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 전문 화랑’ 수장의 작품 기증…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 [전시리뷰]

김보람 기자 2023. 5. 2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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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백련作 ‘월매(月梅)’.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제 선친이 미술계에 들어와 평생 일을 하고 생계를 꾸리면서 한국 미술계에 조그마한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남겼습니다. 그 바람에 따라 형제 간 뜻을 모아 의미있는 작품들을 기증하게 됐습니다.”

‘수집가’의 작품 기증은 미술인으로서 한 개인이 쌓아 온 역사를 기증한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다. 작가의 작품 기증도 그 사례가 많지 않지만, 수집가의 작품 기증 사례는 더욱 드물다.

박우홍 동산방화랑 대표는 지난 2021년부터 2차례에 걸쳐 동산방화랑의 설립자인 부친 박주환(1929~2020)이 수집한 209점의 작품, ‘동산 박주환 컬렉션’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

동산방화랑은 지난 1974년 서울 인사동에서 본격 운영한 한국화 전문 화랑으로,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실험적인 전시를 해 현대 한국화단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동산 박주환 컬렉션’ 209점 중 94점의 한국화 대표작을 선정, 내년 2월12일까지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시대 흐름에 따라 총 4부와 에필로그로 구성된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허백련의 ‘월매’가 압도적인 규모로 눈길을 끈다. 오랜 세월을 견딘 매화 고목을 10폭의 병풍에 먹으로 섬세하게 묘사했다. ‘북풍이 불어 사람을 넘어뜨리는데 고목은 변하여 거친 쇠가 되었네’란 좌하단 시구와 우측의 여백을 향해 뻗어 있는 매화 가지가 묘한 균형을 이룬다.

이상범·김기창·정종여作 ‘송하인물(松下人物)’.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1945년 광복 이래, 서화가들의 창작 방식 중 하나로 자리잡은 ‘합작’ 문화를 헤아릴 수 있는 작품도 있다. 이상범·김기창·정종여의 ‘송하인물’엔 3개의 호(號)와 낙인이 찍혀 있다. 소나무는 정종여, 인물은 김기창, 좌상단의 화제는 이상범이 써 그림을 완성했다. 소나무 아래 바위에 기대 달을 감상하는 인물을 묘사했는데 먹과 색, 화제와 서정적인 여백이 조화를 이룬다.

송수남作 ‘자연과 도시’.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특히 현대 도시의 건물을 색으로, 가로수를 과감한 수묵으로 표현한 송수남의 ‘자연과 도시’, 섬세한 필선과 담채의 조화로 8명의 소녀와 여인을 표현한 장운상의 ‘한일’ 등을 통해 전통과 현대의 표현방식을 절충한 당시 청년작가들의 현대 한국화도 만날 수 있다.

윤소림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한국화 전문 화랑의 작품 기증으로 50년 역사의 한국화 특성을 보여주는 전시가 마련됐다”며 “이번 전시로 한국화 연구 기반이 확장되고 수집가들의 기증문화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은 ‘수집가’가 기증한 작품을 살펴보며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뒀다. 

전시장을 찾은 김현주씨(52)는 “한 개인이 쌓아올린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돼 의미가 있고,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작품들을 한국 미술사의 변천사를 보듯 관람하게 돼 보는 재미와 감동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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