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9%p 치솟은 기시다, ‘중의원 해산’ 뒤 장기집권 노리나

길윤형 기자 2023. 5. 2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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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중략) 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가를 위해 출발할 때도 말씀드렸지만, 지금 해산 총선거에 대해선 생각하고 있지 않다."

이번 정상회의의 의의를 설명하는 기시다 총리의 발언이 끝난 뒤 마이크를 넘겨받은 <지지통신> 기자는 곧바로 "지금 타이밍에 중의원 해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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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회의 뒤 지지율 올라 56%
지금 결단하면 “이길 수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운데)가 21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히로시마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히로시마/AP 연합뉴스

“정국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중략) 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가를 위해 출발할 때도 말씀드렸지만, 지금 해산 총선거에 대해선 생각하고 있지 않다.”

지난 21일 오후 자신의 지역구이자 지지 기반인 ‘피폭지’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기자회견에 임했다. 이번 정상회의의 의의를 설명하는 기시다 총리의 발언이 끝난 뒤 마이크를 넘겨받은 <지지통신> 기자는 곧바로 “지금 타이밍에 중의원 해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해산의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없다. 일본에선 총리가 “국민들에게 신임을 묻겠다”며 자기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시기에 중의원을 해산해 선거를 다시 치를 수 있다. 이렇게 과감히 해산을 결단한 뒤 선거를 치러 승리하면, 총리로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자신의 비전을 펼칠 수 있는 ‘장기 정권’ 수립이 가능해진다. 아베 신조 전 총리도 2014년과 2017년 각각 ‘소비세 인상’과 ‘국난 극복’을 명분으로 삼아 두차례 해산을 단행해 7년8개월에 이르는 장기 정권을 수립했다. 기시다 총리 임기는 3년인 자민당 총재의 임기가 끝나는 2024년 9월까지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기시다 총리 입장에선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자신의 최대 신념인 ‘핵 없는 세계’에 대한 비전을 공유한 지금이 해산을 결단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요미우리신문>은 22일 5월 여론조사 결과 기시다 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전달보다 무려 9%포인트 높은 5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들은 기시다 총리가 결단한다면, 정기 국회가 끝나는 6월21일 이전에 해산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짚었다.

2021년 10월 집권한 기시다 총리는 한때 50%를 넘는 지지율을 이어왔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가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 유세 중에 갑작스레 암살당한 뒤, 자민당과 통일교의 검은 유착이 드러나며 지지율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이후 너무 신중해 좀처럼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기시다 리더십’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며 지지율이 좀처럼 30%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자 이대로 가다간 정권 유지가 어렵다는 지적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곤란한 상황에 빠졌던 기시다 총리에게 반전의 기회를 마련해준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월 한-일 간의 핵심 현안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에서 파격적인 ‘양보안’을 내놓았다. 이후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은 극적으로 ‘상승 반전’했다. <엔에이치케이>(NHK) 기준으로 지난 1월 33%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은 윤 대통령의 양보안 덕에 3월 41%에서 5월 현재 46%까지 올랐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22일 “자민당 내에서 연내를 포함해 조기 중의원 해산·총선거를 기대하는 목소리나 넓게 퍼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외교 성과뿐 아니라 경제 상황도 좋은 편이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1980년대 거품 경제 이후 다시 3만엔대를 돌파했다. 자민당의 한 간부는 이 신문에 “지금 해산을 하면 이길 수 있다.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이 없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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