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갈증을 풀어줘…반가운 이정협 컴백
포항전 후반 교체 출전 ‘존재감’
“팬들 위해 잘할 것” 비장한 각오
프로축구 강원FC 공격수 이정협(32·사진)은 지난 21일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관중석에 내걸린 플래카드에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0-0으로 맞선 후반 40분 교체 투입되는 그를 반긴 것은 ‘잘생긴 이정협’이라는 문구였다.
이정협은 취재진과 만나 “팬들에게는 항상 미안할 따름”이라며 “제 기분을 생각해 잘생겼다고 표현해주신 정성에 감동이 절로 나더라. 동료들도 ‘잘생긴 이정협?’이라고 놀릴 정도로 분위기가 살아났다”고 말했다.
이정협이 플래카드를 내건 팬들이 고맙고 미안한 것은 이날 출전이 3개월 만이기 때문이다. 이정협은 지난 3월 훈련 과정에서 왼쪽 무릎 측면과 후방 인대가 끊어졌다. 수술대에 오른다면 시즌 아웃도 감안해야 하는 큰 부상이다. 그런데 이정협은 주변 근육을 보강하는 재활로 복귀 시기를 앞당겼다. 그는 “처음에는 통증이 줄어들지 않아 올해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팬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를 통해 복귀를 응원해주시니 힘이 나더라. 여전히 아프지만 뛰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면 우리 팀에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정협의 조기 복귀는 강원에 큰 힘이 됐다. 강원은 올해 K리그1 12개팀에서 유일하게 한 자릿수 득점(14경기 7골)에 그치는 빈공에 신음하고 있다. 또 다른 공격수 디노도 뇌진탕으로 결장하면서 최근 4경기는 아예 득점이 없다 보니 강등권인 11위까지 추락했다.
이정협은 “분명 우리 팀은 지난해 이맘때(13골)와 비교하면 득점력이 저조하다.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면 (양)현준이나 (김)대원이 그리고 갈레고 같은 선수들이 해줄 것이라는 생각에 뛴다”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이정협이 출전하면서 강원의 강점인 측면 날개도 파괴력을 되찾는 모습이 나왔다. 포항전 막바지에 강원이 공세를 펼친 것이 그 증거다. 최용수 강원 감독은 “연계 플레이와 제공권 싸움은 여전하더라”고 반겼다.
이정협도 빠른 부활을 약속했다. 그는 “경기 감각은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래도 동료들이 도와주고 있으니 금세 적응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점차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팬들을 생각해서라도 잘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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