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벽지 대신 지폐로 도배를”…금리 97%로 올린 아르헨티나 경제 상황

홍석우 2023. 5. 2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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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축구의 신'으로 불리는 마라도나와 메시의 나라,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또 무너져내리고 있습니다.

치솟는 물가를 잡겠다며 금리를 97%까지 올리는 긴급 조치를 시행했는데도 돈은 휴지 조각이 되고 있다는데요.

<글로벌 ET> 홍석우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기준금리 97%, 이게 가능한 얘긴가요?

[기자]

기준금리 얘기는 잠시 후에 살펴 보고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한 아르헨티나 모습부터 보시죠.

"벽지 대신 지폐로 도배한다"는 현지 주민의 인터뷰를 실었는데, 그만큼 단순한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살인적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하이퍼 인플레이션' 상황이라는 거죠.

돈값이 벽지값만큼도 안 나간다는 겁니다.

마트에 침입한 강도가 아르헨티나 지폐는 쓸데가 없다며 가져가지 않은 사건도 뒤늦게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파라과이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입니다.

당시 CCTV 화면을 보면 돈을 요구한 강도에게 가게 점원이 아르헨티나 돈을 건네는데, 강도가 그대로 돌려줘 버립니다.

강도가 아르헨티나 돈은 줘도 안 받는다고 거부한 겁니다.

[앵커]

아르헨티나 페소 가치가 그렇게까지 떨어졌다는 거죠?

[기자]

불과 1년 전만 해도 1달러는 118페소에 거래됐었는데요.

지금은 230페소가 넘었습니다.

암시장에선 500페소까지 치솟았다고 합니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그래서 월급날이면 일단 페소를 달러로 바꿔놓기 위해 은행으로 달려가고 있는 처지랍니다.

[앵커]

그 정도라면 국민들 생활은 어떨까요?

[기자]

네, 아르헨티나 페소로는 식료품조차 살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하는데요.

주민들 말에 따르면, 6년 전에는 1,000페소를 가지면 오렌지 47킬로그램을 살 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같은 돈으로 오렌지 2킬로그램밖에 못 산다고 하니, 돈의 가치가 얼마나 떨어졌는지 실감이 나시죠.

외신들이 최근 전한 아르헨티나의 모습인데요.

사람들은 더는 내다 팔 게 없는지 쓰레기 매립지를 뒤지고, 무료 급식소에는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하루 한 끼 해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합니다.

지난 4월 아르헨티나의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09%를 기록했는데요.

2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특히 식품 물가 상승률이 115%로, 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는 레바논 다음으로 높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 : "이 풍요로운 땅에서 토마토나 피망도 못 삽니다. 경제가 파탄 났습니다. 거지의 나라가 됐습니다."]

[앵커]

결국, 아르헨티나 정부가 극단적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유, 물가 때문인 거죠?

[기자]

네, 물가가 안 잡히니 정부가 기준 금리를 97%까지 끌어올리면서 초강수를 뒀는데, 그런데도 시장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네 번째 인상이거든요.

여기에다 60년 만에 찾아왔다는 최악의 가뭄이 아르헨티나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저렇게 땅이 바짝 메말라 콩잎이 만지자마자 부서져 버릴 정도입니다.

농작물 수확은 아예 엄두도 못 내고 있고요.

우유 생산량도 급감했습니다.

아르헨티나 경제는 농업·축산업 같은 1차 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구조인데, 기록적 가뭄으로 올해 농산물 수출에서 난 손실만 150억 달러, 우리 돈 20조 원에 이릅니다.

[앵커]

아르헨티나, 한때는 잘 사는 나라였다면서요?

[기자]

네, 한때 세계 5위의 경제 부국이었죠.

그런데 이후에는 9차례나 국가 부도 즉, 디폴트 사태를 겪었습니다.

이번에 또 물가와 환율 잡기에 모두 실패하면서 또 한 번 디폴트 우려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잘 나가던 아르헨티나 경제가 대체 왜 이렇게 망가졌을까, 그 원인을 따져보면 '사회 보장 제도'와 관련이 깊은데요.

아르헨티나는 국민들에게 현금 지급을 포함한 각종 보조금과 복지를 늘렸고 그러면서도 세금은 낮춰줬습니다.

[앵커]

세금을 깎아줬다면 나라 살림은 어떻게 운영했나요?

[기자]

재정 적자는 중앙은행에서 돈을 찍어내서 막았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원래부터도 돈을 찍어내 그걸로 복지를 받치는 경향이 매우 강한 나라였는데요.

코로나 사태로 시중에 풀린 돈이 더 많아지다 보니 수습이 안 되는 상황까지 온 겁니다.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 IMF의 구제 금융을 스무 차례 넘게 받아 막대한 빚을 지고 있는데요.

국가 부채 규모가 2천7백억 달러로, 우리 돈 359조 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GDP의 45%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앵커]

중국 위안화 결제를 확대하겠다고 한 것도 큰 이슈였는데, 이것도 아르헨티나의 경제 상황과 관련이 있을까요?

[기자]

물론입니다.

달러 유출을 조금이라도 줄여서 페소의 가치 하락을 막아보려는 자구책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로 인해 상황이 오히려 더 나빠질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크게 두 가지를 했다고 말씀드렸었죠.

금리 인상과 외환 개입.

그런데 이것도 실질적 효과를 거두려면 경제가 어느 정도 받쳐줘야지만 가능한 얘깁니다.

외화 보유고는 바닥난 지 오래고 막대한 빚까지 있습니다.

화폐 가치가 급락하면서 칠레와 우루과이 등 주변국들에서 '원정 쇼핑'을 올 정도라고 하니,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은 갈수록 더 커지고 있어서요.

현재는 국민 10명 가운데 4명이 빈곤선 아래의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아르헨티나 경제, 좀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는군요.

IMF는 아르헨티나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0.2%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고 하는데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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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우 기자 (muse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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