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걱정 안 한다” 김원형이 웃었다, ‘김원형 키즈’들이 하산을 준비한다

김태우 기자 2023. 5. 22.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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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원석은 올 시즌 SSG 선발 로테이션을 이끌고 있는 한 축이다 ⓒSSG랜더스
▲ 최민준은 팀의 당당한 필승조 일원으로 거듭났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말소할 타이밍을 한 번 놓쳤어요. 그런데 얘가 없으니 한 이닝이…”

김원형 SSG 감독은 19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최민준이 오늘부터는 대기할 수 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민준은 7일 키움전 이후 열흘 넘게 등판이 없어 많은 이들의 궁금함을 자아냈다. 목에 담 증상이 있다는 건 이미 공지도, 보도도 됐는데, 3~4일만 쉬면 다시 나올 줄 알았던 선수가 열흘을 쉰 것이다. 예상보다 증세가 오래 갔다. 그런데 그렇다고 1군 엔트리에서 빠진 건 아니었다.

김 감독은 이렇게 오래 갈 줄 알았다면 1군 엔트리에서 말소를 시켰을 것이라면서 최민준이 없는 상황에서 필승조 운영 중 1이닝이 참 아쉬웠다고 했다. 최민준이 평소에 해냈던 임무를 누군가에게 대체시키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민준의 올 시즌 활약을 인정하는 대목으로도 들릴 수 있다.

최민준은 대표적인 ‘김원형 키즈’다. 경남고를 졸업하고 2018년 SSG의 2차 2라운드(전체 15순위) 지명을 받은 최민준은 이렇다 할 1군 성적 없이 입대했다. 제대하고 나니 사령탑이 바뀌어 있었다. 김원형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최민준을 눈여겨봤고, 불펜에서 롱릴리프 혹은 필승조로도 성공할 수 있는 재목으로 봤다. 구속이 아주 빠르지는 않지만 스태미너도 있고, 커브나 변화구의 각도 좋다고 봤다.

공격적인 승부를 하지 못하고 피해 다녀 김 감독의 잔소리를 항상 독차지하던 선수지만, 올해는 다르다. 시즌 18경기에서 3승1패4홀드 평균자책점 2.37을 기록하며 SSG 불펜의 핵심으로 등장했다. 압도적인 구위는 아니지만 김 감독의 말대로 공격적인 투구를 하면서 볼넷이 줄고 상대 타자들을 맞혀 잡고 있다. 언제든지 1이닝 이상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라 김 감독이 5~8회 어느 시점에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치는 김원형 키즈는 최민준 뿐만이 아니다. 역시 김원형 감독 부임 이후 본격적으로 등용되기 시작한 오원석(22)의 시즌 출발은 더 화려하다. 시즌 8경기에서 4승1패 평균자책점 2.96을 기록하며 SSG 선발진에서 맹활약 중이다. 다른 선수들이 부상 및 관리를 이유로 한 차례씩 빠진 와중에서도 오원석은 꾸준하게 뛰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리그 토종 좌완 선발 중 오원석만큼 좋은 활약을 하는 선수도 몇 안 된다.

▲ 오원석 ⓒSSG랜더스
▲ 최민준 ⓒSSG랜더스

8경기에서 45⅔이닝이라는 든든한 이닝소화력을 보여줬고, 피안타율은 0.224,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1.16으로 좋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40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동안 허용한 볼넷도 14개로 적다. 17일 창원 NC전에서도 5⅔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를 거뒀다.

오원석은 매년 진화하는 선수라는 점에서 김 감독과 팬들을 기쁘게 하는 투수다. 2021년보다는 2022년 제구와 구속, 경기 운영이 다 좋아졌다. 그리고 올해는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됐다. 특히 변화구 구사 능력이 그렇다. 완급 조절도 능해졌고 제구도 좋아졌다. 17일 NC전에서는 커브를 초구나 2구째에 스트라이크존에 넣어 카운트를 잡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초구부터 커브를 노리고 들어가는 타자가 많지 않은데, 오원석은 그런 상대의 심리를 잘 활용했다. 이제 타자들은 커브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김 감독은 “지금 (오)원석이 같은 경우는 마운드에 올라가도 내가 걱정을 안 한다. 볼넷에 대한 걱정이 없어졌다. 그만큼 릴리스포인트가 안정적이다. 볼넷을 안 주는 투수는 없지만 이전보다는 확실히 발전한 게 자기가 어떤 릴리스포인트에서 던지는지를 이제 알고 던지는 것 같다”면서 “커브도 좋아지고, 슬라이더도 넣었다 빼는 게 가능해졌다. 스트라이크로 위주로 잘 던지는 그런 투수가 됐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두 선수는 칭찬도 많이 받았지만 또 잔소리도 많이 들었던 선수다. 더 발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감독의 조바심이나 안타까움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는 선수’, ‘없으면 허전한 선수’가 됐다. 산중에서 김 감독과 SSG 코칭스태프의 지도를 받은 두 어린 선수가 이제는 자신의 기량을 펼쳐 보이기 위해 하산을 준비하는 듯하다. 이는 SSG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잡아가고 있음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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