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자퇴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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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한 학원이 문을 열었다는 기사를 보자 15년 전 유행어가 떠올랐다.
'사교육 1번지'인 대치동에 학원이 문을 여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이 학원은 태생부터 화제가 됐다.
한 달 200만원이 넘는 학원비, 커리큘럼 등도 화제였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입학조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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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가 되고 싶으면 연락해!”
얼마 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한 학원이 문을 열었다는 기사를 보자 15년 전 유행어가 떠올랐다. ‘사교육 1번지’인 대치동에 학원이 문을 여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이 학원은 태생부터 화제가 됐다. 학원 목표가 ‘대입’이나 ‘성적 상승’이 아닌 ‘스타’였기 때문이다.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모델 매니지먼트사 에스팀, 그리고 종로학원이 함께 설립했다는 이 학원은 중3∼고2 나이대 청소년에게 춤과 노래, 연기 등 연예인·모델이 되기 위한 트레이닝을 한다고 했다.
관련 기사의 댓글 분위기는 달랐다. 댓글 중 상당수는 학교를 떠나는 것을 ‘효율적인 선택’으로 추켜세우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학교에서 잠만 자는 것보다 빨리 꿈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낫다”며 학교에서의 시간은 ‘시간 낭비’라고 입을 모았다. 꿈을 찾았다면 전력 질주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수긍이 갔지만, 이런 댓글들은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많은 이들이 학교를 그저 대입을 위한 기관, ‘다녀도 그만, 안 다녀도 그만’인 곳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학교는 학원과 다르다. 대입·진로와 관련한 효율성의 논리만으로는 재단할 수 없고 사회성, 대인관계 등 학창시절 학교에서만 배울 수 있는 가치들이 분명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런 가치들은 희미해진 것 같다. 최근 학교는 청소년을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기관이 아닌, 내신과 대입으로 점철된 기관으로 여겨진다. 고1 때 내신 성적이 안 좋으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올인’하기 위해 자퇴를 선택하는 일은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학교를 떠나는 것이 ‘성공 공식’처럼 여겨지는 지금의 모습은 ‘대입’만을 강조한 교육 당국에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취임 후 ‘맞춤형 교육’을 강조했다. 학교와 교사를 혁신해 ‘단 한 명도 놓치지 않는’ 맞춤형 교육을 지원하고 ‘잠든 교실’을 깨운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상반기 중 맞춤형 교육을 통해 일반고를 혁신하는 ‘고교 교육력 제고방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가 추구하는 고교 교육력 제고가 단순히 일반고의 대입 성적을 올리는 방향으로만 추구되지 않기를 바란다. 진정한 맞춤형 교육은 다양한 꿈을 가진 아이를 품어줄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 학교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 답은 교육당국이 보여줘야 한다.
김유나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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