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ML처럼 15‘초’스피드 야구?
‘빅리그 새 규칙’ 견제구 제한·베이스 크기 확대 등도 논의 가능성
LG ‘작전 야구’에 유불리 전망 엇갈려…염경엽 감독 “조건 똑같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실행위원회는 오는 6월 회의에서 ‘메이저리그 새 규칙’ 도입을 안건으로 채택했다. 올시즌 메이저리그에 적용되고 있는 새 규칙은 피치 클락과 견제구 횟수 제한, 그리고 베이스 크기 확대 등이다. 여기에 투·포수가 전자기기로 사인을 주고받는 피치컴 도입과 수비 시프트 제한 등도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피치 클락은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 15초, 주자가 있을 때 20초 이내에 투구 동작에 돌입해야 한다는 규칙이다. 타자들은 최소 8초가 남았을 때 타석에 들어가야 한다. 포수 뒤편 전자시계로 시간이 게시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여기에 견제구를 2회로 제한하고, 베이스 크기는 기존 가로세로 15인치에서 18인치로 확대했다.
실행위원회를 통한 공식 논의에 앞서 스포츠경향 영상 채널 ‘최강볼펜’에서 10개 구단 단장에게 전화설문을 한 결과, 피치 클락 도입에는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성이 나왔다. 9개 구단 단장이 도입에 찬성했고 한 구단 단장이 답변 보류를 했지만 부정적인 입장은 아니었다.
수도권 A구단 단장은 “미국이 한다. WBC 같은 국제대회에 적용되는 건 시간문제”라며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방 B구단 단장은 “경기시간 단축이라는 기본 과제로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MLB닷컴은 최근 9이닝 기준 평균 경기시간이 26분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베이스 크기 확대에는 대다수인 8개 구단 단장이 찬성했다. 이 역시 큰 논쟁 없이 KBO리그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C구단 단장은 “베이스 크기가 우선은 도루와 연관성이 크지만, 그보다는 부상 방지 차원에서 반드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견제구 횟수 제한에는 적잖은 구단 단장이 보수적 반응을 보였다. 찬성 3개 구단, 반대 3개 구단, 입장 보류 4개 구단이었다. 지방 D구단 단장은 “견제를 늘 하는 게 아니고 할 때는 해야 한다. 2회로 제한하면 배터리와 주자, 타자, 벤치 사이에서 미묘하게 움직이는 ‘야구의 맛’을 잃을 수 있다.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피치 클락과 견제구 횟수 제한이 연동돼 있다는 게 함정이다. KBO 관계자는 관련 질문에 “피치 클락과 견제구 횟수 제한은 완전히 따로 가기 어렵다. 본격 논의가 된다면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10개 구단 단장 설문 과정에서 흥미로웠던 것 하나는, 몇몇 구단 단장이 메이저리그 새 규칙 도입을 전제로 올시즌 LG의 ‘뛰는 야구’와 ‘작전야구’의 유불리를 거론하며 의견이 엇갈렸다는 점이다. 한 단장은 “올해 같은 식이라면, 베이스 크기 확대로 LG 야구가 날개를 달 것”이라고 밝힌 반면, 다른 단장은 “LG 야구는 작전이 많다. 메이저리그식 피치 클락을 적용하면 커뮤니케이션에 제한이 있을 것이다. LG에서 일정 부분 반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 구단에서는 도입을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차명석 LG 단장은 설문에서 찬성 입장을 보였다. 무엇보다 염경엽 LG 감독은 지난 21일 관련 질문에 “메이저리그 규칙이 적용되면 우리에게 불리할 게 없다. 베이스 확대도 있지만, 견제구 횟수 제한이 적용되면 우리에게 상당히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염 감독은 작전 교환 시간을 제한하는 피치 클락을 놓고는 “모든 구단이 똑같은 조건이다. 맞출 수 있다. 우리만 ‘어려울 것’이라고 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의 새 규칙들이 KBO에 어느 시점, 어떻게 도입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피치 클락을 놓고도 몇몇 구단 단장은 “타자 ‘8초 룰’이 걸린다. 우리나라 타자들 습관을 고려하면 보완책도 살펴야 할 것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KBO 관계자는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온 다음, 퓨처스리그에서 모두 테스트를 하고 1군에 적용할지, 1군 시행을 더 서두를지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승호 선임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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