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노동자 “20년 중에 10년은 최저임금 이하 받아”
여성 노동자들이 평균 20년 가까이 일하고도 그중 10년 이상은 최저임금 이하 임금을 받아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서도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지난 10~17일 여성 노동자 104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나의 최저임금’ 설문조사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조사는 직업 구분 없이 전체 여성 노동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실시됐다. 50대가 45.3%, 40대가 32.2% 등 중장년층 응답자가 많았다.
설문에 응한 여성 노동자 98.5%는 ‘현재 최저임금(시급 9620원, 월 201만580원)으로는 생활 안정이 가능하지 않다’고 답했다. ‘절대 아니다’가 66.2%, ‘아니다’가 32.3%였다.
생활 안정이 불가능하다고 응답한 이유로는 718명이 ‘물가’를 꼽았다. “라면, 세제, 우유 등 안 오른 제품이 없다” “저 돈으로 1인 가구도 생활하기 어렵다” 등 의견이 나왔다.
여성 노동자 대부분은 최저임금 또는 그 미만을 받으며 일했다. 노동경력을 묻는 주관식 질문에 답한 응답자 981명은 평균 19.8년을 일했다. 응답자들은 평균적으로 노동경력의 57.0%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최저임금 혹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았다고 답했다.
현재 받는 임금도 ‘최저임금’이라는 응답이 51.3%로 절반을 넘었다. ‘최저임금보다는 높지만 회사의 기본급 설정 기준이 최저임금’이 18.3%, ‘최저임금 미달’이 17.0% 등이었다. ‘최저임금보다 높다’는 응답은 10.6%에 그쳤다.
여성들은 저임금과 유리천장(여성 승진 차별) 때문에 임금 인상을 대부분 최저임금 상승에 의존하고 있었다. 임금 상승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응답자 80.1%가 ‘최저임금’이라고 답했다. ‘호봉(근속)’은 56.7%, ‘승진’은 10.3%에 불과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여성임금=최저임금’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내년 최저시급 1만2000원이 생활을 안정시킬 것인지 묻는 말에는 절반가량인 50.1%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아니다’도 49.9%를 기록했는데, 부정 응답 이유를 주관식으로 묻는 말에 238명이 “물가 상승 폭이 너무 크다” “기본 의식주만 가능할 것” 등 의견을 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되는 최저임금은 2024년 여성노동자의 임금”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은 성별임금 격차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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