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영의 그림산책] 이암(李巖) ‘화조구자도(花鳥狗子圖)’

경기일보 2023. 5. 2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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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파 화풍으로 일본에 큰 영향

 

이암(李巖) ‘화조구자도(花鳥狗子圖)’

‘화조구자도’는 조선 전기 영모화조도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모견도’로 우리에게 익숙한 이암의 걸작이다. 그는 세종의 넷째 아들인 임영대군의 증손으로 정5품 두성령을 지낸 선비화가이다. 당시 이암은 새와 동물을 소재로 하는 그림인 영모도에서 탁월한 솜씨로 유명했으며, 인물화에도 뛰어나 중종의 어진을 제작하였다.

이암은 전형적인 우리나라 강아지들의 순진무구한 모습과 아름다운 화조의 배경으로 한국적 정취를 자아내며 평온하고 정감 어린 분위기를 연출하는 독자적 화풍을 보여준다. 이러한 그의 화풍이 잘 드러난 작품 중 하나가 바로 ‘화조구자도’이다.

‘화조구자도’는 화사한 봄날에 작은 꽃나무에 앉아 있는 한 쌍의 새 그리고 그곳으로 날아드는 나비와 꿀벌, 그 밑에서 따스한 햇볕 즐기고 있는 세 마리의 강아지들을 그린 작품으로 조화롭게 배치된 소재와 자연스러운 화면 구성으로 평온한 봄날의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화면을 보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검은 강아지는 흥미로운 무언가를 발견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곳을 응시하고 있으며, 그 뒤에 있는 누렁이는 앞발에 얼굴을 괴고 곤히 잠들어 있다. 그 앞에 있는 하얀 강아지는 꼬리를 길게 늘이고 방아깨비를 입에 문 채 장난을 치고 있다. 강아지들 뒤에는 꽃나무가 있으며 왼쪽으로 뻗치다 우측으로 꺾인 나뭇가지에는 두 마리의 새가 앉아 있는데 이들의 시선은 꽃나무로 날아오는 검은 나비에게 향하고 있다. 꽃나무 밑과 화면 좌측 하단의 바위는 조선의 고유 준법인 단선점준으로 표현되었고 화면의 우측 상단에는 ‘鼎(정)’ 모양의 도장과 이암의 자인 ‘정중’의 백문방인이 찍혀 있다.

강아지를 즐겨 그린 이암의 작품은 일본에서 매우 인기가 높았고 19세기 유럽과 미국에도 알려졌다. 특히 이암의 강아지 그림은 17세기 초 일본에 전해져 에도시대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어 당시 유행한 선종화에 등장하는 강아지들은 생김새와 자세까지 이암의 화풍과 유사하다. 이렇듯 이암의 개성 있는 화풍은 조선 시대 영모화풍의 근간이 되었고 일본에도 큰 영향을 줘 한국회화사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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