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 1700대 1` `헐값 상장`… 희비 갈린 IPO

이윤희 2023. 5. 2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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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어 빠지자 中企, 상장 서둘러
모니터랩, 올해 IPO 최고경쟁률
나라셀라·씨유박스, 몸값 낮춰
"공모가에 대한 평가, 성패 갈라"

'대어(大漁)' 가 사라진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중소형 회사들이 코스닥 상장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중소형주들 사이에서도 상장 성적은 엇갈렸다. 이달엔 8개 기업이나 기업공개(IPO)에 나서면서 상장 성적 차이가 눈에 띄었다.

희망 공모가 범위의 하단에도 못미친 공모가격을 받아 '울며 겨자먹기'로 상장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수요예측은 물론 일반 청약에서도 구름떼 같은 투자자들을 모은 회사도 있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 인공지능(AI), 반도체, 와인 등 8개 기업(스팩 제외)이 수요예측에 나섰다. 지난달 금융당국의 IPO 모니터링 강화에 따라 상당수 기업이 IPO 일정을 연기한 바 있다. 이달 공모 청약을 진행하는 8개 기업 모두 증권신고서를 1회 이상 정정하고 재도전에 나선 것이다.

이날부터 이틀간 고기능성 플라스틱 시트 기업 진영과 와인수입사 나라셀라가 일반 공모 청약을 진행 중이다. 진영은 지난 19일 기관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를 최상단 4200원을 넘어선 5000원으로 확정했다. 올해 일반 IPO기업 중 희망가 밴드 상단을 초과한 공모가로 결정된 건 꿈비와 자람테크놀로지, 금양그린파워, 기가비스, 진영 등 5곳이다.

앞서 진행된 공모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에서 1595.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425만주 전량 신주를 발행하는 진영은 최대 75%에 이르는 318만여주를 기관투자자에게 배정했다. 이틀간 진행된 수요예측에는 1652곳의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해 50억8628주를 신청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의 95.1%가 희망 공모가 상단인 4200원을 초과해 제시했다.

국내 와인 수입사로는 처음으로 상장에 도전하는 나라셀라는 희망 공모가 밴드 하단인 2만원을 공모가로 확정했다.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760개 기관이 참여해 178.47대 1의 다소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나라셀라는 앞서 3월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뒤 희망 공모가 범위를 2만2000~2만6000원으로 적어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는데 고평가 논란을 겪자 공모가 범위를 2만~2만4000원으로 낮췄다. 하지만 수요예측 참여 기관 중 91.85%(698곳)가 하단 이하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나라셀라 관계자는 "와인업계 1호 상장이다보니 피어그룹(유사기업)을 통한 밸류에이션 산정에서 한 차례 어려움을 겪으며 정정해야 했다. 공모자금으로 판내채널을 확대하고 물류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라 공모가를 낮춰서라도 상장을 진행하자고 결정했다"고 전했다.

올해 코스닥 최대어로 꼽힌 글로벌 반도체 기판 검사업체 기가비스는 이달 9~10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4만3000원으로 결정했다. 공모액은 약 954억원(221만8258주),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5451억원에 달한다. 공모액과 시가총액 모두 올해 코스닥 상장 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다.

수요예측에서도 1757개 기관이 참여해 167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앞서 기가비스가 제시한 공모가 희망 범위는 3만4400~3만9700원이었는데 상단 이상의 가격을 써낸 기관이 95.3%였고, 4만4000원 이상에 주문을 넣은 기관도 87.08%였다. 이후 공모주 청약에는 무려 10조원에 육박하는 증거금이 몰렸다. 최종 경쟁률은 824 대 1로 청약 건수는 30만1783건에 달했다.

소프트웨어 기업 모니터랩도 지난 3~4일 진행한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를 희망범위(7500~9800원) 상단인 9800원으로 확정했다. 총 1823개 기관이 참여하며 최종 경쟁률은 1715.4대 1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진행된 IPO 시장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이었다.

반면 인공지능 영상인식 전문기업 씨유박스는 예비심사 단계보다 대폭 할인한 몸값으로 상장에 나섰지만, 흥행 성적은 저조했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86.4 대 1의 낮은 경쟁률을 보였고 공모가는 공모 희망가 밴드(1만 7200~2만 3200원)의 하단보다 2200원 낮은 1만 5000원에 결정됐다. 이에 따라 공모 규모도 최대 348억원에서 225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체외진단 의료기기 전문기업 프로테옴텍의 상황은 더 나빴다. 한 달 사이 세 번이나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며 코스닥 이전 상장 일정을 연기했다. 프로테옴텍은 당초 지난달 수요예측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으로 이달 3~4일로 순연됐다가 17~18일로 미뤄졌고 다시 한번 31일~6월 1일로 밀렸다. 공모가도 기존 7500~9000원에서 6700~8200원으로, 또 다시 5400~6600원으로 낮췄다. 이밖에도 자연주의 화장품 기업 마녀공장과 백신·면역 질환 전문기업 큐라티스도 이달 코스닥 상장에 도전한다.

시장에서는 결국 공모가격에 대한 평가가 IPO 흥행 성적을 갈랐다고 본다. 하지만 상장 전 흥행이 상장 이후 주가 상승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한 기업금융(IB)업계 관계자는 "신규상장 기업들의 공모가격과 유통물량에 따라 상장 전 성적이 나뉘었지만, 공모가 밴드 하단에서 결정된 종목들의 경우 합리적인 주가로 상장 이후 성적은 더 좋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는 6월부터 신규 증시 입성 종목의 상장일 가격제한폭이 공모 가격의 60~400%로 확대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기존에는 공모가의 90~200%에서 결정된 기준가 대비 ±30%를 적용해 상장 당일 가격제한폭으로 뒀다. 개정 이후에는 가격제한폭이 공모가의 60~400%로 확대된다. 윤철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 당일에 변동성이 응집하면서 전례 없는 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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