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번 출석 요구에도 끝내 불응한 천공, 경찰에 서면으로 “공관 방문한 적 없다”

서울경찰청 "출석 의사 없는 것으로 판단해 서면 조사"

대통령실 이전 과정에 역술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그를 상대로 서면조사를 마쳤다고 22일 밝혔다. 그간 경찰은 천공이 참고인 신분임에도 사건 핵심 관계인으로 보고 여러 차례 소환 요구를 했지만, 끝내 이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 “(천공에 대해) 출석 요구를 수십차례 했지만 그럴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단해 서면 조사를 했다”며 “이달 초 답을 보내왔는데, 관저 이전과 관련해 공관을 방문하거나 한 적 없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천공 개입설은 지난해 3월 대통령실 이전을 앞두고 그가 육군참모총장 관저와 국방부 영내 육군 서울 사무소를 사전 답사했다는 의혹이다.

지난해 12월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이 최초 주장했고, 이후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권력과 안보’ 자서전을 통해 같은 주장을 내놨다. 부 전 대변인은 이 책에서, 김용현 경호처장과 천공이 육군 참모총장 공관과 서울 사무소를 답사했다고 공관을 관리하던 부사관이 남영신 당시 육군참모총장에게 보고했다고 적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과 부 전 대변인은 물론, 관련 내용을 최초 보도한 뉴스토마토와 한국일보 기자 등을 경찰에 고발해 수사가 시작됐다.

이후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부 전 대변인 등 관련자 조사와 함께 육군참모총장 관저 등에서 확보한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천공이 나오는 영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이번 의혹에 대해 조만간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 전 의원과 부 전 대변인이 여러 매체에서 천공을 언급한 경위와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씨에 대해 최근 구속영장을 신청한 배경과 관련, “범행을 부인한 부분이 있고 (투약한 마약) 종류와 횟수가 애당초 수사 의뢰가 들어왔을 때보다 많이 늘어났으며, 단독 범행이 아니라 공범들까지 존재해 구속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도 밝혔다.

경찰은 지난 19일 유씨와 그의 지인 등 2명에 대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다. 검찰은 이르면 이날 중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찰청은 또 최근 서울 강남에서 10대 학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생중계를 하며 극단적 선택을 할 당시 동행했던 것으로 알려진 남성을 자살 방지 및 자살 예방법 위반 혐의로 지난 19일 불구속 송치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 학생이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에 제기된 성범죄 등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 중이다.

현재 우울증 갤러리의 대면 모임인 ‘신대방팸’에선 4명을, ‘신림팸’에서는 1명을 각각 입건한 상태다.

경찰은 지난 16~17일 이틀간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건설노조 간부 등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25일까지 출석해 조사 받을 것을 통보했지만, 아직 답은 받지 못했다고도 밝혔다.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은 ‘25일까지 출석하지 않으면 체포할 것’이라는 취지로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서울청 관계자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신속,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마약 성분이 든 일부 식욕 억제제를 과다처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병원과 관련해서는 해당 병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경찰은 서울 내 ‘우회전 일시 정지’ 규정이 시행된 1월22일부터 지난 16일까지 보행자 사고가 전년 대비 약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도 밝혔다. 다만 사망사고 건수는 지난해 2건에서 올해 3건으로 늘어나 지속적인 계도와 홍보, 단속이 필요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