴닉스와 6300억원 규모의 합작 법인을 설립해 올해 준공을 목표로 경기 고양시에 ‘SL2x데이터센터’도 짓고 있다.

외국 투자 기관은 오피스뿐만 아니라 물류센터나 데이터센터 등으로 투자 대상을 다양화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530억달러(약 7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운용하는 미국 대체 투자 운용사 앤절로 고든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투자자문업 등록을 마치고 국내 부동산 투자 확대에 나섰다. 앤절로 고든은 지난해 국민연금으로부터 3억달러(약 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아 대규모 아시아 부동산 펀드를 조성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국내 자산운용사와 함께 충북 음성군 ‘DCL 중부 물류센터’를 820억원에 인수했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퍼시픽자산운용과 경기 용인시에 내년 준공을 목표로 ‘죽전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를 개발하고 있고, 영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액티스도 서울과 안양에 부지 3곳을 확보해 1조2000억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개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컬리어스 장현주 이사는 “작년과 올해 해외 자본의 관심이 쏠린 분야는 데이터센터”라며 “데이터센터의 경우 평균 임차 기간이 10~20년으로 오피스보다 훨씬 장기 계약인 데다, 장비 투자로 인한 재계약률도 높아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국·홍콩 대신 한국 부동산 ‘줍줍’

이처럼 외국 자본이 국내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원화 가치가 떨어진 데다, 국내 대부분 기관 투자가들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악화와 경기 침체 영향에 자금 조달이 어려워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컬리어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외 투자자들의 한국 상업용 부동산 총 투자 금액은 약 49조원으로, 전년(57조원)보다 14% 감소했다. 그러나 이를 국적으로 분류하면 차이가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는 줄었지만, 외국계 투자자들의 국내 상업용 부동산 투자 금액은 5조9480억원으로, 전년(3조7910억원)보다 57% 급증했다. 이는 2018년(6조7890억원) 이후 4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물류센터 컨설팅 회사 어코신 백영기 대표는 “시장 침체로 가격이 크게 떨어진 틈을 타 이른바 ‘줍줍’에 나선 외국계 투자 기관이 많다”며 “잘 알려진 대형 투자사 외에 작은 투자사들도 한국 투자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미·중 갈등과 코로나 봉쇄를 겪으며 해외 큰손들의 중국 투자가 제한되고 있는 것도 한국 투자 확대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지소림 C&W 이사는 “아시아퍼시픽 부동산 펀드의 중국·홍콩 투자가 어려워지면서 한국을 비롯한 안정된 다른 아시아 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아지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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