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중국 수출 확대? ‘미국 눈치’도 봐야
미, 지난달 한·미 회담 직전
“대체 물량 팔지 말라” 보도
중국 정부가 미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를 공식화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득실을 놓고 셈법이 복잡해졌다. 마이크론 대체 물량을 중국에 팔 수 있는 기회이지만,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22일 외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전날 마이크론 제품에 대해 “심각한 보안 문제가 있다”면서 “중요한 정보시설 운영자는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중지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당국이 지난 3월31일 중국에서 판매되는 마이크론 제품의 심사를 시작한 지 50여일 만이다.
중국 정부는 어떤 제품이 제재 대상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는 낸드플래시로 만든 데이터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서버용 DDR5 D램 등 서버에 들어가는 메모리 제품의 판매가 제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마이크론을 제재하면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D램은 이들 세 업체가 점유율 95% 이상을 차지하는 과점 시장으로, 서로가 서로의 고객을 뺏어오는 경쟁이 치열하다.
마이크론의 지난해(회계연도 기준) 중국 시장 매출(홍콩 제외)은 33억1100만달러(약 4조4000억원) 수준이다. 서버용 D램과 SSD 외에도 PC·모바일용 메모리 제품이 포함된 수치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로서는 점유율 격차를 벌리고 재고도 소진할 수 있어 지금과 같은 메모리 불황기에는 수요가 크진 않아도 ‘단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에 대한 국내 반도체 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달라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마이크론을 제재할 경우 한국 기업이 마이크론 대체 물량을 중국에 팔지 말 것을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고 전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는 이를 1년간 유예했다. 삼성과 SK는 미 정부에 유예 연장을 요청 중인데 자칫 마이크론 제재로 이득을 보게 될 경우 연장 조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통상 전문가는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는다는 게 자꾸 부각되면 미국이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며 “웃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삼성과 SK 등 국내 업체는 마이크론 대체 물량을 중국에 직접 공급하기보다 홍콩과 대만 기업 등을 통한 우회수출 방식을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으로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분야에서 중국 기업이 치고 올라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중국의 낸드 업체인 YMTC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보다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먼저 개발하는 등 기술력이 상당히 올라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아가 중국 정부가 향후 퀄컴·브로드컴·인텔 등 다른 미국 반도체 업체나 한국·일본·네덜란드 등으로 제재를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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