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 “선 구제 후 회수” 외면한 채…‘대출받아 피해주택 사라’

류인하 기자 2023. 5. 22.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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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합의
특별법 설명 김정재 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간사(오른쪽)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특별법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저리 대출로 최소한의 숨통만 틔워줘…정부 책임 결국 회피
“다른 사기 피해와 형평성 맞춰야” 여당 입장을 야당이 수용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보증금을 보상해주는 이른바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이 다른 사기 피해자들과의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정부와 여당의 기존 입장을 야당이 수용했다. 이에 따라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임차인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방법은 사실상 사라졌다.

22일 여야 합의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한 전세사기 특별법안은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이 피해 주택에 계속 거주하기를 원하는 경우 우선매수청구권을 활용해 집을 낙찰받거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매입을 통해 장기간 임대로 거주할 수 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때 필요한 각종 비용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저리대출로 지원받을 수 있다.

소액 임차인에 대해 보장해주는 최우선변제금을 최장 10년간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방안도 막판 협상을 거쳐 법안에 포함됐다. 최우선변제금이란 세입자가 살던 집이 경·공매로 넘어갔을 때 은행 등 선순위 권리자보다 앞서 배당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을 말한다.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최우선변제금만큼 무이자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전셋집으로 이주하거나 기존 시중은행 전세자금대출을 대환하는 경우에도 2억4000만원 한도에서 연 1.2~2.1% 초저리 전세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최우선변제금 기준액을 당초 ‘근저당 설정 시점’에서 ‘경·공매 시점’으로 늦춰 피해 임차인이 무이자로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을 확대했다. 최우선변제금은 부동산 시장 변동에 따라 2~3년에 한 번씩 시행령 개정을 통해 기준금액이 조정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 따르면 지난 2월21일 기준 인천을 포함한 용인·화성·세종·김포지역 소액 임차인 최우선변제금은 최대 4800만원이다. 만약 임대인이 2018년 9월18일~2021년 5월11일 이전에 근저당권을 설정했을 경우 기존대로라면 임차인의 우선변제금은 3400만원이지만 특별법 시행에 따라 적용 시기가 ‘경·공매 시점’으로 늦춰지면서 임차인이 대출받을 수 있는 최우선변제금은 4800만원으로 1400만원가량 늘어난다. 다만 최우선변제금은 소액 임차인에 대해서만 보장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지난 2월 기준 보증금이 1억4500만원(인천·용인 등 기준)을 넘어서는 피해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전세대출을 상환하지 못했을 경우에도 한국주택금융공사(HF)·서울보증보험(SGI)이 은행에 대신 갚고, 피해 임차인은 최장 20년간 무이자로 분할상환할 수 있다. 이때에도 임차인의 연체 정보는 별도로 등록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보증금이 4억5000만원인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해서만 적용하기로 했던 보증금 기준도 5억원으로 늘렸다. 정부는 당초 2년짜리 한시법으로 특별법을 운영하기로 했으나, 향후 법안이 포괄하지 못하는 전세사기 피해가 다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 등이 여전히 있는 만큼 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6개월마다 모니터링을 통해 보완입법을 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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