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값 내렸는데 제품 가격 안 내리나
작년 유가·원자재값 오를 땐 인상
내려도 오른 제품가격 유지 관행
밀 가격 반토막·옥수수 20% 하락
소비자단체 등 ‘가격 인하’ 목소리
최근 국제 곡물가를 비롯한 원재료 가격이 떨어지면서 앞서 줄줄이 올렸던 식료품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간 가격 인상으로 이익을 봤으니 이제 고물가 부담을 함께 나누자는 것이다. 원재료값이 오를 때는 제품 가격을 적극 올리지만, 내릴 때는 다시 내리지 않는다는 소비자들의 해묵은 불만도 깔려 있다.
그러나 원재료 가격 하락이 곧 원가 절감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식품업체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22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식량 가격지수’는 지난해 3월 159.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뒤 12개월 내리 하락했다. 지난달에는 직전보다 0.6% 오른 127.2를 기록했다. 곡물, 유제품과 식물성 기름 가격지수는 줄곧 떨어졌지만 설탕과 육류 가격지수가 상승해 소폭 반등을 불러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식품산업통계정보를 보면 국제 밀(SRW·적색연질밀) 가격은 이달 t당 230달러로 지난해 5월 419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식용유를 만드는 대두와 옥수수 가격도 같은 기간 20% 안팎 하락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오르고 원·달러 환율까지 급등한 때와는 상황이 사뭇 다른 셈이다. 다수 식품업체는 지난해와 올해 초 원재료값 상승을 이유로 라면, 과자, 음료 등 제품 가격을 올렸다. 올해 1분기 농심을 비롯한 몇몇 식품기업이 호실적을 기록하자 ‘가격 인상이 최선이었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업계 “비싸게 구입한 재고 남아”
국제 시세 내려도 원가 부담 지속
“동결은 몰라도 인하는 어려워”
하지만 식품업체들은 가격 인하 가능성에 고개를 젓는다. 한 업체 관계자는 “국내 제분회사에서 밀가루를 사오는데, 작년에 인상된 가격을 그대로 적용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제 시세가 내려간다고 해서 우리 원가 구조가 바뀐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전분 가격이 상승했고 곧 설탕 가격도 오른다고 전했다.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제당 3사는 최근 식품업체들에 설탕 공급가격 인상을 통지한 상태다. 인도, 중국 등 주요 산지의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입 단가가 뛰었기 때문이다.
다른 식품업체 관계자는 “기존에 비싸게 받아놓은 (원재료) 재고량도 있기 때문에 아직 국제 시세 하락을 체감할 시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적이 좋은 기업의 영업이익 상당 부분이 해외에서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특정 원재료 시세가 떨어졌다고 해도 전기료, 인건비 등 가격을 결정하는 다른 항목들이 우상향 추세”라며 “가격 동결이면 몰라도 인하하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최근 국제 곡물 가격이 하락 추세라는 점을 짚으면서 “기업들은 가격 동결 결정을 확대·연장하고 더 나아가 인하해 소비자의 어려움을 함께 짊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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