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칼럼] 경제혁신, 먼저 사고 전환부터 하라

2023. 5. 2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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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새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新성장 4.0 전략 추진계획'에 따라 계획 추진에 필요한 관련 법안의 제·개정 총 24건을 올해 6월까지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도전으로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성장동력을 찾고 신산업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하는 작업은 시대적 소명이다.

새로운 일상과 새로운 기술, 그리고 새로운 시장의 3대 분야에서 구체적인 15대 프로젝트를 민간 주도로 추진한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신성장 4.0은 농업 혁명의 '성장 1.0', 제조업 성장의 '성장 2.0', 그리고 IT 성장의 '성장 3.0'에 이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지난 시절의 성공과 위기 극복 과정을 검토하여 효과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업 혁명은 과학자들의 헌신으로 꽃을 피웠지만, 정부의 의지와 농민들에게 새로운 품종을 전파하는 데에 필요한 기술 교육 시스템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의 평가였다.

제조업 성장 정책도 장기간에 걸친 위기 극복 과정에서 성공했다. 글로벌 경제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산업구조를 변화시키는 일은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산업 대전환을 위해 정부의 공격적인 투자가 민간의 참여를 이끌었다. 자금 조달 능력과 기술 협력이 가능성의 지침이었고, 시장 경쟁력이 성공의 열쇠였다. 오일쇼크를 극복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대한민국 풍요의 초석이 됐다.

IT에 대한 투자는 국가적 모험이었다. 반도체 개발 당시, 성공을 예견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외환위기 속에서도 IT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됐다. 정부도 기술개발뿐 아니라 네트워크 기반시설을 갖춤으로써 IT 관련 시장을 형성하는 데에 노력했다. 정부의 노력도 중요했지만, 성장 3.0의 성공은 민간의 혁신역량에 의해 결정됐다.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치 환경은 급변했다. 정부는 성장보다는 노조 등 이해집단의 정치적 요구에 충실하게 됐다. 재벌이란 이유로 투자를 막고, 혁신보다는 보호에 치우친 정책을 폈다. 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면 유죄추정의 원칙으로 관리된다. 문재인 정부는 노골적으로 대기업을 차별하고, 성장의 발목을 잡는 편협한 정책을 추진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5년간 우리 산업은 고사하고 있었다. 2017~22년 제조업의 내수 출하지수는 -0.28%로 침체했고, 수출 출하지수는 1.67%로 과거 2001~11년의 9.62%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 반도체 제조업에만 의존한 산업구조로는 산적한 경제 문제를 풀 수 없다.

신산업 4.0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고가 전환돼야 한다. 선과 악의 감성적 사고보다 실질을 숭상하는 논리적 사고가 필요하다. 기업을 규모별로 차별하는 정책도 폐기돼야 한다. 기술혁신이 상업화할 수 있도록 정부는 대기업의 사업 확장과 기업 인수 등의 규제를 풀어야 한다. 민간이 자금과 기술, 그리고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AI나 반도체만 신기술분야로 생각하는 편협함도 문제다. 의식주에서 의료와 오락까지 전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과의 융합이 일어나는 경제가 4차 산업혁명 시대 경제다. 새로운 전략으로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야 한다. 정치권도 중소기업 적합 업종이 따로 있고, 골목 상권이 따로 있다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삼성이 재벌로 안주했다면 오늘날 삼성은 없었을 것이다. 철강, 화학 등 주력 산업에서 정체로 고통받는 기업들이 혁신적 사고로 무장하여 벤처생태계에서 진화할 수 있도록 법적 개혁이 필요하다.

기업의 생성과 성장, 진화에 이르는 산업의 전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투자계획이 확실하게 설정돼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하고, 민간의 변신을 위한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란 이분법으로 산업을 재단하려는 정책 기조를 버리고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역량을 결집하여 신성장 4.0 전략을 성공시켜야 한다. 정말로 민간이 뛸 수 있도록 획기적인 제도와 지원이 입법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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